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HAT/YEAR CLOSING

[2021 총결산 시리즈] 2021년 월별 정리

by 푸휴푸퓨 2021. 12. 27.
728x90
반응형

  변화가 많은 2021년인데 시간이 흘러가는 것만 기억난다. 점점 기억력이 나빠지는 걸 느낀다. 10대의 나와 비교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25살 사회초년생이었던 나와 비교해도 형편없다. 같은 걸 여러 번 확인하는 내 행동을 느낄 때 사뭇 공허하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기억에 남는 게 없다. 현상을 느꼈으면 행동해야 한다. 내년에는 또렷해지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

Photo by Cristian Escobar on Unsplash

 

1월

  입사 4년 차에 두 번째 부서로 발령이 났다. 옛날 책을 다루는 곳이다. 취향에 맞는 부서인 데다 실장님이 좋기로 소문난 실이라 만족스러웠다. 이곳에서 몇 년을 묵혀주면 좋겠단 마음. 좋은 곳에 왔으니 일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적응을 위해 노력했다. 새로운 일을 많이 배웠는데, 새 일을 배운다는 사실이 활력이 됐다. 건강한 긴장감이 좋았다.

  코로나로 문을 닫았던 헬스가 운영을 재개했다. 3월 초 언니의 결혼을 바라보며 열심히 운동했다. 2021년에는 날씬한 내가 될 수 있을까. 더 건강한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

 

2월

  예전에도 그랬고 몸무게의 앞자리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 3kg대에서 정체기가 왔다. 오늘은 좀 빠져 있으려나, 하는 기대가 무너지면 체중계 위에서 기분이 착잡해진다. 늘 이정도까지 빼고 다시 살이 찌는 과정을 반복했다. 내심 이쯤에서 만족하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20대를 마무리하고자 컨셉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매일 한 개의 질문이 오면 밴드에 답을 올리는 형식이었다. 스스로 만족할만한 답을 했다고 생각했고, 이만하면 20대가 마음에 든다는 결론을 얻었다. 잘 살았어 나 자신! 브런치에도 글쓰기를 시작했다. 소주제에 대해 찰나의 생각을 담아보고자 했는데 흠, 제대로 된 방향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3월

  언니가 결혼했다. 슬프지 않았는데 다들 슬프냐고 물어보았다. 이리저리 생각해봐도 끝내 슬프지 않았다. 언니가 어디로 떠나버리는 상황도 아니니까. 회사의 바쁜 시기와 겹쳐 피곤하다고 툴툴댄 일이 미안함으로 남았다. 난 아직 성숙하지 못하군.

  집안의 큰 일이 지나가고 나니 마음이 살짝 길을 잃었다. 정신을 붙잡고 30대를 어찌 살아갈지 고민했다. 나름대로 삶의 방향을 구체화시켜 보았다. 직업(직급에 맞는 업무 수행 능력, 나를 표현하는 방법 습득), 재테크 스텝 2(억 단위, 부동산)를 잘 이뤄낼 것. 간소한 삶을 유지하는 독립적인 사람. 나를 지킬 수 있을 만큼의 체력도 유지해야겠지. 남에게 보여주는 삶보다 내게 충만한 삶을 생각한다. 넓은 세계를 유영하며 살고 싶다.

 

4월

  올해의 고과도 좋지 않았다. 승진 후 첫 고과는 원래 낮은 좋은 핑계가 있어 몇 시간만 찌질 대다 원기를 회복했다. 덕분에 성취감과 만족감을 위해서는 절제가 필요함을 알았다.

  마냥 늘어지기만 해서는 결국 권태가 찾아온다.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고 마냥 쉬는 일상의 끝이 행복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른이 된 지 무려 10년 만에야 깨달았다. 운동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날씬해서 예뻐지기 위한 운동이 아니라 내 삶을 행복으로 이끌기 위한 운동. 예전만큼 운동이 싫지 않아 졌다. 귀찮은 건 여전하지만.

 

5월

  올해는 부모님의 환갑임에도 저축 목표에 환갑 선물 비용을 넣어두지 않았다. 엄마의 생신이 다가왔는데 저축액에 목을 매며 돈을 아낄 생각을 하더라. 그런 나를 돌아보고 왜 저축을 하는지, 돈을 모으는 이유가 무엇인지 반성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잘 살고 싶어서였잖아. 나를 옥죄던 저축 목표에서 해방됐다. 나를 고통스럽게 만들면서까지 돈을 모으지는 말기로 했다. 그건 그냥 구두쇠일 뿐이다.

  남자친구와 3주년을 기념해 반지를 맞췄다. 남자친구는 본인을 제외한 가족의 생일이 3, 4월에 몰려있다. 재취업을 한 뒤 첫 가족행사라 꽤 허덕였음을 알면서도 반지 이야기를 꺼냈다. 너의 이직이 이렇게 오래 걸릴지 모르고 우리는 반지를 잠정적으로 미뤄뒀었다. 네가 먼저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적극적으로 반지를 찾아 나섰다. 반지는 둘의 취향을 반영해서 심플한 모양으로 골랐고, 두고두고 쳐다봐도 마음에 든다. 안쪽에는 서로의 이니셜과 처음 만난 날이 쓰여있다. 나와 오래 함께해 주어서 고마워. 그나저나 사이즈를 하나 작게 했어야 했다. 쩝.

 

6월

  아무 일도 제대로 하지 않고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복기하니 연초에 세운 목표를 성실히 지치고 있었다. 매일 성실히 일상을 유지하는 내가 사랑스러워서 마음이 쳐지지 않았다. 일상이 홀가분하고 원하는 대로 살고 있다는 느낌이 가득했다. 피곤하면 쉬고 활력을 위해 운동한다. 단순함을 지키는 것이 가장 어렵고, 나를 움직이는 건 결국 내 마음뿐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도 꾸준히 기록을 남긴다는 올해 목표 덕분이니, 앞으로도 성실히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7월

  pt선생님이 이직을 하면서 9개월 가량의 수업이 끝났다. 와인 한 병을 선물했는데 병와인은 처음 마셔본다고 해서 26살은 어리다고 생각했다. 정작 내 26살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중순 이후 몹시 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맥이 빠지고 일상이 지루한 느낌이었다. 작년 여름에도 맥이 빠졌더랬는데. 아무래도 매년 여름 더위를 대비할 마음의 준비 루틴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기후위기를 생각하면 아주 시급하지!).

  하마터면 과 서무를 할 뻔했다. 과장님이 시키려는 걸 실장님이 막아주어 다른 분이 서무를 하게 됐다. 인생은 나도 모르게 여러 우연이 스친다. 내가 서무가 됐어도 과장님은 똑같은 소리를 했겠지. 이건 너한테 기회야. 잘해봐. 대단한 사람이다.

 

8월

  휴식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시간을 잘 보낼 줄 알게 되어 기쁜 한편 노는 데도 체력이 많이 필요함을 알았다. 계획한 바를 모두 해내고 일기를 열심히 썼다.

  미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오일파스텔은 건성으로 칠해도 재미있어 성격과 잘 맞았다. 더러움에 무감하니 파스텔 똥이 흩어져도 별 생각이 없다. 마음에 드는 재료를 찾아 기뻤다.

 

9월

  쇼비뇽블랑에 빠져 과음을 했다가 장염에 걸려 1주일을 앓았다. 배앓이를 한 게 몇 년 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유제품과 과일을 계속 먹었는데 알고 보니 장염에는 기름진 음식, 유제품, 과일을 피해야 한단다. 다음 장염이 오면 명심하겠소.

  엄마가 PT를 10회 나눠주어 새로운 선생님과 운동을 했다. 지난 선생님이 젊은 패기로 나를 응원해주었다면 이 선생님은 실력과 노련함과 인성을 갖춘 만점짜리 인재다. 이런 분에게 PT를 받을 수 있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200만 원어치 추가 결제를 할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11월이 되기 전에 지역화폐가 또 풀리려나. 제발 그러기를 바라고 있다.

 

10월

  10월은 즐거운 가을이었다. 부모님의 환갑 기념 문경/청송 여행을 다녀왔다. 산책로는 아니지만 크게 힘들지도 않았던 짧은 길을 산뜻하게 다녀왔다. 형부와 함께 한 첫 여행이었다.

  2차 백신을 맞았다. 9월의 추석 이후 10월의 연휴가 지나면 2021년의 쉬는 날이 하루도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지. 백신은 팔이 아프고 잠이 많이 오게 했지만 큰 후유증은 남기지 않았다. 합법(?)적으로 쉴 수 있는 며칠이 즐겁고도 나른했다.

  피티는 꼼꼼히 하면서 미술학원은 다 제꼈다. 약 1.5개월치의 돈을 그대로 흘려보냈는데, 기부한 셈 치고 집에서 혼자 그리기로 마음먹었다. 오일파스텔은 굳이 학원에서 배울 필요가 없는 재료임을 배웠다.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연극을 보았다. 열심히 예매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 좋은 작품이었다. 연기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까 궁금했다. ISTJ는 여간해선 예술하기 힘들겠지.

 

11월

  지역화폐를 사서 PT를 재등록했다. 고통스럽고 행복하게 계속 운동할 생각이다. 둘레길 중 등산 코스를 걷기도 했다. 내년 안에 완주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 차올랐다.

  송길영의 이야기를 읽고 새로운 시대에 어찌 적응할 지 불안감이 한껏 차올랐다. 며칠간 온갖 정보를 빨아들이다가 완벽한 계획보다는 '일보일경'을, 삶의 원천으로는 '창의성'을 길러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내가 뽐낼 창의성은 오로지 사소한 글뿐이지. 내년 글의 방향을 고민해 영점 조정을 다시 했다. 마침 출간된 '2022 트렌드노트'도 읽었는데, 나의 개성이라 여긴 부분이 요즘의 세태라는 사실을 또 깨닫고 놀랐다.

  아빠의 환갑 기념 식사를 했다. 한 달 쯤 이것저것 고민했는데 하마터면 아빠 없는 아빠 파티를 할 뻔했다(아빠는 둘레길 등산 중이었다). 형부와의 내적 친분이 조금 더 쌓인 느낌이 들었다. 아빠 사진을 넣어 귀여운 토퍼를 제작했다. 심각하게 마음에 든다.

 

12월

  재테크 월간 결산을 했는데 여러 자산 가격이 빠져 기대보다 쓸쓸한 연말을 맞이했다. 투자를 하다보면 이럴 때도 있는 법이지. 내년의 투자 방향은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조언을 살펴보며 마음을 정리했다. 그래도 연말 결산으로 보자면 올해도 나쁘지 않았다. 차곡차곡 걸어가는 중.

  오랫동안 이 실을 맡으셨던 실장님이 승진을 하셨다. 아무래도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실듯 하다. 몇 년은 함께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1년 동안 너무 좋은 분이라 느꼈던 터라 아쉬운 마음이 매우 샘솟았다. 내년의 회사는 어떨지 전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사촌오빠가 결혼했다. 이로써 미혼인 사촌 중 내가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 되었다. 친척 앞에서는 보여주지 않았던 사촌 오빠의 낭만적인 모습을 결혼식 영상에서 한껏 구경했다.

  아빠가 현업에서 물러나시게 되었다. 내년에 펼쳐질 집의 변화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아빠가 덜 힘들어 하셨으면, 엄마와 사이좋게 지내셨으면, 나도 잘 적응했으면 좋겠다. 2021년은 많은 게 변하는 해라는 걸 마지막까지 느낀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