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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는 셈 치고 P2P 투자 - 비플러스와 딱따구리

by 푸휴푸퓨 2021.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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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에 재테크 이야기는 거의 쓰지 않지만 나는 재테크를 -나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P2P 투자도 하고 있는데, 돌아보면 폰지사기와 다름없었던 어느 P2P 회사의 붕괴 후 나는 P2P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다. 그럼에도 두 곳의 투자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그중 하나가 '비플러스'다.

  최근 제현주 작가가 신간(돈이 먼저 움직인다)을 내고 임팩트 투자, ESG 투자에 대해 다양한 인터뷰를 하고 있지만 2년여 전만 해도 임팩트 투자란 말은 우리나라에서 그다지 듣기 쉬운 단어가 아니었다. 간단히 돈의 영향을 고려한 투자라고나 할까. 투자를 한다면 좋은 곳에 하고 싶었던 재린이는 열심히 인터넷을 뒤졌고, 작은 플랫폼 비플러스를 찾아냈다.

친절한 부자 너무 되고 싶다고요!

  다른 P2P 플랫폼에 비해 현저히 낮은 이율을 제공했지만 투자하는 사업체가 마음에 들면 돈을 넣었다. 투자한 곳이 잘 되거나 투자하지 않았더라도 눈여겨보았던 업체가 잘 되면 마음이 기뻤다. 상대가 잘 되면 순수하게 기쁜 투자가 아주 많지는 않으니, 기쁨을 이율 대신 주는 좋은 플랫폼이라 생각했다.

  선택한 상품들이 상환을 잘 해줘 고마웠지만 한 번의 부실에도 마음이 돌아설 것을 알고는 있었다. 아슬아슬한 P2P 세계를 떠다니던 어느 날 나는 다른 플랫폼에서 뺨을 맞았다. 좋은 곳에 투자한다는 말이 투자의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말은 아니기에(오히려 수익률이 낮은 사업을 한다는 말이면 몰라도) 비플러스 또한 가자미 눈을 뜨고 투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재투자를 멈추고 상환금은 인출하기를 몇 달, 아니나 다를까 걱정스러웠던 한 곳에서 연체가 났다. 두 번째 맞은 뺨이라 많이 아프지는 않았다. 플랫폼의 잘못이 아니라 사업이 망한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투자금을 상환시킨 모 사업이 곧바로 새 펀딩으로 올라온 걸 발견했다. 나는 이렇게 연달아 펀딩이 올라오는 상황을 몹시 신뢰하지 않는다. 아주 잠깐 돈을 융통해서 갚고 또 대출을 끌어 쓰는 형국인데 정작 투자자는 이전 펀딩이 직전에 있었다는 사실을 파악하기 어렵다(예전의 비플러스는 기존 펀딩 상환 정보를 기재해주기도 했는데 요 사업은 없더라). 다른 플랫폼에서 이런 상황을 발견한 뒤 재펀딩을 해주는 기준을 문의했는데 제대로 된 대답을 듣지 못했다. 비플러스라고 제대로 대답해 줄까? 마지막까지 아낀 플랫폼을 불신해야만 하나?

  마음이 공허해진 와중에 딱따구리 우따따 북클럽의 상품이 올라왔다. 비플러스에 올라오기 전에 이미 알고 있던 사업이었다. 딱따구리는 아이들이 균형 잡힌 시각을 갖도록 그림책을 큐레이션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업의 표본이라고. 몇 년 전 동구밭에 투자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는데, 이 사업도 지나쳤다가는 후회할지 몰라. 고민을 거듭하고 인스타 라이브를 지켜봤다. 차마 지나칠 수가 없었다.

공주 이야기는 이제 그만

  한참을 고민하다 응원하는 활동을 하는 작은 사업체를 위해 마지막 남은 신뢰를 끌어모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돈을 내다 버리는 심정으로 투자금을 넣었다(그렇게 각오해야 회수하지 못하더라도 상처받지 않을 기분이었다). 그릇이 작은 내게 돈을 빌려주는 일은 참 어렵다. 속는 셈 치고 눈을 질끈 감았다. 투자가 성공했으면 좋겠다.

 


 

  슬픈 후기. 투자 후 이자는 들어오고 있지만 약속한 리워드는 소식이 없고(한 번 있었는데 그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상환이 안돼 후처리를 하고 있다는 메일을 받은 다른 상품은 메일 한 통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이 두 가지를 정리해서 비플러스에 문의글을 남겼는데 몇 달이 지나도록 어떤 연락도 없다. 그냥.. P2P는 이제 포기하려고.

 


2024년 1월의 늦은 후기

  작성한 후 오랜 시간이 지난 글을 딱따구리 대표님이 찾아주셨다. 어찌된 영문으로 리워드가 도착하지 않았는지는 모르지만, 댓글과 이메일 교환 끝에 감사하게 리워드를 받기로 했다. 집에 그림책 두 권과 쪽지가 도착했다. 한 권은 아는 책이었고, 한 권은 처음 보는 책이었다. 둘 다 마음에 들어서 기분이 좋았지. 어린 시절 공 차는 그림책을 읽었다면 나도 공을 차는 소녀였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공에 맞아서 안경이 깨져 본 적은 있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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