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눈이 알림을 보내는 때
매번 가장 먼저 계절이 바뀐다고 신호를 주는 건 눈이다. 건조하다 못해 가려워지기 시작하는 안구. 여름이 오는 시기에는 건조하면 안 되지 않나? 의아해하며 사시사철 인공눈물을 넣는다. 안과에서는 별도리가 없다고 했다.
아침이 아주 약간 서늘해진 이번 주, 기가 막히게 눈이 건조해오기 시작한다. 마침 올리브영이 세일을 해서 잘 때 쓸 온열안대를 샀다. 일본에 태풍이 지나가면 다시 여름이 올까, 아니면 가을이 올까. 가을이 와도 눈은 낫는다. 겨울이 올수록 건조해지는데 희한한 일이다. 계절이 바뀌는 딱 그 시기에만, 눈이 신호를 보낸다. 나이가 들면서 처음으로 몸이 자연에 반응해 보내는 소식이다. 더 나이가 들면 날씨도 알아차리게 될지 모를 일이다.
2. 분별에는 돈이 든다
뒤늦은 영화 관람 후기. ‘퍼펙트 데이즈’를 보았다. 잔잔한 일상 영화는 남자친구를 설득하기 힘든데, 수도사같은 일상이라며 흥미를 보인 남자친구는 저런 시인의 삶도 괜찮겠다고 했다. 의외의 반응이다. ‘리빙’을 함께 재미있게 보았으니 영 뜻밖은 아니라고 해야 하나. 몇 년을 함께했는데 아직도 놀라는 때가 있다.
영화는 나쁘지 않았지만 김이 샜다. 갑자기 여동생이 나타나는데 부자라는 설정이었다. 어쩐지. 선택한 가난은 진짜 가난과는 다르다. 손에 쥔 돈이 조금만 있어도 회사에서의 마음가짐이 완전히 달라지는 걸. 이 할아버지가 무엇을 소중히 여길 지 아는 이유는 분별을 배울 돈이 넉넉했기 때문이다. 분별은 경험에서 나오고 경험은 돈이 든다.
빔 벤더스의 사진집을 갖고 있는 터라 영화에 대한 극도의 호감을 품고 관람했다. 도쿄의 다양한 화장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화장실 홍보물로 만든 영상으로써 제 할 일을 200% 다했다고 본다). 이 영화가 재미있다면 패터슨도 좋아하리라 생각했는데, 남자친구가 패터슨은 지겹다고 했다. 흑백 부인의 예술 취향이 영 별로라 그런가. 여하간 나도 주거가 안정되면 수도승처럼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후기.
3. 사회는 관찰하는 맛이 좋다
텍스트힙이 유행이라 한다. 책 읽는 행위가 쿨해보이는 흐름이 있다는 뜻이다. 얕은 책을 널리 읽는 나에게는 희안한 유행이지만 아무려나 시대가 그런 물줄기를 따라가고 있단다. 재미있는 일이다.
모든 사람들이 여간하면 책을 읽던 시대를 지나 ‘이렇게 독서를 안하면 사회가 망해요!’라고 꾸짖는 시기도 지나 모두가 글을 읽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으리란 시대가 도래하더니 책 읽는 행위가 ‘유행’이라고 불릴 정도로 희귀한 일이 되어버리는 시절이 됐다.
시대건 시절이건 어떻던 간에 늘 도서관을 좋아했고 쓸데없는 책을 읽던 나에게는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다. 그나저나 책을 읽으면 읽었지 그걸 틱톡이며 인스타에 올리긴 왜 올릴까. 낯설고 재미있다. 젊은이들, 신기하게 노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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