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답보 상태라는 기분이 많이 들었던 한 해, 솔직하게 적고 툴툴 털어내겠다. 2024년에는 꼭 도약해야지.
성과
1. 자산 000원 증가
연초에는 생각하지 못한 만큼 저축액이 불었다. 목표보다 꽤 많이 늘었다는 점에서 스스로 기뻐할만하다. 그럼에도 쉽게 기뻐지지 않아 내심 의아했고,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간단하게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 하나는 올해 돈을 아끼지 않고 썼기 때문이고, 나머지는 내가 공부해서 이뤄진 자산 증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올해 돈을 많이 썼다. 나를 치료하는 비용이라 생각하며 고삐를 느슨히 풀었다. 치료 목적의 소비는 돌아보니 그저 낭비로 보였다(낭비라 말할 수 있을 만큼 회복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멀쩡해진 후에도 무엇에 썼는지 모르겠는 돈이 많았다. 그런데도 돈이 모였다. 왜? 2022년보다 시장이 괜찮았기 때문이었다.
공부해서 이뤄진 자산 증가가 아니었던 점도 마찬가지다.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시장이 괜찮아서 생각보다 좋은 수익률을 보였다. 괜찮다 여겼던 상품이 꾸준히 결과물을 가져오는 것도 한몫했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상품이 알아서 굴러갔다.
내가 못해서 시장이 나빠진 게 아닐 땐 나를 이해하기 쉬웠는데 내가 잘하지 않았는데 시장이 괜찮아 좋아진 건 납득이 어렵다. 돈 자체의 문제보다 발전의 문제겠지. 시장이 평온할 때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데 성에 찰 만큼 발전하지 못했음을 스스로는 안다. 아끼는 방법으로 자산을 모으는 시점이 지나고 돈이 돈을 부르는 때가 왔다. 그에 맞춰 내가 어떤 수준이 되어야 할지 배워야 한다.
내년에는 더 혹독하게 해 볼 생각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자. 돈을 많이 모으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취감을 모으기 위해서.
2. 운전
운전이 무서워서 전혀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는데 업무 때문에 억지로 시작했다. 10년 전 면허를 딸 때 치기 어리게 엑셀을 밟던 기억, 꽉 막히는 서울 시내에서 힘겹게 칼치기 끼어들기만 배웠던 기억이 나를 운전에서 멀어지게 했다. 가끔 운전을 엉망으로 하는 악몽을 꾸기도 했다. 좁은 시장 골목에서 가게 좌판에 부딪히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핸들을 꺾는 꿈을 그렇게나 꾸었다.
새로운 선생님과 서울 연수를 시작했다. 바닥부터 올라가기 쉽지 않았지만 어느새 경기도에 경적 소리 듣지 않고 혼자 다녀올 수 있는 실력이 됐다. 혼자 운전하며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니 기분이 삼삼했다. 경기도 출장 말고는 쓸 일이 없는 기술이라 업무가 끝난 후 운전은 다시 내려뒀다. 그래도 도전하길 잘했지. 악몽을 꾸지 않는다. 나를 가로막던 무서움이 하나 사라졌다.
답보
1. 업무
반복되는 일만 하면 되었던 전 부서는 편했지만 발전이 없었다. 그런 내가 불편해질 때쯤 새 부서로 발령이 났다. 새로운 일이 많았고, 나는 매끄럽게 처리하는 게 없었다. 좌충우돌이 끝나지 않았다. 이만하면 잘 했나 싶었다가도 하루 이틀이면 자괴감에 빠졌다. 큰 프로젝트가 굴러간다. 좋은 나사가 되고 싶다.
아무도 나에게 더 잘하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이유는 둘 중 하나겠지. 적당히 맡은 일을 해내고 있거나 굳이 잘 하라고 말할 만큼 케어할 여력이 없거나. 각자 자신의 몫을 하느라 바쁘고, 나는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애를 쓴다. 끊임없이 부족을 느껴서 고통스럽다.
할 수 있는 일을 자꾸 생각해본다. 출장을 제안하고 방법을 말했다. 대체로 내 생각보다 좋은 방법이 나온다. 그래도 어떻게든 스스로 노력할 수 있는 건 어떤게 있을까. 노력하고 싶은데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이 찌끄레기같은 시간이 지났을 때 괜찮은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고 흐뭇해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2. 글쓰기
1주일에 한 개씩 블로그에 글 쓰는 습관은 이제 안정적으로 정착했다. 정착하다 못해 별 일이 아니라고까지 느껴져서 발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적당히 뭉개고 있었는데, 이연의 글에 나를 때리는 채찍이 있었다.
나만을 위한 창작이라는 건 없다. 그건 노력이고, 연습일 때만 해당한다. 결국 세상에 잘 쓰이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
- '모든 멋진 일에는 두려움이 따른다' 中, 이연
내게만 유용한 글 대신 세상에 유용한 글을 쓰러 나서야 한다. 블로그를 벗어나 글을 꺼내야 한다. 꺼내려면 사람들이 읽고 싶어야 한다. 브런치에 돌아오라는 알람을 받으면서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데 나는 왜 동동거리지? 사실 꼭 쓰고 싶었지만 비난받을까 두려워서 외면했던 주제가 있었다. “뚱뚱한 나”에 대한 글. 송길영*이슬아 인터뷰에서 이슬아 작가는 글을 내보낸 후 피드백까지 모두 글을 쓰는 경험이라고 했다. 언제까지 비겁하게 숨어있을 순 없어. 욕먹을 각오를 하고 솔직하게 적어야 한다. 24년에는 나를 이겨내는 브런치북을 한 권 완성해야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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