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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MINIMAL LIFE

제로웨이스트샵 방문기 4 - 비그린(B:Green)

by 푸휴푸퓨 2021.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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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민한 편은 못 되는 난 다양한 플라스틱프리 제품에 큰 불만 없이 적응하곤 한다. 스테인리스 빨대에서 스댕 향이 난다고요? 대나무 칫솔이 뻑뻑해서 잇몸이 아프다고요? 여러 걱정을 안고 산 물건은 전부 문제없이 생활에 녹아들어서 이제는 여간하면 고민 없이 생필품을 바꾼다. 그런 내가 아직까지도 플라스틱 케이스를 포기하지 못하던 제품이 있었으니, 바로 립밤이었다. 하루에 몇 번씩 립밤을 바르는 습관이 있는 내게 종이 케이스가 밤 제형에 젖는다는 후기가 많은 멀티밤은 영 마음에 차지 않았다.

  처음 알맹상점이 생겼을 때와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 이제 서울에는 제법 많은 제로웨이스트샵이 생겼다. 그중 무려 멀티밤을 알맹이만 살 수 있는 샵이 생겼다지 뭐야! 모나쥬의 멀티밤을 알맹이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얼른 반차를 냈다. 이번에 찾아간 가게는 대방역의 비그린이다.

유일한 외관 사진.. 이거라도 찍은게 어딘가!

  스페이스살림에 입점한 비그린은 비건 제품과 리필샵이 함께 있는 형태였다. 열성적으로 물건을 리필하는 손님이 한 분 있어 기분이 좋았다(사는 곳 근처에 리필샵이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규모는 크지 않지만 작지도 않아서 기본적인 리필 상품과 제로웨이스트 물건들, 나름 다양한 비건 식품을 살 수 있다. 아니 근데, 내가 사려던 멀티밤이 없네? 설마 잘 팔리지 않아 치워 버렸나 걱정하며 문의했다. 다행히도 날씨가 따뜻해져 넣어뒀다며 냉장고에서 꺼내 주셨다.

그냥 제품으로 사면 10g에 13900원인데, 알맹이만 사면 훨씬 저렴!

  미리 준비한 용기에 멀티밤을 담고 마저 매장을 둘러보았다. 나무 칫솔을 교체할 시기가 되었으니 닥터노아의 칫솔 두 개(1개당 2800원), 남자친구에게 먹여보려 골라본 이런저런 비건 과자(통밀츄러스크래커는 1개당 3500원, 팝코너 칩은 1개당 1000원, 비건 사탕은 한 봉지에 2500원이었던가). 비그린을 카카오 플러스친구로 등록했더니 우쥬라익미 아쌈 라이스티도 하나 얻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큰 장바구니를 가져오는 건데. 물건의 부피에 비해 가격은 2만 원 대여서 기분이 좋았다.

집에와서 찍은 득템샷

  빵빵해진 가방을 안고 가게를 나와 비건 베이커리 홀썸에 들어갔다. 미리 봐 두었던 스콘과 앙금빵(일리가 없는데 다른 이름이 떠오르질 않아)을 샀다. 월경상점에 가볼까 했지만 당장 생리컵을 쓸 용기가 없어서 패스. 1층에 예쁘고 친환경적인 공정무역 카페가 들어오면 딱 쉬기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날의 수확품도 구경하고 커피도 마시면 얼마나 좋을까. 길 건너의 카페까지 가기는 어쩐지 지쳐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나의 하르방봉지를 보고 주인분이 제주에서부터 갖고오셨냐며 웃으셨다(맞습니다)

  비그린은 초심자의 풋풋함이 느껴지는 가게였다. 접객이 풋풋했다고 해야 할까. 리필이란 행위는 손님이 적극적으로 행동하면서도 가게의 룰에 정확히 따라야 하는 만큼 입장하는 손님에게 먼저 설명을 해주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저울이 따로 비치되어있지 않고 매대에서만 잴 수 있다던가, 장바구니는 여기에 있다던가 하는 그런 사소한 설명이 있으면 좋겠단 마음이다. 어설픈 손님이었던 터라 떠오른 생각이지만(품에 한가득 과자를 안고 있으니 바구니를 가져다주셨는데, 나는 그게 뭐가 담겨있나 구경만 하고 지나쳤지 뭐야).

  마을버스 정류장 바로 앞 1층에 리필샵에 이렇게 생길 수 있다는 게 감개무량했다. 구경하고 있노라니 지나가다 들른 듯한 아주머니가 매장을 휘익 구경하고 가시더라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들어온 손님이 많아져서 비건 문화와 리필 문화가 더욱 퍼져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p.s. 멀티밤이 녹아서 냉장고에 넣어두셨다는 말에 안타까운 미래가 그려졌지만 일단 사긴 샀는데, 역시나 집에 오는 동안 멀티밤은 흐느적거리다가 내가 가져간 용기의 뚜껑에 녹아 붙었다. 뭐 어쩌겠나. 손가락으로 긁어내서 다시 용기에 담았고, 적당히 눌러가며 쓰려고 한다. 다음엔 밀폐가 잘 되는 미니 유리병을 가져가야겠다.

 - (몇 달 후 사용 후기) 멀티밤은 사무실에 놓고 립밤으로 쓰는데, 늘 상온인 사무실에서 전혀 녹거나 끈덕지게 달라붙지 않고 편안히 잘 쓰고 있다. 흐느적거린 건 사온 날 딱 하루라는 점! 들고 다니며 사용하기보단 한 곳에 두고 사용하면 별 문제없다는 게 나의 평이다.

p.s.2. 비건 과자는 전부 맛있었다. 멀티밤도 있고 과자도 맛있으니 다음에 또 방문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제로웨이스트샵이 많아지면서 가게 각각의 특색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는데 이 가게는 나름 특화 상품이 있다는 게 아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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