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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5.8.6. 변화에 적응하기가 쉽기도, 어렵기도

by 푸휴푸퓨 2025.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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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0대 좋아요 내 스타일이에요

  주말에 친구들과 만났다. 개관 이후로 미뤘던 모든 친구들 모임을 이제야 다 마쳤다. 다음 주기가 돌아오려면 3~6개월 정도가 걸리므로 당분간 약속은 없을 예정이다. 집순이는 공백이 반갑다.

  이번에 만난 친구 두 명은 모두 임신을 했다. 한 명은 무려 다음 달이 출산이다. 중학생 때 전학생으로 처음 봤던 모습을 잊지 않았는데, 이제 만삭의 배 때문에 숨이 찬 모습을 본다. 어릴 적에는 “우리가 결혼을 할까?” 하며 생각만 해도 징그럽다는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결혼은 무슨, 출산도 한다고! 남편과 시댁과 가족 문제를 이야기하며 시간의 흐름을 절절히 느꼈다.

  8월 초 뙤약볕의 해운대에 놀러 간다는 20대 선생님을 보며 나는 절대로 짜지 않을 계획임을 확신할 때 확실히 나이가 들었음을 체감한다. 이 일을 어쩌냐며 칭얼대기도 하지만 본심은 아니지. 나는 나이가 드는 게 싫지 않다. 기회가 주어져도 20대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

  무엇이든 경험해보려 부딪히는 게 아름다운 20대와 무엇인가를 시작해서 쌓아나가는 30대를 비교하면 개인적인 취향으로 30대가 나에게 더 맞다. 잔잔하게 지속되는 걸 좋아한다. 꾸준히 노력하다 인생에 몇 없을 기회가 오면 정확하게 낚아채는 게 내가 생각하는 살기 좋은 삶이다. 모든 면에서 미숙함이 느껴졌던 10년 전보다, 좀 늙었어도 여유가 생긴 지금이 좋아.

나이 드는 게 불안할수록 이로 인한 이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령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더 짙어지는 우정, 더 풍부해지는 인생과 사회 경험과 같은 것들 말이다. 현재를 소중히 여기면 우리의 내면은 더욱 강해지고, 몸과 마음을 두루 살피는 법을 더 잘 알게 된다. 인생의 모든 변화에는 득과 실이 있기 마련이며, 나이 문제도 마찬가지다.

잠시 쉬어 가세요, 런던의 심리상담실 中

  다만 신체의 노화가 40대에는 더 세게 온다는 점에 대해서는 오들오들 걱정한다. 지금도 힘든데, 40대는 진짜 장난 아니라고요? 믿을 건 근력 운동뿐이련만. 살면서 이렇게 꾸준히 싫어하는 게 있나 싶을 만큼 왜 이렇게 운동을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제발 좀 좋아지라고!

 

2. AI님에게 잘 부탁한다던 이세돌님을 떠올리며

  나는 문과고 과학이라곤 아는 게 없다. 교양 물리 도서라 쉽게 쓰였다는 광고 문구는 오히려 나를 농락하는 문장이다. 어느 과학 콘텐츠도 나를 흥분시킨 적이 없다. 그런 내게 과학 기술의 발전은 미지 그 자체다.

  요즘 나는 AI 관련 주제를 열심히 탐구한다.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이것저것 써보려고 시도한다. 매달 몇 만 원을 내면서 멋지게 GPT를 쓰지 못함이 영 불만족스럽다. 아무리 노력해도 깊이 있게 들어가지는 못한다. 프롬프트를 잘 쓰는 게 핵심이라는데, 줄글을 길게 늘여 쓰는 나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고 느껴진다).

  책 “휴머노이드”를 읽다가 마음이 더욱 아득해졌다. 위르겐 슈미트후버 교수는 인류에게 진정한 충격이 발생하는 시기는 몸이 없는 AI가 몸을 가지게 되는 시점, 즉 피지컬 AI가 일상화되는 시점으로 꼽았다(166쪽). 바로 납득했다. AI가 휴머노이드의 뇌가 된다면 나는 그를 절대 이길 수 없다. 나는 이미 GPT보다 아둔하다. 정신과 육체 모두 지배당할 날이 몇 년 안에 올 것 같아서 옵티머스가 춤추는 영상에 신기함을 느끼기 두렵다.

 

 

  언젠가 회사 동기들과 GPT가 쓰고 GPT가 결재한다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사실 이 말은 꼭 웃기지도 않고 농담도 아니다. 정말로 질문만 사람이 하지 답도 보고서도 검사도 GPT가 하는 사태가 만연해 있다. 우리 조직은 GPT 사용을 권유한다. 어느 부서의 보고서를 읽고 ‘이렇게 참신하게 이상하면서 무어라 콕 찝어 말하기엔 생경한 느낌의 문구들은 뭐지’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는데, GPT가 써주었다는 사실을 알곤 바로 납득했다. 관성이 모든 걸 일궈내는 우리 회사에서 나올 말이 아니었다. 뭔가 낯설고, 근데 또 이상하다고 지적하기는 어려운.

  나는 직장 잃을 걱정을 당장은 하지 않는다. 인간이 세상을 현재대로 유지하려는 비합리적인 면모를 보일테고, 그 행위에 기대 개중에 끝까지 남을 조직 중 하나가 우리 회사일 것만 같다. 안일하다는 건 알고 있다. 습격은 남들보다 늦게 받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인간 사회가 나를 보호해 줄 것 같지도 않다. 나는 내가 맹수가 다가오는 게 뻔히 보이는데 아직 거리가 멀다고 안심하려 드는 게으른 돼지 같다. 2050년쯤 나는 대체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생존해 있기는 할까? 무얼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는 심정으로 오늘은 장강명 작가의 신작(먼저 온 미래)을 읽기 시작했다. 먼저 공포를 느낀 바둑 기사들의 마음을 느껴보려고.

 

3. 마음 너 참 어렵더라

  AI고 뭐고 비상 초비상. 커플링이 검지에 맞지 않아 빼내는 사태가 왔다. 한때 헐렁거려서 빠지기를 걱정했던 그 반지가 맞나요? 일주일의 휴식이 끝난 동기와 현 사태의 심각성을 공유했다. 이 친구, 내 마음같은 말을 참 잘도 한단 말이야. 아 그래서! 운동 그거 좋아하는 거 어떻게 하는 건데!

내 마음이 제일 옹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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