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회사가 인사발령의 폭풍을 지나 조금 안정되었다. 앞이 캄캄했던 상황에서 갈피 정도는 잡았다고나 할까. 다음을 어찌할 바 모르겠으면 큰 계획을 보고, 전체가 한눈에 보이지 않으면 당장 바로 앞의 한 단계를 하라지.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니 그냥저냥 견딜 수 있게 되었다. 꽤나 자주 시간이 마음을 해결한다. 모든 일을 무난하게, 회사가 재미없어진 건 극복해야 할 과제다.
2.
드디어 집 가까운 헬스를 등록했다. 아침 6시에 운동을 하고 출근하는 게 사뭇 상쾌했다. 한 달 이상 운동을 게을리 했더니 체력이 말도 안 되게 줄어들어 30분 인터벌 달리기가 불가능했다. 그래도 다시 차곡차곡 쌓으면 발전하리란 사실을 안다. 끙끙대는 너를 억지로 깨워 둘이 기어가다시피 어둑한 길을 걷는다. 혼자라면 어렵지만 둘이라면 조금 더 낫다. 네 건강검진 결과가 좋지 않아 식단도 건강하게 바꾸기로 했다. 다이어트를 위해 참기는 어려웠는데 네 건강을 생각하면 쉽게 단념이 된다. 오래 행복하게 살아야지. 그러려면 좋은 일상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3.
네가 회사에서 좋지 않은 소식을 들었다. 너의 회사 생활에는 늘 고난이 함께하는구나. 서너달이면 해결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너를 어떻게든 돕고 싶지만 방법이 없다. 고통을 헤쳐나갈 너를 응원하는 수밖에. 나는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잔소리는 하지 않도록 노력하자.
4.
사촌동생이 결혼을 해서 덕분에 친가 식구들에게 너를 소개했다. 언니 부부와 우리 부부가 함께 가니 부모님이 뿌듯하실만한 모습이었다. 사촌 언니의 제법 큰 아들도 처음 보았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해 날씬한 언니가 더욱 살이 빠질 수밖에 없어 보였다. 친척 어른들을 뵙고 나면 할머니가 떠오른다. 할머니 안녕? 우리는 이렇게 많이 컸어. 이제 할머니의 딸이 할머니 이야기를 듣는다? 나는 할머니가 내 결혼식을 볼 거라고 늘 말하다가, 어느 날 못 볼 거라 생각하는 얼굴로 바뀐 날이 가끔 떠올라. 숨이 차서 도어락의 건전지를 바꾸기 어려웠던 것도. 할머니가 있었다면 할머니 보여주려고 결혼식을 했을 수도 있는데. 나는 할머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할머니가 원하던 모습은 아니겠지만 우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잘 사니까.
결혼식이 끝나고 엄마아빠 집으로 이동해 신나게 놀았다(물론 낮잠 한숨으로 시작했다). 피자와 치킨이라는 특식을 먹고, 달무티와 아발란을 하는데 압도적으로 졌다. 보드게임의 신은 왜 내게 오지 않을까! 새로운 구성원이 참여하니 분위기가 또 달라졌다. 두 시간도 넘게 시끌벅적 가열찬 게임을 했다. 집을 나서는데 이런 게 명절일까 싶은 느낌이 들었다. 시간은 가고, 예전의 행복이 사라지면 새로운 행복을 만난다. 어떤 시간도 붙잡을 수 없으니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
5.
고민은 마음에 달려있으니 스스로 만든 감옥에 갖히지 말자. 내려놓으면 별 것도 없다.
업무 노트에 한창 2024년이라고 쓰다 2025년으로 고쳤다. 작년엔 3월에 고쳤는데 1월 중에 깨달았으니 빨리 알아챘지. 20대의 계약직 선생님과 이야기하면 내가 확실히 20대와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혼란스럽던 서른도 이제 끝입니다요. 만 나이 떼어놓고 생각하니 34살임을 깨달았을 때의 충격이란. 찐 30대 중반이 되어보니 고민 없이 지루한 때가 가장 행복이다. 어느 나이까지는 그걸 몰랐는데, 몇 해 전 문득 깨닫고 나서 -한 2021년일까- 이제는 지루함을 소원하게 되었다. 44살의 나는 무슨 생각을 하려나. 여보세요~ 그때의 전 좀 멋진 어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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