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HAT/MINIMAL LIFE

내가 만족하는 미니멀라이프 실천 2 - 잉여 옷 소비하지 않기

by 푸휴푸퓨 2021. 7. 7.
728x90
반응형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아니다.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해야 하거나 최신 유행의 옷이 간절하지 않다는 뜻이다. 미니멀라이프를 위해 옷을 싹 정리한 후 나름대로의 옷 입는 기준을 마련하기도 했고, 소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옷을 사려는 욕구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매일의 동선에 옷가게가 없어 구경조차 하지 못하게 된 탓도 있다.

  부끄럽지만 SPA 브랜드 옷을 철마다 사는 습관이 있었다. 계절마다 유니클로의 세일을 기다려 엄마, 언니와 전투적으로 득템을 했다. 온라인으로 샀기 때문에 실패하는 아이템이 반드시 있었다. 옷장에 대충 처박아 두었다가, 박스에 넣었다가, 매몰차게 내다 버리는 게 루틴이었다. 아까워하지 않고 잘 버린다고 엄마와 언니는 감탄을 했다.

  내 미니멀리즘 외침과 불매운동의 여파로 우리 가족의 유니클로 쇼핑은 거의 없어졌다. 그럼에도 엄마는 간혹 세일 정보를 살펴보고, 어제는 몇 개의 물건을 사서 식탁 의자에 올려두었다. 아빠의 실내복, 엄마의 실내화, 청바지 레깅스.. 편하고 좋은데 너도 사겠느냐는 물음이 따라왔다. 가격도 좋고 품질도 괜찮으니 하나 살까도 싶었지만 글쎄, 그게 나한테 꼭 필요하진 않네. 엄마도 더 권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모든 유니클로 제품을 거부하지는 않는다. 사둔 옷 중 좋아하는 옷은 주구장창 입는다. 여름에 아껴 입는 고무줄 샤 스커트는 흔치 않게 세일하지 않는 품목을 샀던 것이다. 취향에 딱 맞는 디자인에 편하기도 해서 내적 점수로 만점을 준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어느 여름 길을 걷다 주차봉에 치마가 걸렸다. 재앙은 소리만 듣고도 알 수 있었다.

   낡고 헤어지는 재질의 천도 아니어서 찢어진 곳을 제외하곤 너무나 멀쩡한 옷이었다. 고민하는 나를 보고 엄마는 예전엔 다 이랬다며 옷을 기워주었다. 엥? 옷을 기웠다고? 퇴근하고 돌아온 내가 뭐가 어떻게 기워졌나 옷을 살펴보려는데 어디였는지 찾지를 못했다. 주인이 이 정도면 다른 사람들은 더 못 찾겠지. 그날 이후로 기워진 옷을 뿌듯하게 입고 있고,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도 내게 그건 뭐냐며 물어보지 않았다.

찍으려고 또 한참 찾았다

  미니멀리즘을 선택한 후 옷을 단 한 개도 사지 않은 건 아니다. 두 개의 상의를 샀다. 첫 번째는 촉감이 실크 같은 와이잭의 흰 티셔츠. 색이 바랜 티셔츠를 버리고 새 티를 사야겠다고 결심한 참이었다. 목이 늘어나려 하면 시보리에 낚싯줄을 넣어 늘어나지 않게 하는 법은 알지만 애초에 늘어나지 않는 옷을 갖고 싶었다. 와이잭이란 브랜드를 찾긴 했는데 아무 무늬도 없는 흰 티셔츠를 27,000원이나 주고 사야 할지 알 수 없었다(배송비도 별도라니!). 일주일을 곱씹다가 옷을 샀고, 크게 만족했고, 앞으로 모든 면티셔츠는 이곳에서 사리라 마음먹었다. 싼 것 여러 개 대신 비싼 것 하나를 사야 한다는 말이 무엇인지 절절히 느꼈다.

  두 번째는 당근마켓에서 산 4,600원짜리 네이비 블라우스(사실 3,000원이었는데 내가 반값 택배를 요청했다). 몇 년 전 가로수길에서 우연히 산 3만 원 대의 흰 블라우스는 여름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옷이었다. 보세로 산 옷이라 재구매도 어렵겠거니 하며 마음이 안타까웠는데 아니 글쎄! 당근마켓에서 우연히 색만 다른 같은 옷을 발견한 거다. 꼭 필요한 건 아니니 자제하자며 관심(하트)만 눌러두었는데 그걸 또 가격을 내려주시더라고? 이 좋은 옷을 왜 아무도 사주지 않는 건가. 결국 운명이라 여기며 구입을 했고, 원래 가지고 있던 흰색보다 훨씬 달게 잘 입고 있다.

채팅 1개 관심 1개 나야나 나야나

  세일에 혹해 구입했던 유니클로 옷과 일주일 이상을 고민하며 산 옷은 그 사용량을 비교할 수조차 없다.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물건을 줄이는 게 아니라 내게 소중한 게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일거다. 옷장을 열면 내가 좋아하는 옷만 단정히 걸려있을 때, 머리를 감으며 오늘 무슨 옷을 입을지 쉽게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을 때, 그리하여 정한 옷을 편히 입고 출근하여 좋은 촉감에 하루 종일 기분이 좋을 때, 나는 미니멀리즘을 알게 된 것이 축복이라 생각하게 된다.

  최근 KBS 환경스페셜에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지구는 하나이니 저 옷무덤에 내 옷이라고 없을리 없다. 설레지 않으면 치우자는 구호는 해결책이 아니다. 애초에 버리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과거가 부끄러운 순간이 자주 찾아온다.

"무심코 버린 옷 한 벌, 썩지 않는 쓰레기 되어 돌아와요"

 

"무심코 버린 옷 한 벌, 썩지 않는 쓰레기 되어 돌아와요"

김가람 KBS '환경스페셜' PD 인터뷰

www.hankookilbo.com

-------------------------

  매년 옷이 수만톤씩 들어오는 칠레의 한 사막. 점진적으로 패션 업계의 규모가 작아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