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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1.6.16. 내 인생은 내맘대로

by 푸휴푸퓨 2021.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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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러지 않으려 애써도 자꾸 나의 욕구와 타인의 욕구를 혼동한다. 내 욕구는 단순하기 그지없는데 타인의 욕구까지 충족시키려 하면 내가 초라하게 느껴진다. 애쓰다가도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이게 다 무슨 의미인가 생각하면 허무함만 남는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매분매초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나를 놓치지 말아야지.

2.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며 남는 시간과 공간에 무엇을 채워 넣을지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굳이 그곳에 생산적인 무언가를 끼워 넣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안다. 가까운 사람과 나누는 실없는 이야기가 좋다. 퇴근 후 가족과 의미 없는 수다를 떨거나 남자친구와 결론을 알 수 없는 도돌이표 대화를 한다. 그 사이사이 터지는 박장대소가 소중하다. 그런 순간이 내 삶을 충만하게 한다. 결국 나는 그것을 위해 살고 있다.

그림같은 오늘의 창 밖 풍경

3.

서랍을 치우며 2018년 일기장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의 남자친구와 연애를 시작하던 때라 밝은 내용이 가득할 것이라 짐작했는데 열어보니 내용은 딴판이더라. 그때의 일기는 배설의 용도여서 일기장 속 나는 참 어둡고 일상을 사랑하지 않았다. 이런 기억은 남겨둘 필요가 없다 싶어 연애와 관련된 이야기만 사진 찍고 가뿐히 다 버렸다. 그때보다 성장한 내가 좋았고, 그 시간을 함께한 남자친구는 더 좋아졌다. 인생 별거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난 내가 나는 참 마음에 들어.

4.

잠시 놓고 있던 미니멀 일상을 진전시켜볼까 해서 방 안의 의미없는 물건을 좀 더 생각해보았다. 딱 한 칸 남아있는 책 중에서 한 권을 떠올렸는데, 알라딘에 파는 건 너무 헐값이니 당근마켓에 팔아볼까 했다. 알라딘 중고가는 얼마나 되려나, 무심코 검색했는데 세상에. 품절이 되어버린 책은 가장 싼 중고가 정가의 1.5배쯤 되지 뭐야. 갑자기 책에 대한 애정이 솟구쳐서 팔 수 없는 기분이 되었다. 미니멀 수양이 덜 된 저는 그저 자본주의 인간일 뿐입니다 그려.

5.

잘 열지 않는 부엌의 두 번째 서랍을 열었다가 아연실색했다. 엄마는 행주 대신 빨아쓰는 타월을 쓴 지 몇 년은 되었는데, 한 칸 가득 오래된 행주가 가득했다. 오래됐지만 새것이니 엄마는 절대 버릴 수 없겠지. 하나쯤 꺼내 내 방 청소용으로 관리하고 스멀스멀 모아다 치워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해야 엄마도 싫지 않게 치울 수 있으려나. (집) 주인님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행동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넛방 세입자의 삶.

6.

중학생 때 호기롭게 샀다가 어려워 읽지 못하고 방치한 월든을 드디어 읽기 시작했다. 15년간 마음의 짐이었지만 결국 팔아버리지 못한 책. 어려워도 참고 읽으리라 다짐했는데 막상 읽으니 어렵지 않더라? 10대의 내게 이 언니는 월든도 어렵지 않게 읽는다고 자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팔지 않으려니, 밑줄 쳐가며 열심히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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