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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MINIMAL LIFE

제로웨이스트샵 방문기 7 - 더피커(the Picker)

by 푸휴푸퓨 2021.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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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로웨이스트가 유행하기 전 제로웨이스트샵을 검색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밖에 없는 곳이 바로 더피커다. 더피커는 우리나라 최초의 제로웨이스트샵으로 서울에 알맹상점과 더피커만 있던 시절도 있었는데, 어느새 전국에 제로웨이스트샵이 다양하게 생기고 있으니 세월이 하 순식간이로다(할아버지 말투). 존재는 알았지만 성수에 나갈 일이 없어 방문을 못했는데, 가까운 곳에 들를 기회가 생겨 마침내 다녀왔다.

햇살 조오타

  서울숲역에서 내려 더피커까지 가면서 성수는 정말 핫한 곳임을 실감했다. 긴 길을 따라 사람이 북적이는 젊은 취향의 가게가 늘어서 있고 공사 현장도 여러개였다. 여전히 일반 주택으로 쓰이는 집도 있고(서울에 마당 있는 단독주택이라니 부러워!). 주택가가 상점가로 변하는 가장 빛나는 시기인게 한눈에 보였다. 이런 식으로 변화한 장소를 서울에서 몇 번은 겪었는데, 성수는 5년 후에 어떤 모습이려나 궁금하기도 했다.

  보통의 제로웨이스트샵은 생활잡화점이기에 감성적인 디스플레이를 하기는 어렵다. 더피커는 가게의 외양도 멋졌지만 우드-베이지 풍의 내부도 신선했다. 이 정도면 제로웨이스트샵이 아니라 감성 소품샵인데! 널찍한 가게 크기와 베이지-우드톤의 차분한 내부가 인상적이었다. 판매하는 물품도 미감과 실용도를 고려해 잘 큐레이션 한 느낌이었다.

건물 외벽도 내부 감성도 멋진 가게

  사려고 점찍어두었던 오리진밤과 작은 스텐 집게를 샀다. 삼베 수세미가 있으면 사려 했는데 천연수세미만 있어서 아쉬웠다. 아쉬움이야 나만의 마음이고, 가게에 구경하는 사람이 많아서 좋았다. 더피커는 제로웨이스트샵을 가려고 찾아오기보다 멋진 주말 외출 중 들어가 보는 제로웨이스트 컨셉의 예쁜 소품샵이구나. 이렇게 사람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 변화 캠페인도 좋지만 시나브로 자리잡는 유행이 무서운 법이니까.

  지금 자리의 더피커는 곧 문을 닫는다. 방문을 위해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한 다음날 건물 수리로 인해 가게를 닫는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외벽 예쁜데 왜죠!? 거리의 분위기를 보니 건물주의 마음이 이해가 되기는 했다. 다른 장소에서 다시 시작할 거라니 그나마 다행이지. 나는 테트라팩을 가득 들고가 도장을 받았다. 도장은 다시 방문하겠다는 뜻이니, 더피커가 새로운 곳에서 멋지게 둥지를 틀었으면 한다. 첫 타자는 힘겨운 싸움을 한다. 제로웨이스트샵의 시조새가 멀리 날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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