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공간, 나의 책상 (feat. 빌리브)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 인테리어와 관련된 여러 콘텐츠를 소비하는데 그중 신세계에서 발행하는 빌리브 매거진도 심심찮게 접속한다. 여느때와 같이 기사나 읽으러 들어갔던 어느 날, 빌리비어를 뽑는다는 말에 설레서 지원했더니 덥석 뽑혔다. 덕분에 나의 공간에 관해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다.

  집순이는 공간이라면 단연 집(과 그 안의 내 방)을 최고로 꼽는다. 다만 내가 사랑하는 방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번 떠들어둔 바가 있어 살짝 고민하다 깨어있는 시간 대부분을 보내는 책상을 특별히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하루 중 내가 머무르는 책상은 두 군데인데 내 방의 책상과 회사의 책상을 모두 소개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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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책상은 방 창가에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어머니가 골라주신 책상인데 10살의 나도 31살의 나도 만족하며 잘 쓰고 있다. 미니멀을 추구하는 방에서 유일하게 복닥거리는 공간이다. 책상 옆에는 옷걸이가 있어 계절에 맞는 외투가 한 벌씩 늘 걸려있다. 많은 짐을 들고 다니는 편이라 가방은 무조건 가벼운 에코백을 맨다.

사랑하는 방의 현실적인 모습 (feat. LED등)

  책상에는 정말 내가 아끼는 것만 남겨두었다. 가장 아끼는 책, 가장 아끼는 장식품, 가장 아끼는 엽서들. 손 닿는 아래쪽에는 그림을 그릴 오일파스텔과 색연필이 있다. 단순한 모양이 좋아서 일체형 PC를 샀는데 아주 만족스럽게 사용한다. 책상 거울을 올려두고 화장대 용도로도 사용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앉는 책상이다.

워렌 버핏 영상을 보고 있네

  주말 오전이면 여유있게 앉아 차를 마시며 책상 앞에 앉아있다. 컴퓨터도 하고 일기도 쓰고 책도 보고 멍도 때린다. 눈을 어디에 두어도 좋아하는 것뿐이라 마음이 편안하다. 명상이 별 거 있나. 책상에 앉아 눈만 감아도 마음이 평온하다. 안전하다는 생각이 드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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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 책상에는 일주일에 5일간 8시간씩 앉아있다. 수많은 선 덕분에 정리된 느낌을 주기가 쉽지 않다. 프린터, 전화기, 컴퓨터와 부속들, 물과 차를 마시는 텀블러, 본체와 선인장, 달력이 있는데 나에게 맞게 자리를 구성하려고 많이 애썼다. 사무실에서 2국선 전화기를 힘들게 찾아냈고, 저소음 키보드와 버티컬 마우스, 높은 모니터 받침대 모두 고심해서 구비했다. 물건이 많은 게 싫어서 펜은 삼색펜 하나, 포스트잇도 한 가지만 둔다. 일을 시작하면 여기에 업무노트를 꺼낸다.

모니터 밑에 숨겨둔 아몬드 브리즈가 보인다^_^

  집중하여 빠르게 일하는 걸 선호해 마음을 산만하게 할 군더더기는 최대한 줄였다(코시국이 지나가면 사무실에서 쓰는 덴탈마스크도 얼른 치워버려야지). 물건마다 나만 아는 이야기가 있지만 구구절절 설명은 지나가도록 하자. 새 키보드와 마우스, 텀블러를 구비하고 싶을 때가 많지만 버리면 모두 쓰레기이니 수명이 다할 때까지 쓰고 또 쓰기로 했다. 적성에 맞는 부서에서 즐겁게 일하는 중이라 회사 책상에 앉아도 마음이 편하다. 고등학교 시절 어느 50대 여자 선생님이 이 나이에 사회에 내 이름 쓰여있는 자리가 있는 게 다행이라는 말을 수업시간에 하셨다.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요즘의 내가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이 사무실에 내 자리가 있어서 행복하다. 이 자리가 내 자리라는 게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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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책상을 좋아하는 이유는 몰입과 평안을 동시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를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나는 두 책상에 앉아 세계를 바라보고, 또 내 세계를 만든다. 늘 아껴주고 관리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책상이 소중한 만큼 내 세계도 소중해지니까.

  빌리브는 광고로 범벅이 되어있는 어지간한 콘텐츠 사이트와는 달리 깔끔하고 산뜻한 인상을 주는 온라인 매거진이다. 인테리어와 공간, 예술 등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데 사진과 글이 편안한듯 감각적이라 읽기가 즐겁다. 다만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이 사이트를 정기적으로 기억하기는 어려운 일. 일주일에 한 번 뉴스레터가 오면 마음에 드는 꼭지가 있는지 훑어본 후 관심 있는 기사의 전문을 읽으러 간다. 공간에 관심이 많고 깔끔한 콘텐츠를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빌리브 뉴스레터 구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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