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다가 갑자기 한 살 후진을 해서일까, 요즘 기분 상태가 그래서일까. 최근에는 내가 몇 살인지도 계산이 어렵고 서른 이후로 마냥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답답한 마음이 갑자기 치밀 때가 있다. 나를 달래며 지난 3년 간 답보상태인 것과 성취한 것의 목록을 적어본다.
답보 목록
1. 몸무게: 몇 년째 제자리걸음. 올해 좀 결실을 보나 했는데 코로나+발목 접질림으로 몇 달간 쌓아 올린 루틴과 몸을 싹 잃었다. 진심으로 한심하다.
2. 업무: 편해서 좋았지만 해낸 것은 없었던 지난 부서의 생활이 2년. 좋지 않은 모양새로 지금 부서에 넘어온 것도 패배자의 뒷모습. 업무적으로 2020년의 나와 2023년의 내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느낀다. 조금 더 노련해졌을까. 덜 당황할까. 스스로 느끼기에는 습득한 기술도 능력도 없이 비슷한 나날을 보내는 사람 같다.
3. 글쓰기: 브런치에 글을 연재해 본다고 말만 하고 아예 실패했다. 꾸준히 글감을 찾는 게 힘들었다. 매주 일기 쓰는 루틴을 만들기는 했는데 뿌듯한 습관이기는 하지만 대단한 도약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일주일에 1시간 정도밖에 사용하지 않으니까. 무얼 얼마나 더 원하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긴 한데, 여하간 이것도 답보상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4. 재테크: 부동산에 뛰어 들지 않으니 새로운 분기점으로 도약할 일이 없다. 늘 하던 대로, 늘 하는 만큼. 현상 유지하는 스스로를 칭찬해야 할까, 새로운 도약을 하지 못하는 나를 비난해야 할까. 마이너스도 없지만 대단한 플러스도 없는 삶.
적어보니 전체적으로 현상 유지만 했어도 잘했다고 말해야 할지, 한 단계 도약하지 못한 나를 비판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느낌이다. 늘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는 게 잘하는 건지, 못 하는 건지. 내가 지금 원하는 건 뭘까.
성취 목록
1. 장애물을 넘어가는 법: 내게 닥친 상황에서 어쨌거나 타인이 듣기에는 어른처럼 빠르게 대처했다고 여길만하게 일을 넘겼다. 불안에 떨다가 극복하는 법, 나를 보호하는 법을 배웠지. 이만하면 큰 상처 없이 이겨내었다고 본다.
2. 운전: 왕복 네 시간 운전을 무리 없이 해냈다. 당황하지 않고 왕복 주행을 해내기까지 세 달이 걸렸다. 무언가를 몸으로 습득하는게 아주 즐거웠다.
3. 업무: 파트너와 옥신각신하며 심력을 많이 소모했지만 시간은 가고 일은 끝나지. 괴로웠던 것에 비해 결과는 깔끔해서 고통받았던 시간도 좋은 약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습득한 기술은 없지만 시간을 참는 법을 조금 더 익혔지. 인내심이 가장 중요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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