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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3.10.23. 시간을 보내는지 시간이 알아서 가는지

by 푸휴푸퓨 2023.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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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쯤 일기를 쓰지 않았다. 이만큼 블로그를 모른 척해본 것도 오래간만이네. 구구절절 이유를 갖다 붙이는 일은 그만두고, 그냥 아무 일 없었던듯 하던대로 기록을 해본다.

 

1.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위해 경기도로 자주 출장을 간다. 서울역에서 1시간쯤 기차를 타고 또 택시를 탄다. 일해주는 업체와 마음이 전혀 맞지 않아 스트레스가 넘쳐흐른다. 이럴 땐 시간이 멈추지 않고 흐르는 게 큰 위안이 된다. 몇 년을 보아야 할 옆 자리 동료가 아니라 몇 주만 보고 끝날 단기 파트너니까. 해방의 날에는 참으로 행복하겠지.

  일을 대단히 잘 해서 성공할 수도 있지만 해내야 할 일의 난이도가 높지 않다면 결국 사업은 사람에 달렸구나 싶다. 다음도 없고 확장도 없는 상황을 굳이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마음고생은 하지만 배울 점은 있다는 점을 기억하며 마음을 적당히 추슬렀다.

 

2.

  언니가 친구들과 놀러갔다 작게 교통사고를 당해서 다리 수술을 했다. 거동이 어려워져서 엄마의 도움을 받기 위해 서울에서 오래 머무르고 있다. 생각보다 회복이 빨라서 다행이지. 집이 조금 왁자지껄하곤 한다.

 

3. 

  20년에 사서 넷플릭스나 인터넷 검색 정도로만 쓰던 hp올인원pc가.. 하루아침에 냅다 고장이 났다. 이 녀석, 내가 갤럭시탭을 산 걸 알아버렸나. 전원을 켜면 뚜 뚜 뚜 뚜 하는 아주 심란하고 커다란 소리가 난다. 내부 접촉 불량이건 뭐건 소리에 이유가 있다는데 내가 어떻게 알겠어. 내부를 보고 싶어도 뚜껑을 열 재간이 없다(애초에 뚜껑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수리를 맡기려 해도 가지고 나가기가 쉽지 않다. 그냥 버릴 수도 없어서 외면하며 모른 척하는 얄팍한 마음. 서비스센터에 가기는 가야 한다. 팔이 떨어져 나갈 텐데, 기력아 모여라!

 

4. 

  책 읽기도 싫어 생각도 싫어 운동도 싫어. 어딘가 모르게 정지가 되어버린 나의 두뇌에 자극을 주기도 귀찮다. 그냥 이렇게 살면 안돼? 회사 일로 고민하기도 머리가 아파서 개인적인 생각을 멈춰버렸다. 올해 사주를 보았다면 무슨 말을 들었을까. 올해의 나는 왜 싸울 일이 이리도 많을까. 답 없는 생각을 하기 싫어 뇌를 비워버리고, 생각 없이 살아도 매일은 금방 지나간다. 이런 태도로 살아도 마음에 다양한 계획을 품어도 겉으로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게 신기하다. 의욕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겠지만, 지금 상태가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으려고. 그냥 이럴 수도 있는 거니까.

 

5.

  Y에 이어 D도 결혼을 선언했다. 남자친구의 안정을 마냥 기다리는 내 모습이 답답하면서도 딱히 부아가 치밀지 않았는데, 네가 먼저 미안하다고 하더라. 글쎄, 내가 걸음을 멈추고 너를 ‘기다린다’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나는 내 삶을 살고, 그 길이 너와 겹치거든 함께 가고 아니면 만다고 생각하려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는거지 무엇때문에 못하는 건 아니야.

 

6.

  뇌를 꺼내놓고 살더라도 무지성 지출은 이제 그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체크카드로 돌아가야겠어.

무지성이긴 한데 너무 좋았던 뮤지컬 '벤허'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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