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팩, 멸균팩보다 훨씬 분리수거가 쉬운 품목이 바로 '페트병'이다. 예전에는 라벨 떼기가 참 힘들었는데 여론이 동요하니 기업도 변해서 이제는 순식간에 뗄 수 있다. 이렇게 쉬운걸 그동안 안 해줬단 말이야? 부아가 치밀지만 어쨌거나 변화는 감사하고 페트병은 모읍니다. 쓱싹 라벨을 떼고 내용물을 물로 헹궈주면 준비는 끝난다.
뚜껑 모으기
페트병을 유심히 살피면서 제일 먼저 시작한 건 뚜껑 모으기였다. 이 역시 알맹상점의 캠페인 덕이었는데, 플라스틱 방앗간과 협업해 병뚜껑을 재활용한댔다. 외출해서 페트병을 쓰다가 병을 챙겨 오기는 번거롭지만 뚜껑은 부피가 작아 간편했다. 모으니까 금방 쌓이더라고? 내 병뿐만 아니라 지인의 병을 뚜껑만 받아오기도 하고, 수집가처럼 뚜껑이 생기면 내게 달라 홍보하기도 했다. 플라스틱 빨대를 쓰지 말자고 하는 것보다 훨씬 반발이 덜해서 주저 없이 말하기도, 뚜껑을 모으기도 좋았다.
페트병 뚜껑이 무조건 재활용 가능한 건 아님을 모으면서 처음 알았다. 내부에 실리콘이나 스티로폼이 들어간 뚜껑이 있더라고(뚜껑 본체의 색과 다르기 때문에 구분은 쉽다). 재활용을 할 수 없음을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음료는 다시 구입하지 않았다. 플라스틱에 든 음료를 사 먹는 일도 거의 없지만 이래저래 소비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페트병 뚜껑은 누구나 쉽게 모으기 시작할 수 있고, 나도 성실히 재활용품을 수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붙여주는 품목이니 분리수거에 자신없는 사람도 도전해보기를 권한다.
페트병 모으기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페트병만 따로 모은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주 예전에 분리해서 수거했던 적도 있었지만 사라져서 아쉬웠는데, 다시 부활한다는 거야! 분리수거를 하러 나가 포대자루를 살펴보니 완벽하진 않아도 시작에 의의를 둘만 했다. 자루를 뒤적여 라벨을 떼거나 뚜껑을 수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경비아저씨가 좋아하지 않으실 듯해 눈동냥만 했다.
*참고: 페트병을 분리수거할 때 뚜껑과 뚜껑고리를 제거할 필요는 없다(분리수거 과정에서 분리가 되기 때문). 그러나 분리만 되고 뚜껑이 재활용되는 건 아니니 기력이 있다면 뚜껑만 모아 수거하는 곳에 갖다 주면 좋다.
그렇게 페트병 분리수거를 실천하고 있는데 주민센터에 무려 페트병 수거 기계가 생겼다. '오늘의 분리수거' 앱을 깔아 사용할 수 있는 기계였는데, 노스페이스에서 가져가 의류 원단으로 업사이클링하는 모양이었다. 우리 구의 주요 사업에 환경 부문이 나름 들어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지. 어플을 사용해 페트병을 수거함에 넣으면 포인트를 주었고, 포인트를 모으면 우유나 피자 등을 어플 내에서 살 수 있었다. 리워드를 택배로 배송하는 게 좀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고작 하늘보리 한 병을 위한 택배라면 그 탄소발자국은 또 어째!) 나름 참여자의 구미를 당기는 좋은 방법이긴 했다.
페트병이 생기면 출근길에 기계에 넣기 시작했다. 이 기계의 존재 자체는 내게 반가웠고 저녁에 페트병이 한 포대씩 묶여있는 걸 보면 마음이 흐뭇했다. 다만 어플 운영 방식 상 라벨을 인식시켜야 하는 점은 상당히 불편했다. 분리수거를 위해 습관적으로 라벨을 떼어버려서 기계에 넣지 못한 병이 많고, 기계에 라벨을 인식시키고는 넣기 전 급히 떼야하는 부분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급한 출근길에 쓱싹 넣고 가고 싶은데 이래저래 단계가 많다.
그래도 투정만 부릴 순 없지. 누구보다 열심히 애용하는 주민이 되어 구청에서 페트병을 넘어선 다른 기계를 비치할 의지가 생기게 하고 싶다. 알루미늄 캔은 바코드가 캔에 바로 있으니 라벨 분리도 안 할 테고 좋잖아? 검색해보니 '오늘의 분리수거' 기계가 너덧가지 종류는 있던데, 여기저기 설치돼서 모든 사람이 분리수거에 혈안이 되면 좋겠어.
나는 더 많은 품목을 멋지게 분리수거하는 힙쟁이가 되고 싶다. 요즘 내 소비를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쓰레기에 대한 죄책감이다. 그러니까 기업들은 좀 분발하란 말이야! 돈을 쓰려고 드릉드릉할 때 잽싸게 나타나는 친환경 브랜드가 많았으면 한다. 스슥 지갑을 열어주겠다.
*글을 올리고 한달도 되지 않아 긍정적인 변화가 있어 기록해 둔다. 리워드는 택배배송이 아니라 쿠폰으로 받을 수 있는 품목이 추가되었다. 또 기계 앞에서 라벨을 떼는 수고를 덜게 무라벨 페트의 경우 찍을 수 있는 바코드가 기계 바로 옆에 비치되었다. 어느날 페트병을 넣으러 가서 바코드를 인식시키고 있는데 관계자분이 뒤에 앉아계시다 직접 설명해주셨다(아침 8시 반도 안된 시각이었는데, 깜짝 놀랐지 뭐야!). 플라스틱을 잘 쓰지 않으니 페트병을 구하기가 어려운데, 어쨌거나 생기는 페트병은 모조리 넣어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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