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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총결산 시리즈] 2023 올해의 OOO을 써보자!

by 푸휴푸퓨 2023.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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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by Annette Meyer from Pixabay

 

올해의 사건 :: 새로운 근무지로의 발령

  5년간 출퇴근하던 근무지에서 한껏 떨어진 근무지로 발령이 났다. 고통의 순간에서 나를 지켜내려 노력했지만 멋지게 싸운 기분은 들지 않는다.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노라면 내가 정말 서울 사람이구나 싶어 기분이 묘하다. 지겨워지던 일을 바꿀 수 있는 점도 좋았다. 직장에서의 성장이 멈춘 기분이었는데, 새 부서에서는 해 본 적 없는 미션을 받고 언덕을 넘어가는 일이 반복된다. 이 시간이 지나면 나도 모르게 쑥 자라 있겠지.

  나를 밑바닥까지 밀어냈지만 동시에 내게 평안을 준 사건이었다. 감히 전화위복이었다고 말해 본다. 

 

올해의 습관 :: 지하철에서 시간 보내기

  매일 지하철 타는 시간을 잘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만원 열차가 아니라 충분히 무언가를 도모할 수 있는 환경이다. 주로 책을 읽거나 영상을 보거나 노션에 글을 쓴다. 생각을 정리하며 멍을 때리기도 한다. 각 잡고 앉아서 명상을 하기보다 시간제한이 있는 지하철에서 생각을 정리하는 게 훨씬 마음 정리에 효과적이다. 지하철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 지로 나의 마음을 가늠할 수 있다. 오늘의 나는 생산적이고 싶은지, 쉬고 싶은지.

  고3 수험생 시절 학교가 끝나고 학원까지 40여 분을 걷는 게 하루 중 유일한 휴식 시간이었다. 그 시간에 홀로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1년 간의 수험 생활이 훨씬 힘들었을 거라고 자주 생각했다. 지난 사무실은 집과 가까워서 통근 시간이 짧았지만 생각할 시간이 없어 오히려 불만일 때가 있었다. 오래간만에 찾은 재정비 시간을 양껏 누리고 싶다.

 

올해의 습득 :: 운전

  경기도로 자주 출장을 가게 생겼는데 교통편이 영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듣고 운전을 결심했다. 아빠가 몹시 환영했다. 바퀴에 목숨을 걸고 벌벌 떨었는데 결국은 습득했다(만세!). 성인이 된 후 무언가를 이렇게 밑바닥에서부터 배워본 적이 없었다. 꽤나 성취감이 컸지만 아쉽게도 운전 자체가 나와 그다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해 버렸다. 눈치 보는 사람은 운전이 어려워요. 도로에서 대담해지는 법을 배우는 게 숙제로 남았다.

 

올해의 공연 :: 뮤지컬 ‘벤허’

  울적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급하게 예매해서 보러 간 공연이었다. 모든 요소가 마음에 들었다. 내가 ‘뮤지컬’을 떠올렸을 때는 이런 공연을 생각하는 거야! 기깔나는 노래를 부르는 배우들, 멋진 무대장치와 연출, 탄탄한 군무, 괜찮은 서사, 거슬리지 않는 음향, 잘 지은 티가 팍팍 나는 LG아트센터까지. 서경수를 보러 갔다가 규현에 치였다. 앞으로 규현이 뮤지컬을 하면 한 번씩은 챙겨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페어로 한 번 더 보고 싶었는데 자리가 여의치 않았다. 심하게 아쉬웠다.

 

올해의 독서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시대예보

  묘하게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아 오랫동안 읽지 않았는데, 마음먹고 읽기 시작했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읽지 않았던 그간의 세월을 탓했다.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다양한 사람의 삶을 보여주는 것도 멋졌지만, 사회적 배경을 제쳐두더라도 인물 각각의 개성이 너무나 흡입력이 있어 정신없이 읽었다(스스로 ‘마리클로드’와 가장 가깝지 않나 생각하며 조금 반성도 하였고…). 그나저나 놀랍기도 하지. 내가 처음 쿤데라의 책을 완독 한 7월 11일,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 기막힌 우연의 일치를 알고 인생에 대해 생각했다. 누군가에게는 오는 길이 누군가에게는 가는 길이라. 처음 알게 된 작가의 명복을 빌었다.

  송길영 작가의 책은 나올 때마다 정독한다. 세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 곳에서 일하기에 늘 다른 이의 시선을 갈구한다. 이번 책을 읽고 무엇보다 ‘핵개인으로서의 자립’이 중요하다 느꼈고, 이를 위해서는 감정적 자립과 경제적 자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감정적 자립이야 원래 독립적인 편이니 어렵지 않다. 경제적으로는 대단한 기술인이 되지 못한다면 일상을 영위할 돈이 있는 게 그나마 안정을 획득하는 길이겠구나. 재테크의 중요성을 또 한 번 느꼈다. 더불어 앞으로 영어가 더 중요한 언어가 된다는 이야기에 머리를 맞았다. 영어 공부는 평생의 숙제다.

 

올해의 영화 :: 맡겨진 소녀

  어디선가 간단한 소개를 보고 책을 읽었다. 마음이 좋았다. 작은 시네마를 굳이 찾아가서 영화도 보았다. 아이를 잃은 친척집에 잠시 맡겨진 가난한 집 소녀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어른들도 그렇다. 그럼에도 조심조심 쌓이는 유대와 감정이 사랑스러운 영화였다. 어른이 아이를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를 보았고, 작은 아이가 큰 어른을 어떻게 위로하는지 보았다. 언제 다시 보아도 좋을 영화.

 

올해의 인물 :: 이재용 회계사

  우연히 유튜브에서 토스의 B주류 경제학 콘텐츠를 찾았다. 이 말 잘하는 볼 빵빵한 회계사는 뭐지? 적당한 길이(20-30분)에 업계 내부자, 아저씨가 아닌 진행자에 훌륭한 회계사까지 마음에 들어 푹 빠졌는데, 어느새 알고리즘에 언더스탠딩이 떴다. 여기선 이재용 회계사가 한 시간을 떠든다. 재무제표를 공부하려 여러 회계사의 콘텐츠를 보았는데, 이 회계사님처럼 재미있게 이야기로 엮어주는 분은 처음이다. 회계를 공부하려던 게 아닌데 자연스럽게 습득하니 아주 흡족하다. 역시 말 잘하는 전문가가 최고야!

 

올해의 소비 :: 갤럭시탭 S7 FE

  뻐렁쳐 오는 소비 욕구에 결국 사고만 갤럭시탭은, 소기의 공식적인 목적(경기도 프로젝트 진행 시 이용)에잘 사용한 뒤 영상 제작에 활용되고 있다. 노트 대신 필기하기가 좋아서 책을 읽고 정리하거나 동영상 강의록을 쓸 때 유용하다(좋아하는 펜 설정, 색상, 굵기, 노트 배경까지 맞춤으로 세팅해 두었다). 갤탭으로 그림 그리는 어플에 익숙해지고 싶은데 영 어렵네. 가격도 나쁘지 않게 샀고, 크기와 성능도 좋아서 전반적으로 만족스럽다. 역시 삼성이지!

 

올해의 추억 :: 너와의 제주 여행

  대단한 걸 보러 가거나 대단한 맛을 느낀 건 아니지만 남자친구와 함께 오래 연달아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 만으로도 진심으로 행복했다. 너와 수영장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헤엄치는 두 물방개가 되었던 시간은 언제 생각해도 따뜻하다. 살면서 매일 좋은 날일 순 없겠지만 이런 날이 가끔 콕콕 박혀 있다면 앞으로의 삶이 살만 하겠어.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충만한 시간. 내가 원하는 건 그것이라 한 번 더 확신하게 되었던 여행이었다.

 

올해의 채찍 :: 더 시에나 리조트

  좋은 기회로 평소라면 가보기 어려울 ‘시에나 리조트’에 숙박해 보았다. 나보다 좀 더 사는 중산층의 삶을 살짝 엿본 느낌? 토스카나 호텔이 가성비 좋고 편하고 행복한 숙소라면 시에나 리조트는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은데 너무 좋아서 설레는 곳이었다. 평범한 30대 치고 이 정도의 재테크라면 상당히 잘하고 있다는 오만한 마음이 파사삭 부서졌지.

  편리함과 쾌적함, 아름다운 것을 봄으로써 느껴지는 만족감이 대단히 컸다. 게다가 굳이 이렇게 할 때의 여유로움을 처음 경험해 보았다. 경험해 보고 원치 않는다고 말하는 것과 경험해보지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말하는 것의 차이에 대해 생각했다. 시야를 더 넓게 가져야겠구나, 그러려면 노력해야겠구나 하는 동기부여가 심하게 왔다. 좋은 곳에서 행복해하는 남자친구를 보며 기뻤던 건 또 하나의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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