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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1.6.4. 기록, 재정비, 꾸준함의 힘

by 푸휴푸퓨 2021.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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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5월에는 유난히 벌써 5월이 다 지났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학생 때는 벌써 몇 월이다는 식의 대화를 안 했던 것 같은데. 뭘 했다고 올해가 벌써 절반이나 지나갔냐는 말도 함께 나왔다. 푸념을 듣다 보면 나도 내가 뭘 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고, 2021년에 뚜렷하게 이뤄낸 것도 없다는 좌절감이 생겼다.

  지금의 회사에 입사하고 난 뒤의 몇 년은 사실 구체적으로 구간별 시간이 기억나지 않는다. 늘 비슷한 일상의 연속이었다. 일을 하고 돈을 받는다. 의미 있는 저녁시간을 보내려 노력한다. 가끔 뿌듯하고 종종 공허하다. 디테일이 바뀌어도 큰 틀은 늘 같았다. 그 와중에 굳이 의미를 만들어 성취감을 느꼈다. 내가 알아주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나의 작은 일상을 위해.

  가만히 기억을 떠올려도 10대나 20대 초반만큼 머릿속이 선명하지 않다. 정말 2021년에 아무 일도 하지 않았던가? 부랴부랴 매월 말 그달의 키워드를 적어둔 목록을 꺼냈다. 이것저것 많이 했네. 아무것도 안 한 게 아니라 아무것도 기억을 못 하는 거였어. 회사에서도 상반기 셀프 체크를 할 시간이라며 알림이 왔다. 지난 몇 달간 일한 목록을 줄줄이 작성했다. 새 부서에서 적응 잘했네. 그저 기억력이 나빠졌고, 이 날이 저 날 같아졌을 뿐이다.

  가만히 흘려보내기만 하다가는 정말 아무 일도 하지 않은 듯 텅 빈 시간만 쌓일 것 같아서 앞으로 더 악착같이 무언가 적어내기로 했다. 오늘의 상념과 내일의 상념이 지금은 무의미해보여도 쌓이면 큰 흐름이 되니까.

6월 현재 놀랍게도 이게 잘 지켜지고 있다 이말이에요

 

2.

  재정비가 필요하다. 우연히 TV에서 본 CF때문에 꺼낸 말이긴 했지만 미래에 대한 초조함과 남자친구의 상황에 대한 불안이 겹친 건 맞았다. 내 생각보다 더 거칠게 받아들인 말 뜻에 너는 속이 상했고, 나는 놀랐고, 둘 다 풀이 죽었다. 넌 내게 이제 괜찮다 했지만 나는 여전히 걱정한다. 너의 상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을 알기에.

  당장 많은 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공부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건 무리한 욕심이 아니라고도 생각했다. 같이 공부하자는 게 뭐 어때서. 이번 일을 겪고 생각해 봤다. 주변에서 나만큼 재테크에 관심 있는 사람을 찾기 쉽지 않다. 그리고 그렇게 관심 없는 게 그 사람의 잘못은 아니다. 그건 남자친구도 마찬가지다. 그렇다. 그 지점을 간과했다. 내가.

  생각이 여기까지 닿자 그정도의 욕심도 내면 안 되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내도 되는지, 안되는지 내 마음을 알기가 어렵다. 조용히 혼자 나를 들여다볼 시간이 필요하다. 다음주 금요일에는 오후 반차를 내고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로 마음먹었다. 잠시 시간을 갖고 마음을 비워야지. 그 안에 무엇이든 들어올 테다.

 

3.

  그리하여 근래의 나는 마음을 단순하게 먹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예전만큼 힘들지 않다. 과거의 나보다 요즘의 내가 주변에 덜 흔들린단 사실을 알아서 가만히 기뻤다. 분투하는 하루가 이어지는 게 평온한 일상이라면, 그렇다면 앞으로도 매일 물장구를 쳐야 하지 않겠나.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좌우명이 생각난다. 그렇게 살아야지.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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