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일이나 일기를 쓰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으니까, 스스로 30분이라는 시간제한을 걸고 급박하게 기록을 늘어놓겠다. 좋은 일만 쓰고 싶어서 기분이 꿀꿀한 주를 넘어갔더니(3월 14일은 회사의 행사 개최 날이었고, 나는 기분이 아주 썩었고, 분노와 짜증의 늪에서 겨우 빠져나왔다) 자꾸 지나치게 되네. 정신을 뽀짝 차려본다.
1.
지지난주 목요일에 2.2km의 달리기와 쿵쾅거리는 점프를 한 뒤 내 무릎은 망가졌다. 오만하게 일주일쯤 쉬면 나을 줄 알고 지난주의 운동은 태만한 태도로 흘려보냈는데, (PT 선생님 말씀대로) 일주일로는 택도 없었다. 무릎이 아팠다가 발이 아팠다가, 총체적 난국이었다.
혼자서 돼지파티도 성대히 개최하였더니 몸이 무거워지려 해서 발이고 무릎이고 상관없이 운동을 하려 했다. 운동을 말리신 적이 없는 선생님이 그러지 말랬다. 지난주 조언을 무시했다 큰코다쳤으니 이번 조언은 받아들이기로 마음먹고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을 만한 것을 살살하고 있다. 그제는 고작 러닝머신을 4.0(경사도 10) 속도로 탔음에도 어제 아침에 발이 몹시 아팠다. 4월 말까지 3km를 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300m도 못 뛰는 사람으로 남게 생겼다.
일주일만에 아픔이 나으리라 믿은 당당함은 전적으로 건실한 내 몸 덕이다. 관절이 아파 고생해 본 적이 없으니 뭘 알았겠어? 선생님은 이제 우리는 20대가 아니라며 나를 설득했는데, 좀만 쉬면 무조건 낫는 삶을 살았기에 몹시 당황스러웠다. 지금은 30대에 걸맞은 겸손한 태도로 호전을 기대하고 있다.
2.
무릎과 발이 아픈 것에 더해 손목터널증후군 증상도 갑자기 도져 3일째 손이 저리고 아프다. 마우스를 쥐고 있지 않을 수 없는 사무직은 웁니다. 가끔 너무 한 자세로 오래 마우스를 쥐면 이런 증상이 있는데 이만큼 며칠이나 가기는 처음인듯 하다. 주말에 손을 쉬어주면 나아지려나.
날이 따뜻해지고 서서히 얇은 옷을 입는다. 나름 얇은 옷을 입지만 혹시나 추울 때를 자꾸 대비하게 된다. 결국 무언가 둘러입은 모양새로 대학에 오면 20대 초반 친구들이 과감한 봄옷 한 껍질로 캠퍼스를 누비는 모습이 보인다. 혹시나 하는 걱정 따윈 없고 그깟 추위 멋으로 이겨내 주마 하는 자신감이 넘친다. 너희는 몸이 시리지 않아서 좋겠다. 미니스커트나 크롭티를 보며 멋보다 추움을 생각하는 내가 있다.
운동화를 교체할 때가 되어 새 컨버스화를 사려다가 착화감이 좋은 나이키 운동화로 갈아탔다. 구두는 안 신어도 운동화는 모양을 최우선으로 했는데, 이제는 착화감이 심하게 소중하다. 여름 신발도 이미 핏플랍으로 넘어왔는데, 컨버스화 바닥이 너무 얇게 느껴져 버틸 수 없었다.
서른살, 서른한 살은 가짜 30대였나 보다. 32살의 내가 진정한 30대임을 체감하며 아픈 몸을 추스른다. 이 녀석들아, 좀 잘 지내보잔 말이다!
3.
살금살금 부동산 공부를 하고 있다. 공부를 하면서 느끼는 건 1) 좋은 입지의 좋은 집은 정말이지 비싸구나 2) 내가 모은 돈은 아주 푼돈이구나 3) 그러니까 내 타협점과 최우선점이 무엇인지를 잘 알아야겠구나 하는 것들이다. 집을 사려면 나를 잘 알아야 된다니, 무엇을 하던 핵심은 ‘나’인가 생각했다.
‘누구는 부모님과 어느 동네에 산다는데 그 집 가격은 이정도니 잘 사는 집 자식이구나’ 따위의 생각은 품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집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아야지, 돈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아야지. 그런 사람은 매력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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