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1. 새로운 부서와 새로운 일에 적응했다
새 부서를 바랐던 터라 발령이 반가웠던 1월, 입사 전 가고 싶었던 부서에서 일하게 되었다. 세상 무용하다 생각했던 복수전공을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질문받았던 시기였다.
부서가 좋은 마음과는 별개로 컴퓨터를 온종일 들여다보아야 하는 일이 마냥 유쾌하지는 않았다. 두통을 달고 몇 달을 지내니 이제는 이럭저럭 적응이 됐다. 가끔 내가 사회에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있는 게 맞는지 의아하지만 뭐, 널브러진 데이터를 보면 그게 누구 건 줍긴 주워야겠다 싶었다. 일과는 상관없이 상사는 좋은 분이라 만족스럽고 편안한 한 해였다.
2. 새로운 PT선생님을 만났다
여름까지 새내기 PT 선생님과 운동을 했다. 으쌰으쌰 열심히 했는데 어느 날 선생님이 퇴사 소식을 전했다. 아예 요리를 하러 떠난다나. PT를 배운지도 6개월이 넘었으니 이제는 혼자 운동하려 했는데 엄마가 본인의 선생님을 강력 추천했다. 마침 그 선생님이 근무 시간을 바꾸면서 나도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되었거든. 근데 정말이지 너무 좋았다. 세상에, 이 전문적인 느낌은 뭐지?
새 PT 선생님은 센스와 지식, 자부심을 겸비한 진짜배기 전문가다. PT가격이 고가인지라 재등록을 고민했지만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고 마음을 굳혔다. '선생님이 이 헬스장을 떠나는 날, 나는 PT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후회할까/안 할까?' 20000% 후회한다에 마음이 쏠렸다. 여전히 PT가 없으면 운동에 해이해지는 나, 비싼 돈을 주고 매주 고통을 사고 있다. 큰 도움이 된다.
3. 언니가 결혼했고 부모님이 진짜 60대가 되셨다
하나뿐인 언니의 결혼이 지나고 부모님은 환갑이 되었다. 정말 시간이 흘러간다 싶은 순간이 있다. 사진 속의 부모님이 생각보다 주름이 많을 때나 언니가 남편과 있는 모습이 영 어른 같을 때.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막내로 살아온 지 어언 30년, 이렇게 나이가 들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언니가 결혼하고 나니 가족 행사를 생각할 땐 5인 기준으로 머리를 써야한다. 간단한 가족 여행은 자연스럽게 3인팟으로 변했다. 운전을 못해서 여전히 뒷자리에 실려가곤 하지만 다닐 수 있을 때 재밌게 다녀야겠다고 다짐을 한다. 흐르는 시간을 막을 순 없고, 닥쳐온 시간을 최대한 즐기기로.
<성과>
1. 자산을 (나름대로) 분산시켜 두었다
공격적인 투자 쪽으로 자산을 많이 분배시킨 한 해였다. 언제까지 예/적금으로만 있을 순 없다고 생각한 게 2018년이었는데 진정으로 움직인 건 올해였다. 생각과 행동에 3년이나 차이가 나네!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금도 사고 비트코인도 샀다는 점. 워낙 보수적이라 생각을 하고 또 해야 실행에 옮길 수 있는데, 그런 내가 둘 다 샀다 이 말이에요. 오프라인 금과 디지털 금을 양손에 쥐니 새삼 변하는 세계가 새롭다(금 부스러기만 겨우 쥐고 있긴 한데..). 내년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하려 한다. 2022년도 열심히 공부하고 투자하는 한 해로 만들 거다.
2. 자산의 앞자리 숫자를 바꾸었다
이렇게 빨리 바뀌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는데 열심히 모으고 운도 따라준 덕에 앞자리가 살짝 바뀌었다. 손끝만 겨우 걸친 수준이지만 어쨌든 걸치긴 걸쳤다오. 세상에게 이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물으면 딱히 대답을 들을 수 없는 코 묻은 돈에 불과하긴 하지만, 차곡차곡 가보면 되겠지. 어쨌거나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낫다.
돈에서 자유로워진 시기가 되면 무엇을 할지 종종 생각한다. 글을 쓰고 쓰레기를 줄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윤곽 정도를 떠올린다. 이런 미래를 상상하는 시간이 나에겐 치유 그 자체다. 좋다.
3. 올해도 안정적인 연애를 했다
가끔 남자친구와의 첫 만남을 돌아볼 때가 있다. 그때 너를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 난 어떤 모습일까. 우연찮게 만났는데 생각할수록 우연이 고맙다.
너와 나의 MBTI가 같음을 올해 처음 알았다. 생각하는 방식이 비슷하다 느꼈는데 그게 ISTJ 동지여서 그랬던 건가. 달랐다면 상호보완이라 좋았겠지만 같으니 시너지라 좋다. 서로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아줄 수 있어서 좋고. 내년에는 함께 서울둘레길 스탬프를 다 찍을 수 있으면 좋겠다. 종이를 잊지 말라 이 사람아!
4. 버스에서 내려 셔틀버스로 뛰어가는 길이 숨차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
회사로 출근할 때 한 번에 가는 버스는 배차 간격이 너무 길다. 중간까지 가는 버스를 탔다가 내려서 셔틀로 갈아타곤 하는데 두 정거장이 50m쯤 떨어져 있다. 눈앞에 버스가 정차해 있는 걸 보면 금방이라도 출발할 듯 마음이 급해진다. 아침 댓바람부터 뛰어야 된다는 생각을 매일 하며 매일 뛴다. 몇 분에 출발하는지 알면서도 여유를 부리지 못하는 성급한 자의 모닝 루틴.
예전에는 버스에 올라타서 한참이나 세게 숨을 몰아쉬어야 겨우 진정이 됐다. 헐떡이는 모습이 옆자리 승객에게 부끄럽기도 했지. 올 상반기에만 해도 그랬던 게 기억나는데, 하반기에는 흥챠흥챠 뛰어가는 일 자체가 싫지 않게 됐다. 거리도 가뿐하고 숨도 심호흡 두어 번이면 금방 진정이 된다. 이러니 고통스러워도 꾸역꾸역 운동을 한다. 더 열심히 하면 또 뭐가 좋아질지 기대돼서.
5. 도서관 프로그램의 일부를 사용할 줄 알게 됐다
일 하려면 배우지 않을 수 없었지만 배워야 하는 최소한의 영역보다 조금 더 익혔다는 점이 성과 포인트. 원래 이랬던 건 아니고 어떤 연유로 다른 부서 사람에게 '똑똑하게 일하는 사람이 돼라'는 말을 들었다. 똑똑한 것과는 관련 없어 보이는 상황에 억울한 면이 없진 않지만 어쨌거나 덕분에 시스템을 더 알게 되었다. 알고 나니 몰랐던 때보다 좋아서 만족스럽다. 내 손에 들어온 이상 내 것이니, 이 데이터를 씹고 뜯고 주물러야지. 잘 정돈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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