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타인의 부고를 쓰는 것 혹은 읽는 것은, ‘애도’라는 여비를 지불하고 한 인간의 인생 터널을 관람하는 ‘가성비 높은’ 체험이다. 수많은 죽음을 접한 그가 살아있는 이들에게 당부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당신의 부고는 당신이 직접 쓰라’다.
-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죽기 전 최고의 글쓰기… 더 하실 말씀은 없으십니까?” WSJ 부고 기자의 조언 中
어쩌다 이야기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엄마는 나이가 적건 많건 누구나 언제든 죽을 수 있으니 유언을 미리 써두면 좋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마음으로는 동의했지만 선뜻 당장 쓰자는 말은 나오지 않았는데, 대화 이후로 가끔 무슨 유언을 남겨야 할지 생각하곤 한다. 유언이건 부고건, 무언가 남긴다면 아래의 내용을 담고 싶다.
따뜻하고 편안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사랑하는 따뜻한 사람들 덕분에 자주 행복했고 고마웠다.
때가 되어 소멸했다. 우주의 먼지가 되는 건 멋진 일이다.
2.
코로나로 일주일 쉬고 돌아온 일상은 별생각 없이 지나간다. 출근이 너무 하기 싫지도 않고 그렇다고 뛸 듯이 기쁘지도 않다. 감정의 요동 없이 큰 사건도 없이, 흐르는 시간을 붙잡을 생각도 없고 아쉬움도 없다. 그러니까 일주일의 이야기가 쓸 게 아무것도 없다 이 말이에요. 푸바오 영상을 보며 핸드폰 게임을 하는 매일의 출퇴근과 언니와의 저녁 잡담을 나누다 잠이 쏟아지면 방으로 들어가는 저녁. 생각하지 않고 산다는 뜻이기도 하지. 아무 생각 없이 살아도 될까? 평온하고 참 좋은데, 미래의 내가 후회하지 않을까? 후회할까 무서워서 매일의 나를 이제까지 너무 볶았던 건 아닐까? 생각이 없어서 좋고 생각이 없어서 불안하고, 생각이 있어서 든든하고 생각이 있어서 피곤하다. 까탈스럽기 짝이 없다.
3.
저 서가의 재미있는 책을 모조리 읽어내는 것. 그게 이곳에서 일하는 동안 이뤄낼 나의 목표다.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원대한 꿈이지! 무엇을 바라고 독서를 시작한 건 아니지만, 꾸준히 진심으로 좋아하는 게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요즘따라 덕질하는 사람의 삶이 행복해 보였는데(여전히 타인에게 나보다 더 몰두하는 게 공감되지 않긴 하지만), 나도 덕질을 하긴 해왔다 이거야. 제가 대단하게 어려운 책은 잘 읽지 않지만,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을 보며 낄낄대는 북튜버를 공감할 정도는 된답니다. 내 덕질에도 자부심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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