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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에 걸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왜 걸렸는지는 잘 알고 있다. 남자친구에게 옮았다. 설마 옮을 줄이야! 좀 컹컹 거리길래 그런가 보다 했는데 주말 이후 네 증상도 몹시 심해졌다. 나는 어떻고! 왜 진작 말하지 않았냐니까 너는 증상이 심하지 않은데 데이트가 일주일의 낙이라 포기하기 어려웠단다. 주말에 둘이 수탉의 파티 애니멀즈 영상을 보며 데굴데굴 웃어댄 터라 이해는 갔다. 혼자 보면 재미없지. 미안하다고 해 봐야 이미 옮았고, 아무튼 그래서 목소리를 잃었다. 아이고 아파.
이번주는 계속 혼자 점심을 먹는다. 쇳소리로 감기 전염 우려를 표했더니 모두가 인정해 주었다. 수요일엔 별렀던 스타벅스에 왔다. 나는 작은 로망이 있었다. 일하다 스타벅스에서 점심 먹으며 시간 보내기. 이 얼마나 소박한 바람이야? 하지만 첫 직장은 개발 초기 혁신도시여서 스타벅스는커녕 가까운 카페가 없었다. 지난 사무실은 워낙 외져서 카페 브랜드를 고를 처지가 아니었지. 사회생활을 한 지 7년도 더 지나고 나서야 처음으로 스타벅스 점심을 누리게 됐다. 좋다.
혼자 카페에서 책을 읽었다. 카페는 복작거리고 나는 소음 속의 고요에 파뭍혔다. 마침 쇼펜하우어 해설서가 답을 주었다.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으면, 행복에 가까워진다(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강용수 지음).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 나는 단순하게 평온하다. 멀리 상상하지 않고 지금, 나만 가만히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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