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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Review] 행복을 파는 브랜드, 오롤리데이 - 박신후

by 푸휴푸퓨 2022.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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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롤리데이의 여정에 대한 깔끔한 회고록이고, 매력적인 브랜드 홍보물이며,
팬에게는 존재가 고마울 멋진 굿즈

 

  오롤리데이라는 브랜드를 전혀 몰랐지만 저자의 솔직함이 느껴지는 듣똑라 인터뷰를 듣고 읽을 마음이 생겼다. 나는 퍼스널 브랜딩을 갈망하고 공기업의 특성을 가진 내 회사와 사기업의 차이가 늘 궁금하다. 이 책은 브랜드를 키워나가는 사장님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를 기꺼이 보여준다. 저자의 진심을 담뿍 느낄 수 있는데, 브랜드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할 뿐만 아니라 오롤리데이 팬이라면 읽으면서 행복할 것 같다. 이런 브랜드를 알아본 자신이 기특해서 칭찬의 박수를 세 번 칠 듯.

 

 

  우리만의 슬로건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중략) '오롤리데이는 당신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라니. 굉장히 자신감 넘치고 다부진 슬로건이지 않나. 참 신기하게도 메시지가 정리되자마자 오롤리데이를 통해 누군가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야겠다는 더 큰 사명감이 생겼다.

  브랜드의 본질적인 지향점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으면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갈 수 가 없어요. 그 고민을 해야만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수많은 요소를 하나하나 정리해 나갈 수 있거든요. 그렇지 않다면 브랜드를 일관성 있게 전개하기 어려울 테고, 당연히 소비자를 설득하기도 어려울 거예요.

  저자는 믿고 따라가기 좋은 사장님이다. 방향 제시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한 문장으로 브랜드 정체성과 목표를 정리해두면 구성원은 이후에 따라올 '왜'에 언제든지 대답할 수 있게 된다. 설정한 방향이 멋진 것도 멋진 것이었지만 방향의 필요성 자체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부러웠다면 너무한가.

 

  세상엔 이미 수없이 많은 브랜드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우리 브랜드가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곧 브랜드의 미션이다.

  미션이 조금 추상적이고 큰 목표라면, 비전은 그 추상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이냐는 구체적인 목표다. 즉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장기적인 비전, 단기적인 비전 등 구체적인 시간을 명시하며 비전을 세우면 좋다.

  미션과 비전은 '우리는 어떻게 일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이 일을 왜 하냐는 질문에는 슬로건과 아이덴티티를, 무엇을 하냐는 질문에는 미션과 비전을,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는 OKR을 바라보면 된다. 저자는 정교한 방향 설정이 효율과 단합심을 높여주는 탄탄한 기반이 된다는 점을 책 전체를 할애해 공들여 설명한다.

 

  외부 요인이 작용하는 수치는 100% 자체 힘만으로는 달성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수치에 집중하면 패배감을 자주 느낄 수 있다. 대신 액션 자체에 집중하면 팀이 힘을 모아 그 액션을 해나가는 과정 자체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액션에 따라 결과가 바로바로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천천히 진가가 발휘되기도 하니 말이다. 혹여 그 액션 자체가 원하던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고 할지라도 함께 모여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고, 새로운 목표를 세울 때 그 부분을 개선할 수 있으니 너무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목표를 잡았을 때 빠질 수 있는 쉬운 함정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빨리 내보여야 한다는 조급함이다. 일하면서 결과물이 보이지 않을 때의 닦달을 얼마나 많이 들었나? 결과물이 중요해지면 목표보다는 결과물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되고, 결과물을 낼 수 있는 목표만 잡아서 보여주게 된다. 여차하면 산으로 가버릴 OKR을 사장님이 먼저 붙잡고 믿어준다면 일하는 입장에서는 눈물이 날 일이다. 결과물을 빨리 볼 수 없는 사장님은 도 닦는 기분이 들겠지만.

 

  고민이 있을 때 이런 식으로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된다. 남에게는 꽤 날카로운 질문을 자주 던지면서 정작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다면 나를 제3자라고 생각하고 뾰족한 질문을 던져보는 것을 추천한다. 몇 가지 질문만으로도 진짜 내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이만한 방법이 없다.

  너는 리더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어? 만약 네가 너의 상사라면 만족스러워?

  저자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냉철하게 답을 쓴다는 참 좋은 습관이 있다. 자기객관화가 잘 되는 상사만큼 이상적인 상사가 있을까. 역지사지도 훌륭하게 해내는데, 덕분에 내가 선임이라면 나를 좋아할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조금 (많이) 반성하게 되었고.

 

  (결이 맞는 사람과 일하고 싶다는데, 결이 무엇인지?) 결 자체를 구체적인 문장으로 설명하긴 좀 어려워. 둘 사이에 생기는 에너지, 기운 등 추상적인 것에 더 가까운 듯해. 그래도 구체화하자면, 쉽게 겉으로 드러나는 건 취향이 있겠고, 평상시 자주 하는 행동과 말투와 태도가 있겠고, 가장 중요한 건 가치관이지. 같은 것을 보고 서로 다른 생각과 말을 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뭔가를 같이 하기 힘든 관계가 되는 것 같아. 그러다 보면 마음속에서 거리감이 생기게 되지. 특히 미래를 향해 함께 가야 하는 동료 사이라면 미래에 대한 가치관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

  저자는 인력을 우습게 보지 않는다. 돈으로 사람을 부리려는 게 아니라 동반자이자 협력자를 구한다.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메꿔줄 동지를 찾는다는 부분에서 오롤리데이는 시너지가 날 수밖에 없는 회사라는 생각을 했다. 창의성을 발휘하고 싶은 곳, 나와 감성이 맞는 곳,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누구라도 다니고 싶은 회사일 테니까.

 

  선샤이닝이란 내가 뭔가를 잘못했거나(프로젝트에 실패했거나) 조직에 피해를 끼쳤을 때, 모든 팀원을 불러 놓고 나의 실수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한 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약속하는 행위를 말한다. (중략) 선샤이닝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하고 나면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신뢰를 얻을 기회를, 그리고 스스로가 더 발전할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인간은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에 많은 사람 앞에서 다시는 실수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자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하고 나면 마음이 아주 후련하다. 잘못했다는 자책에서 벗어나 다시 시작할 자유와 용기를 얻을 수 있기에.

  실패자에 이어 뻔뻔한 사람이 될 것인지, 아니면 실수를 솔직담백하게 인정하고,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사과하고 발전하는 사람이 될 것인지는 본인이 선택할 문제다.

  선샤이닝 그 자체도 훌륭한 행위지만, 선샤이닝이 정착할 수 있는 분위기가 부러웠다. 내가 조직에서 약점을 고백하지 않는 이유는 못난 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오히려 내게 이건 쉽다) 누군가 내 약점으로 나를 공격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오롤리데이는 정치를 하지 않아도 되는 회사인가 싶었다. 아직 규모가 아주 크지 않은 회사라서 그런 걸까? 아니면 요즘 트렌디한 기업들은 문화가 다들 그런가? 내게 알쏭달쏭함을 남긴 부분이었다.

 


 

  저자의 조직을 이끌어가는 모습이 여러모로 멋지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상세페이지 뒤엎기 프로젝트를 읽으면서는 직원들이 정말 괜찮았을지가 궁금했다(보상 없이 움직이지 않는 조직의 나사는 그 정도의 일을 그냥 시켰다면 절대 괜찮지 않았을 듯하여...). OKR 체계를 조직하면서 회의를 월요일에서 화요일로 옮기는데 망설였다는 부분에서는 책에서 읽는 것보다 현실에선 좌충우돌이 훨씬 많겠구나 싶었고. 하지만 되돌아보고 반성을 하는 데다 미래에 대한 고민도 쉬지 않으니 이런 사람이 운영하는 브랜드라면 잘 되지 않을 수 없다. NFT에 도전했다는 이야기에는 진심으로 감탄이 나왔다.

  오롤리데이도 우리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시장을 넘어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우리의 지적 자원을 통해 부가가치가 조금 더 높은 뭔가를 만들어 내고 싶다는 욕망도 생겼다.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새로운 시장에 대한 도전은 늘 위험이 따른다. 결국 그 위험을 감수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결정에 달린 것이다. 팀원들은 한마음으로 우리의 모험을 반가워했다.

 

색감이 기가막히다 + Good Rest Happier Life 포스터 욕심난다.. (출처: 오롤리데이 사이트)

 

  안주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는 멋지다. 구성원이 열심히 일하려면 금전적인 보상도 물론 중요하지만 회사에 대한 믿음과 확신, 그리고 그것을 따라가는 게 즐겁다는 마음도 중요하다. 회사와 내가 함께 나아간다는 느낌. 소비자로서 나는 만드는 사람이 신이 나서 만든 물건을 구입하고 싶다. 책을 읽고 오롤리데이의 사이트를 구경했다. 책에 적힌 홈페이지 개편의 기준을 꼼꼼하게 구현했더라. 게시물 하나 하나에 들어간 정성이 감탄스러웠다. 이 책은 오롤리데이의 여정에 대한 깔끔한 회고록이고, 매력적인 브랜드 홍보물이며, 팬에게는 존재가 고마울 멋진 굿즈라고 느꼈다. 읽기가 재미있었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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