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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1.8.6. ~ 8.7. 바쁜 단기 휴식인의 기록 5 (fin.)

by 푸휴푸퓨 2021.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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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5 (8월 6일)

  마카롱 만들기가 끝나고 광장시장으로 이동해 늦은 점심을 먹었다. 주말에 가면 사람이 많을까봐 시도하지 않았던 참치김밥+잡채 가게에 갔다. 백종원의 3대 천왕에 나왔다는데 난 요즘 열심히 보는 '플랜 D' 유튜브 채널에 두어 번 등장해서 먹어보고 싶었다. 시장이 반찬이어서 그런지 원래 맛있어서 그런지 아주 맛있게 흡입했다. 2인분에 고작 오천 원(어묵을 먹으면 좀 더 비싸짐)!

  2차는 광장시장 갈 때마다 자리잡는 '누이네 빈대떡'. 맛도 평균 이상인 데다 가게가 안에 있어 비교적 쾌적하다는 이유로 늘 들어간다. 벽에 붙은 문구로 추측해보건대 순희네 빈대떡과 가족 관계이지만 떨어져 나온 게 아닐까? 고기완자에 녹두빈대떡 2장이 나오는 모둠과 지평막걸리를 호로록 먹었더니 배가 터질 것 같았다(하지만 우리 배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지). 더위에다 막걸리 취기까지 더하니 아주 얼굴이 세차게 달아올랐다.

  나들이를 끝내고 호캉스를 하러 이동했다. 부모님께는 동료네 집에서 자겠다고 해뒀지(엄마 미안).하지만 과거 '남자친구와의 여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해 '몰래 다녀오라'는 답을 들었던 터라 시키는 대로 하고 있다고 -뻔뻔하게- 주장해 본다. 코시국 덕분에 호텔마다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상품이 있어 좋다. 나는 을지로에 있는 PJ호텔 명동의 30시간 스테이를 선택했다. 호텔 근처 환경이 아주 좋진 않지만 배달할 음식점도 많고 편의점과 베이커리가 1층에 있는 데다 객실에 전부 욕조가 있어 호캉스 하기 편리한 호텔이었다.

  30시간 스테이는 트윈이거나 랜덤배정 상품밖에 없었는데, 랜덤 배정으로 했더니만 트윈을 배정해 주시더라고(랜덤..). PJ호텔이 원래 풍전호텔이었다더니만 방 안에 에어컨이 옛날 방식이라거나 세면대 수전이 좀 낡았다거나 하는 면에서 예전 호텔의 향기가 났다. 하지만 덕분에 욕조가 다 있는 거겠지. 내가 술에 취해 곯아떨어져있는 동안 남자친구는 좋아하는 반신욕을 했다.

  저녁에는 여자 배구 준결승전이 있어 피자를 시켰다. 하지만 쫄보는 참지 못하고 결국 껐지. 아니, 보는 나도 이렇게 떨리는데 경기에서 뛰는 선수는 다들 심장이 왕큰가? 약한 상대에게 어처구니없게 지면 화나지만 강한 상대에게 멋지게 싸우다 지면 그것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번 올림픽은 동메달과 무메달도 멋지게 축하해주는 분위기라 아주 좋았다.

  그리하여 쫄보는 배구 대신 킹스맨(이제 이정도 19금 영화는 잘 보는 세쫄=세미쫄보)을 보고 잠이 들었다. 코로나 초기 맑아진 자연을 본 뒤 타노스의 심정에 꽤나 동의하는 나로서는 발렌타인이 생존자를 선별하는 방식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인간이 지구의 바이러스라는 말엔 깊이 공감했다. 에어컨이 팡팡 나오는 객실에서 자려니 아주 쾌적하다 느낀 나는 바이러스 No.10459쯤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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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6 (8월 7일)

  부지런히 호텔 조식을 먹고, TV에서 해주는 엑시트를 보다가 뒹굴거리다가... 구운 고기가 먹고 싶어 목살 쌈밥을 시켜먹고 과자도 먹고 맥주도 먹고 낮잠도 자니 어느덧 퇴실시간이었다. 홍대로 이동해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봤는데 영화는 킬링타임용으로 괜찮은 내용이었다(별을 보며 자유롭게 유영할 때가 가장 행복했단다). 다만 좌석이 140석 정도 되는 상영관이었는데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한 30석 남아있더라고? 110석 넘게 남았을 때 예매했던 터라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코시국이 시작된 후 이렇게 사람 많은 상영관은 처음이었다. 백신의 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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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대는 젊은이가 많아 옷차림도 트렌디한 것이 구경할 게 많았다. 산골짜기 직장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빠른 유행이렷다. 사람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지만 동시에 확실히 나이가 들었구나 싶었다. 한때는 나도 홍대에 매일 가는 사람이었는데, 라떼는 말이야! 그땐 유행을 알고 돈이 없었다면 지금은 돈은 있는데 유행에 관심이 없다. 뭐든 다 때가 있는 법이겠지.

  그렇게 한 주의 휴식이 끝났다. 매일이 재미있어 만족스러운 기간이었다. 회사가 없으면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지 연습해서 좋았고, 환경 관련한 봉사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나만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고 싶다. 풍성한 이야기에 많이 행복했다. 내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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