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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2.9.22. 하늘은 가을가을 내일은 연차연차

by 푸휴푸퓨 2022.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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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말에 이케아를 다녀왔다. 고양 이케아는 몇 년 전에 다녀왔는데, 대중교통으로 점철되어 다녀왔던 그때와는 달리 택시를 탔더니만 왕복이 아주 수월했다(운전으로 인한 멀미는 논외로 하자). 이케아가 큰 건 알았지만 기억보다 두 배쯤 커서 중간에 식당을 배치한 이케아가 아주 영특하게 보이더군. 처음에는 구석구석 살펴보다 점점 겅중겅중 다녔다. 또 간다면 아예 중간부터 시작해야지.

  필요한 가구가 있지는 않지만 관심은 많아서 온갖 1인용 암체어에 앉아보았다. 남색 에케뢰가 마음에 들어서 검색을 하다가 방에 마땅한 자리를 찾아보려 침대를 돌렸다. 침대가 무거운 건 차치하고 벽지가 드르륵 찢어져서 내 마음도 찢어졌다. 방이 좁아 보여서 다시 돌려야 할 것 같은 건 또 어떻고? 인테리어가 쉽지 않음을 온몸으로 배웠다.

이게 에케뢰!

  암체어 후기를 찾느라 구글에 이케아를 몇 번 검색했더니 단번에 유튜브에서 이케아 영상이 떴다. 구글은 다 계획이 있구나!

 

 

2.

  '나를 마릴린 먼로라고 하자'를 읽었다. 간단히 추리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었는데 예상과 달랐고 예상과 달라서 좋았던 소설이었다. 어느 집단이건 공익을 위해 소수를 간편하게 무시한다. 스스로의 삶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소수에게 힘은 되어주지 못할 망정 핍박하는 무뢰한은 되지 말아야겠다고, 늘 평범을 위해 애쓰는 소시민은 생각하였다.

 

  '콜센터의 말'을 읽었다. ARS는 듣고 있기 괴로운 데다 업무가 아니라면 전화할 일도 많지 않아서 살면서 콜센터에 전화해 본 일은 손에 꼽는다. 콜센터에 폭언을 하는 사람도 다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겠지. 일부러라도 친절한 사람이 되어보자고 다짐했던 차, 문의 건이 있어 상담 채팅을 했고 감사 인사를 남겼다. 특별한 걸 기대하진 않았지만 건조한 친절이 돌아와서 나는 감사 인사가 채팅창 너머의 분에게 도움이 되었을지 의아했다. 차라리 답이 없었다면 좋았을 텐데, 괜히 한 마디 길어지게 만든 건 아니었을까.

 

  '블루 혹은 블루'를 읽었다. 도플갱어 설정이고 뭐고 동시대의 일본 여성 이야기도 답답한 판에 90년대 이야기를 읽으려니 답답함이 뻐렁쳤다. 왜 의처증남에게 맞고 사는가? 왜 무기력하다면서 남(의 )편 돈만 낭비하고 있는가? 왜 자기 삶을 오롯이 감당할 수 없는가? 좋은 소재를 이따위로 날릴 수밖에 없는 한계가 보기 싫었다.

 

  '사울 레이터 더 가까이'도 봤다. 수십년간 잠들어 있었던 사울 레이터의 사진도 좋았지만 그것을 공개한다는 설명과 공개하기까지의 작업을 적어둔 글도 좋았다. 사울 레이터의 사람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느껴지는 사진에 사울 레이터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글이 함께 있으니 따뜻하기 짝이 없는 책이었다. 소장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미니멀을 위해 참았다. 책장에 좋았던 책을 가득 꽂아두는 상상을 하다가 몇 살 쯤이면 새로운 책이 아니라 이제까지 읽은 책을 다시 읽으면서도 충분하다고 생각할지 문득 궁금했다.

 

3.

  영상 편집 어플을 다운받았다. 기실 편집이 쉬운 건 알았지만 귀찮네 어쩌네 머뭇거린 지 몇 달이었다. 편집이 어렵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촬영은 어렵지. 저녁에 집에 갔더니 언니가 첫 발을 내디뎠다며 편집에 한참이 걸린 48초를 보여주었다. 그래, 사실 할 수 있는 일인데. 나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끓어 올랐다. 단독으로 하면 업로드 주기가 짧으니 자매튜브를 하자고, 격주로 업로드해서 한 달에 네 편을 만들자고 언니와 다짐했다. 일단 계정을 파자!

  특별한 목적이 있지는 않아서 지금은 마냥 즐겁다. 일상을 찍고 싶기도 하고, 사생활이 노출되고 싶지 않기도 하다. 아무 생각 없이 찍어야겠다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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