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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3.3.7. 소소하게 잘 지내게

by 푸휴푸퓨 2023.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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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래간만에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봤다. 시간이 맞아서 선택한 서치2는 예상치 못한 수준으로 재미있었다. 서치1도 흥미롭게 봤긴 했지(당시만 해도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화면 구성이 몹시 새로웠다). 영화관 매점은 시끄럽고 팝콘이 휘날리고 음료가 쏟아지는 아수라장이었다. 오랫동안 방치해 뒀던 팝콘과 커피의 주인이 나라는 사실에 짜증이 치밀었지만 뭐, 스무 살의 나도 그만큼 서툴었으니 이해해야 한다고 이를 악물었다. 까탈스러운 늙은이가 되고 싶지 않다. 대단한 걸 원하면 대단한 값을 내야 하는 거고.

  삼각지 카카오봄에 가서 65%짜리 코인초콜릿을 샀다. 입맛을 떨쳐내 줄 다크초코가 필요한데 또 너무 써서 침을 삼키기도 힘든 맛은 원치 않았다. 모험으로 사봤는데 딱 내가 찾던 맛이었다. 악마초콜릿 젤라또도 먹었는데 어휴, 진한 초코맛 좋아하는 분은 모두 달려가주세요! 카카오봄은 초콜릿에 진심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곳이란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먹는데 진심이 나는 덕분에 아주 기뻤다.

너랑 산 덕구랑 커피는 또 얼마나 좋은지!

 

2.

  지난주 금요일에는 연차를 냈다. 근무년수가 늘어가니 연차도 는다. 스무 개 중 하루쯤은 써도 되겠구나 싶어 호기롭게 날을 비웠다. 진심으로 좋았다.

  크크크 치킨과 어묵볶이를 먹었다. 엽오가 먹고 싶은데 양이 많을테니 고민하다 직접 어묵볶이를 만들었다. 너무 맛있지 뭐야? 대충 재료를 넣고 맛을 본 뒤 간을 맞추려고 했는데 맞출 필요가 없었다. 딱 적당히 졸여진 국물과 불어난 어묵, 환상의 간과 맞춤한 맵기까지 하늘에서 나를 위해 내려준 어묵볶이라 할 만했다. 크크크 치킨도 바삭하고 맛있는 치킨이었다. 어묵볶이와의 궁합이 찰떡이더군. 맛있는 걸 먹으면 이렇게 즐거우니 체중 감량이 잘 될 리 없다. 요리왕은 날씬할 수가 없다 이 말이에요. 

  원모어유자소다와 하이볼이 맛있다기에 마셔보았는데 상당히 취향에 맞았다. 맛있는 하이볼을 좋아해서 기대했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라. 예거 복숭아맛을 마시는 알쓰는 새로운 음료를 개척하였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가격이 제법 나가서 편의점 부자존에 입성해야 할 음료란 생각은 들었지만 뭐 어때. 나도 부자랍니다, 마음 내킬 때만은.

 

3.

  둘레길이 작년보다 훨씬 수월하게 느껴진다. 작년에 갔던 코스를 다시 가니 확연히 알겠다. 숨이 넘어갈듯 해서 남자친구가 계속 가자고 해도 반드시 멈춰야 했던 순간이 기억나는데, 이제는 그만큼 숨이 가빠도 어찌어찌 계속 오를 수 있다. 코스를 완주하는 속도도 높아졌고 다녀온 뒤의 피로감도 낮아졌다. 나름 겨우내 무언가를 했군. 소소한 나의 발전에 크게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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