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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공간, 나의 서울 (feat. 빌리브)

by 푸휴푸퓨 2022.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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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겁게 읽고 있는 웹매거진 빌리브 덕에 4월 한 달간 나의 공간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좋은 공간을 소개하고는 싶은데, '나의' 공간이라 생각하는 곳이 금방 떠오르지는 않고. 회사와 집을 왕복하는 일상에 특별히 아지트로 삼는 가게도 없다. 헬스장에 자주 머무르지만 내 공간은 아니다. 고민하다 질문을 살짝 바꿔서 스스로 물었다. 떠나고 싶지 않은 공간이 있다면? 답은 쉽다. 서울. 서울은 인생 대부분을 보낸 공간이다.

  삶의 시기마다 서울은 다른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다. 무한한 가능성이 두려움으로마저 다가오던 20대 초반의 내게 서울은 별천지였다. 흥미로운 이벤트가 늘 열리고 따라가야 할 트렌드는 끝이 없었다. 영국 어학연수 중 서울을 소개하는 발표를 했을 때 가장 먼저 고른 사진은 광화문의 야경이었다. 전통적인 광화문 지붕에 고층 빌딩이 함께 나온 사진을 보여주며 우리는 이렇게 화려하다고 자랑했다. 학교를 다니는 시기에는 매일 홍대와 합정을 걸었다.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만난다는 노래가 흐를 무렵 홍대를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어 좋았다.

  전주에서 회사에 다니던 1년 반 동안 서울은 내게 고향이었다. 서울 사람은 고향이 없다는 말에 동의하는 쪽이었는데, 고향은 특정 좌표가 아니라 그리움이 가는 곳인 걸 그때 배웠다. 서울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늘 해댔고, 상사는 서울에 꿀단지를 묻어뒀냐고 놀렸다. 서울에서 가야 할 마음이 생기면 평일 중간 딱 하루라도 연차를 냈다. 야근을 하고 밤 버스를 타고 올라가 하루를 쉬고 다음날 새벽 첫 차로 내려가도 좋았다. 열성적으로 매달리지 않으면 영영 서울을 잃어버리리라 생각했던가.

꿀단지는 없어도 고양이는 발견했던 날 

  요즘의 나는 서울 구경에 여념이 없다. 서울둘레길을 한 코스씩 걸으며 매번 다른 곳을 구경한다. 평생 서울에 살았지만 가보지 않은 구가 많다. 집 근처에 이렇게 좋은 산책길이 있나 싶은 지역도 있고, 경사가 이렇게 높은데 어떻게 매일 올라올까 싶은 지역도 있다. 흥미롭게 분위기를 살피며 어디에 살고 싶은지 생각한다. 나는 조용한 곳이 좋아. 있는 줄도 몰랐던 동네가 취향에 딱 맞았는데, 80년대에 준공된 5층 아파트가 20억이 넘었다. 10원이 부족해서 못 사겠네. 엉엉.

평지에서 정신이 멀쩡할 때 찍는 둘레길과

 

언덕에서 정신이 혼미해지며 찍는 둘레길


  서울은 내게 낯섬마저 안락한 공간이다. 가끔 장기 여행이 끝난 직후 서울에 돌아왔던 감정을 떠올린다. 모르는 동네를 지나는 버스를 타면 창밖을 유심히 살핀다. 지하철에서의 사람 구경도 재미있다. 풍경이건 사람이건 눈길을 주면 흥미로운 부분을 반드시 포착할 수 있다. 생경한 포인트를 매일 발견할 수 있다는 게 내게 익숙한 서울의 특징이다.

하늘이 파랗던 날의 출근길


  서울을 떠날수 없다는 마음은 포기가 되지를 않는다. 나는 집을 사겠다며 종종거린다. 아무 집이 아니라 적당한 집을 사야겠고, 적당한 집은 가격이 적당치 않고, 내 통장은 서울 부동산에 적당한 규모가 아니고... 사랑하는 서울에서 만족할 만한 집에 앉아 시간을 향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생각만 해도 편안해서 목표를 좇는 과정이 힘들지 않다.

  자주 내 집을 상상한다. 안락한 집에서 나와 좋아하는 동네를 산책하며 살고 싶다. 당장 내 것이 없으니 다른 이가 삶의 터전을 어찌 꾸몄는지, 세상에는 어떤 동네가 있는지 구경하는 일을 좋아한다. 그럴 때 빌리브는 재미있는 통로가 된다. 이번주에는 파주의 취향상점 이야기를 즐겁게 읽었다. 빌리브에서 발행하는 뉴스레터를 구독하면 기사를 편안하게 받아볼 수 있다. 공간에 관심이 있다면 마음에 들 것이라고 자신있게 추천한다. (구독 링크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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