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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내 얼굴을 걸고 하는 것

by 푸휴푸퓨 2013.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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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은 나를 걸고 무엇인가를 하는 일은 별로 없다. 기껏 해야 수업에서의 발표 정도? 그만큼 나에게 주어지는 책임감도 없다. 난 이것을 내가 아직 어려서, 라고 생각 했었는데 지난 학기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깨달았다. 어려서가 아니라, 내가 학교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는 걸. 나 만한 나이는 충분히 사회 생활을 할 수 있는 나이고, 많은 사람들이 성인의 책임감을 당연하게 요구한다. 요구한다고 표현한다는 것도 우습다. 그냥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나를 거는 일은 무섭다. 일하면서도 혹시 실수를 하지나 않을까 항상 노심초사했다. 앞으로 나서는 일이라면 뒤로 빠진다. 이것 누가 했니?라 물었을 때 내 이름이 나오지 않도록, 아직은 자신이 없어서다. 그런 내가 이 블로그 메인에 내 얼굴 정면 사진을 저렇게 크게 넣어버렸다.

  지난 번 프로필 사진은 지금보다 크기도 엄청 작았고, 잘 보이지도 않는 옆모습이었다. 처음 이 블로그를 열 때에는 내가 누구인지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서 내 것이라는 표시를 하고 싶어 넣은 사진이었으니 결국 나만 알아보면 되는 사진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진은 누가 봐도 나다. 내가 지인들에게 알리기 전에 나를 아는 사람이 이 블로그에 들어올 일이 있을까? 겁이 나기도 하고, 아니 이런 것에 왜 겁이 나야 하는건가 싶기도 하고.

  내 얼굴을 넣었다는 것은 내 외모를 자랑하고 싶다는 의미가 아니다(날봐!! 이런 느낌도 재밌긴 하다ㅋㅋㅋㅋㅋㅋㅋ). 다만 이 블로그를 내가 그만큼 좋아하고, 의미 있게 생각하며, 솔직하게 내 마음을 다 털어놓고 있다는 뜻이고, 그만큼 내가 쓴 글에 책임감을 갖겠다는 뜻이다. 나는 이런 글을 종종 씁니다. 마음에 드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전 이런 사람이예요. 이런 얼굴을 가진 사람이고, 이런 생각도 가지고 있어요. 안과 밖을 모두 보여 주는 것이니 정말 많이 드러내는 거네. 이런 말을 쓰고 나면 앞으로는 단어 하나를 고를 때에도 더 많이 신중해져야겠지? 갑자기 또 약간 위축된다. 아니야! 잘 넣었어!

  곧 어학연수를 가게 되면 그 곳 생활의 일을 많이 올려 볼 계획이다. 그 곳 생활이 주가 될지, 그냥 내 상념들이 주가 될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거기서 내가 어떻게 생활할지 아직 잘 예측이 안된다) 어찌 되었든 그걸 올리게 되면 주변인들에게 내 블로그를 오픈하게 되는 것인데 좀 오글토글 거리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그 전에 먼저 얼굴을 올려서 베짱을 키워볼 심산인 것이다. 이게 나예요.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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