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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5.7.30. 쌉T도 칭구를 좋아해

by 푸휴푸퓨 2025.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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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생 때 친구들과 무려 7시간 동안 수다를 떨었다. 셋 다 목이 아플 만큼.
  우리 셋은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 같은 학원에 다녔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40분쯤 산책을 하며 함께 학원에 갔다. 교칙이 빡빡한 학교라 무릎 아래로 오는 플레어스커트를 휘날리고 다녔는데, 어느 날에는 지나가던 외국인이 우리의 사진을 찍기도 했다.
  매번 시험을 망쳤다며 징징대다가 수능이 끝나고 함께 수험표를 들고 찜질방에 갔다(씻지도 않고 먹기만 하다 나왔다). 대학을 즐기고 취업을 축하하고 이직을 고민했다. 서로의 가족이 결혼하고 아프고 퇴직하고 출산하는 것도 지켜보았다. 틈틈이 함께 여행도 갔다. 강릉에서 생초보운전으로 스파크를 몰던 친구가 어느새 제주의 꼬불꼬불 길을 능숙하게 운전했다(새벽부터 한라산을 등반하고 백록담에서 꼬질한 사진을 찍었다).
  우리는 참 달라서 어떤 문제에 대해 셋 다 동의를 하면 세상의 여간한 사람이 동의한다고 암묵적으로 인정했다. MBTI가 유행한 후 각자 테스트를 해보니 ISTJ, ISFJ, ESFJ였다. 호오, S와 J가 겹쳐서 우리가 다르면서도 그렇게 편안했구나. 어쩐지 약속 시간까지 재확인을 안 해도 늘 지각하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종종 이들에게 차가운 나와 친구 해주어 고맙다고 했다. 둘은 합리적이지 않은 자신들을 만나줘서 고맙다고 화답했다.
  이번 주말에는 이 친구들과 결혼 이야기를 했다. 놀랍게도 나를 뺀 두 명이 ‘프로포즈와 반지는 남자가 먼저 말을 꺼내줘야 한다’에 몹시 동의했다. 그렇지만 답답한 건 본인이잖아? "왜 그래야 하느냐"와 "로망이란 그런 것이다”의 싸움을 한창 했다. 나는 21세기 신여성이 다 어디 갔느냐고 부르짖었지만, 상대가 반지를 줄 때의 행복함을 모르는 자라며 묵살당했다.
  지독한 집순이인 나는 보통 친구 모임의 주기를 6개월에 한 번 이상으로 늘리고 싶어한다. 이 친구들은 본래 한 달에 한 번을 주장했는데, 나의 주장과 타협해 분기에 한 번으로 늘렸다. 이번에는 낮에 만나니 일찍 파할 줄 알았건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집에 가는 마을버스가 끊겨 남편에게 마중을 부탁해야 했다. 나도 웃기지. 약속이 취소되길 기다리면서도 나가면 누구보다 신나서 떠들고 또 떠든다. 과연 다음 모임에서는 로망이 이길까 신여성이 이길까. 상당히 궁금하다.
 

집에갈 땐 항상 (의미 없는) 속도경쟁 - 수원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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