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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MINIMAL LIFE

내가 만족하는 미니멀라이프 실천 4 - 기념품 분별하기

by 푸휴푸퓨 2021.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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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언가를 준다는데 거절하기란 어렵다. 주는 정성을 무시하는 인상을 주는 게 가장 문제다. 내성적인 내게 기왕 준다는 호의를 거절하기란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만큼이나 불편하다.

  토스피드 콘텐츠를 때때로 읽는데 어쩌다 보니 이용자 설문조사 페이지를 발견했다. 토스에서 이 토스피드 페이지를 잘 키워보려고 하는 느낌이 들어 응답을 했지. 응답을 하다가 추첨해서 기념품을 준다는 말에 멈췄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기념품에 당첨됐다는 연락이 왔다. 플라스틱이 오지 않기만을 바랐는데, 플라스틱은 아니지만 플라스틱보다 무용한 것이 오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왜 웃기까지 하세요

  금융 응급 키트 정도로 기획된 기념품은 대체 아무데도 쓸모가 없었다. 틴케이스 안에 기초적인 금융 상식을 적은 종이 카드가 있었는데 심각하게 기초적이라 읽어도 매양 도움 될 부분이 없었다. 딱히 읽어보라고 건넬 사람도 떠오르지 않고. 그런가 하면 이모지 스티커 키트는 또 어째. 스티커 마니아인 나지만 다양한 이모지 중 어디에 붙이고 싶은 모양은 한 개도 없었다. 내 나이 서른이 될 때까지 가져본 똥 스티커 중 가장 큰 똥을 가졌네(인생 첫 똥이자 마지막 똥이 되기를 바랄 뿐). 종이 카드가 담겨있던 틴케이스와 스티커가 담겨 있던 플라스틱 주머니가 그나마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런가하면 서울국제도서전의 기념품도 있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좋아하는 북튜버 '겨울서점'이 신간 라이브를 진행했다. 좋아하는 북튜버와 소통한다는 흥겨움 반, 센스 있는 멘트로 많이 소통하고 싶다는 경쟁심(?) 반이 섞여 열심히 챗을 날렸다. 그리고 무언가 기념품에 당첨됐다.

책! 긋닛! 책!

  챗을 날리면서도 기념품은 가지고 싶지 않았는데, 물건 대신 김겨울님이 나를 언급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 되었을 테다. 어쨌거나 기념품은 집으로 날아왔고 스티커와 손수건, 에코백이 내 손에 남았다. 휴. 이건 또 뭐람?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은 '긋닛'이라고 하는 고어를 활용했는데 아니.. 긋닛을 제가 어디에 붙여요... 긋닛도 아니고 뭣도 아닌 이상한 모양은 또 뭔데.. 대체 스티커를 가지고 다들 나에게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만하면 토스가 양반이지.

  에코백도 손수건도 품질이 아주 좋지는 않아서 에코백은 제로웨이스트샵에 가져다 주기로 했다. 면이 아닌 손수건은 그냥저냥 사무실용으로 쓰기로 했고. 짧은 기간 내 두 곳의 기념품을 받으며 의아했던 부분은 기념품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점이었다. 정말 이 물건을 받으면 그쪽의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리라 믿었을까? 회사 행사로 기념품을 제작해본 입장에서 솔직히 그 답이 '아니오' 임을 안다. 한정된 예산에서 적당히 제작했겠지. 받는 사람의 기분은 신경 쓸 여유가 없었겠지. 돈이 부족하건 말건 진행은 해야 하니까.

  중국제 양산형 저가 기념품을 받고 싶지 않다. 최근에 알게 된 걷기 어플 '워크온'에는 당양한 걷기 이벤트가 있다. 이마트 상품권이나 카페 기프티콘도 있지만 자체 제작 기념품을 나눠주는 이벤트도 있다. 그들은 대체로 기념품이 무엇인지 적어주지 않는다. 그럼 또 무슨 이상한 걸 줄까 싶어 선뜻 참여 버튼을 누를 수 없다.

귀여워서 참여를 누른 뒤에야 기념품 메달을 알게 된 포켓몬 패밀리런^_ㅠ

  작은 행사에 기념품을 주는 문화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뭐든 받기만 하면 기뻐한다는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양품도 다다익선이 아닐진대, 품질을 알 수 없는 공산품은 결코 다다익선이 아니다. 주기 전에 수령 여부를 물어 주면 좋겠다. 무슨 물건인지도 좀 알려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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