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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기보단 여유있을 것

by 푸휴푸퓨 2021.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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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 다니기 시작하면 착하다는 말이 칭찬이 아님을 알게 된다.

 

  인스타그램을 넘나들다 발견해 조용히 동의한 문장이었다. 그럼 이제 나쁘게 살아야 하나요? 그런 말이 아니다. 우리는 착하다는 말을 듣는 사람이 정말로 착한 사람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의 회사에는 정말로 착한 사람이 있다. 유능하고 친절하고 환경을 사랑하며 채식을 실천한다. 착한 분이라고 생각하지만 만만하다고 느끼진 않았다.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런가 하면 만만하다는 평가를 받겠다는 생각이 올라오는 사람도 있다. 성격은 그냥 평범하다. 다만 몸을 빼거나 게으르지도 않은데, 오히려 구멍 난 다른 이의 업무를 메우느라 고생하는 경우가 더 많은데, 가만히 있을 땐 당연하고 스스로 말을 꺼내도 그 공이 전혀 티 나지 않는 사람이다.

  잘 참기 때문에 처음부터 징징대지 않는다. 남보다 배로 힘든 상황이라도 일단은 조용하다. 결국 아무도 딱히 신경 쓰지 않게 되고, 힘들다는 마음을 알아채 주지 못한다. 나중에서야 겨우 그때 힘들었다고 말하면 그랬느냐고, 몰랐다는 대답만 듣는다. 이미 지나간 일을 굳이 끄집어낸다는 인상만 남긴다.

  사람들과 잘 지내려고 했을 뿐인데 강약약강인 사람에게 자주 공격대상이 된다. 쟨 윗사람에겐 그렇게 잘하면서 나한테만 이상하게 막 대한다고 생각한다. 잘 지내보려 노력하지만 상대는 까칠하고 불친절하다. 이렇게 무시당하고만 있을 순 없다고 겨우 마음을 먹어봐도 단호한 태도를 보이기 쉽지 않다. 내게 이런 태도를 보인다고 주변에 토로해봐도 잘 이해받지 못한다. 상대는 강자인 윗사람에게 싹싹한 태도를 보여 좋은 평판이 닦아두었기 때문이다. 결국 사무실에서 영문도 모른 채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이 생긴다.

  한 부서에서 사이가 좋지 않은 두 명이 있으면 옆 사람은 피곤하다. 부서의 분위기를 흐린다는 느낌을 준다. 그 부서의 두 명이 싸웠다는 소문이 사내에 퍼진다. 알고 보면 딱히 싸운 건 아니고 상대가 이러한 태도를 보였다고 주변에 말해보아도, 친한 사람 몇 명 외에는 사정을 깊이 알아주지 않는다. 친한 사람조차 적극적으로 편을 들어주기 어렵다. 실제로 사이가 나쁜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인사고과의 시기가 온다. 만만한 사람의 평가는 낮다. 홀로 한 고생은 아무도 몰라주고 동료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평만 남는다. 열심히 일했지만 결국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사이가 좋지 않은 둘을 함께 둘 순 없으니 부서 이동은 필연적이다. 부서에서 밀려났는데, 결국 스스로에게서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이유를 모르니 주변을 탓하게 된다. 이유 없이 자신을 싫어했던 강약약강 때문에 이 모든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한다. 만만한 사람의 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의아함이 생긴다. 정말 주변만 이상했던 걸까. 이 사람의 문제는 아닐까. 한 사람에게 억울한 일이 연달아 생긴다면 그 사람이 원인인 것은 아닐까. 만만한 사람에게 이런 의문을 굳이 내보이지는 않는다. 대신 네가 착해서 그랬다는 말을 남긴다. 본인은 모르는 사람들의 궁금증이 주변에 떠다닌다. 오래지 않아 평판의 디테일은 사라지고 부정적인 느낌만 남는다. 착하지만 부정적이다.

  정글 같은 회사에서 스스로를 지키려면 때론 독기가, 버티는 완력이, 이빨을 내보일 강단이 필요하다. 가만히 있는 이를 공격하는 맹수 같은 사람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우리는 맹수에게 공격받는 초식동물을 보며 야생의 섭리라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순하게, 만만하게, 그리하여 '착하게'라 퉁쳐질 태도로만 지내서는 회사의 섭리 상 어쩔 수 없이 공격받는다. 그 공격이 옳다 그르다를 따지는 건 소용이 없다. 그르다고 판별 난들 이미 공격은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렇게 되기 전 공격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잠깐의 불편함을 야기하더라도 필요할 땐 강단을 보여줘야 한다. 나는 초식동물이 아님을, 송곳니가 있지만 넣어두고 있을 뿐임을 슬쩍 내비치면 된다. 세상에 송곳니를 가진 착한 사람은 있지만, 송곳니가 있는데 만만한 사람은 없다. 송곳니를 가지고도 부드러운 태도를 보여 여유가 있다는 칭송을 듣는 게 가장 좋겠다. 착하다는 말보다 1000배는 듣기 좋은 말이다.

 

필요 이상의 사냥을 하지 않는다. 품위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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