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지겹다고 푸념하는 마음의 기저엔 회사가 시간을 저당 잡았단 생각이 깔려있다. 나는야 시간을 파는 노동자. 그렇다면 회사가 시간을 주었을 때 누구보다 즐겁게 보낼 수 있어야지 않겠나. 회사 밖 시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면 나는 평소에도 회사 탓을 할 수 없다. 그리하야 나는 계획을 (나름) 열심히 세우고 열심히 지키기로 했다. 노는 건 즐겁고도 체력이 많이 필요하다, 는 게 나의 감상. 회사가 없어도 삶이 공허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Day 1 (8월 2일)
헬스에서 10시 반 GX 수업을 들었다. 처음 듣는 GX 수업이었는데 적당히 힘들어 좋았다(하지만 이후 다섯 시간 정도의 기력을 앗아간 듯 하다). 몸을 쭉쭉 늘려주는 스트레칭이 좋다. 앞으로도 종종 듣겠다고 결심했다. 다리가 후들거려서 유산소 운동 30분은 채우지 못했다.
점심을 먹고 신중동역에 있는 어느 카페에 갔다. 7호선을 타고 가는데 맞은편에 배우 오만석이 앉아있었다. 이렇게 봐도 저렇게 봐도 오만석이 맞았다. 나보다 일찍 타서 나보다 늦게 내렸으니 제법 오래 타고 있었다. 배우도 새치가 나는구나 하는 생각, 유선 이어폰을 쓰는구나 하는 생각, 뭐 그런 생각을 하려니 목적지에 도착했다. 멋진 헤드윅 공연하시길.
카페는 내가 뭘 기대했는지는 몰라도 그냥 평범한 동네 카페였다. 기가 막힌 커피맛을 기대했던 것도 같고. 적당한 맛에 적당한 분위기였다. 인스타에 올라왔던 에그타르트를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평범한 쿠키앤크림 치즈케이크를 먹었다. 커피가 몹시 당기는 맛이었다.
창밖에 자전거 보관소가 있었는데 '자전거 점포정리, 6만 원 상태 양호'라는 종이가 어느 자전거에 붙어있었다. 저 자전거가 6만 원이라는 거야 아님 점포에 연락하면 6만 원짜리 양호한 자전거가 기다리고 있다는 걸까. 추어탕을 먹고 역으로 들어오니 칙칙폭폭도서관이란 게 있었다. 지하철이라 칙칙폭폭인가. 역사 내 도서관이 늘 텅텅 빈 것과는 달리 아이들이 몇 명 있었다. 아주 귀여운 꼬마 양도 열심히 독서 중이었다. 이런 도서관을 보면 뿌듯하다.
미술 학원에 등록했다. 오일파스텔이 듬성듬성한 내 성격에 잘 맞아 보여 써보고 싶었는데, 혼자 사서 대충 포기하느니 학원에 다녀보면 좋겠다 싶었다. PT 이후의 새로운 만남이 필요하기도 했고. 첫날이라 연필로 명암 잡기, 간단한 드로잉 카피 정도만 할 줄 알았는데 금방 끝나서 오일파스텔 채색도 했다. 근데 종이 질이 그냥 그래서 그런가. 오일파스텔이 겹겹이 올라가지 않고 밀려서 실망스러웠다. 어쨌거나 다음 주엔 완성할 수 있겠지. 그림 그리기는 역시나 재미있었다. 몇 달은 다닐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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