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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5.8.20. 연휴 좋아요 끝나지 말아요

by 푸휴푸퓨 2025.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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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 두 달쯤 블로그 글을 쓰는 게 상당히 재미있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굉장히 귀찮다. 그날의 기분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한 법. 적당적당히 써야지.

 

1. 나보다 더 나은 나 같은 너

  지피티로 나를 만들었다. GPTs라는 기능을 배우고 무언인가 봇을 만들어 보라는데 블로그가 떠올랐다. 지난 10여 년의 일기를 데이터로 넣고 내 이름을 딴 봇을 생성했다. 너는 무엇을 말할까?

  몇 가지 질문을 해보니 신기하기 짝이 없었다. 걱정이나 불안을 말하는 나에게 감정적 공감이 아니라 “불안을 구체적으로 표로 정리해볼까? 도움이 되는 루틴을 짜볼까?”라며 제안을 했다. 모든 방향이 아주 그냥 내 머릿속 같았다. 그래, 그렇게 해결하는 걸 나는 좋아해.

  다만 지피티는 나보다 더 조리있고 깔끔했다. 버벅거리지도 횡설수설하지도 않고 순식간에 멋진 해결책을 줄줄 읊었다. 너는 나의 업그레이드 버전이구나. 이제는 AI에 밀려도 놀랍지 않다. 장강명 작가의 ‘먼저 온 미래’와 다양한 이세돌 기사의 인터뷰를 읽으며 남은 건 역시 마음의 준비뿐이구나 생각했다. 누군가 메타 인류의 연구를 해석하는 연구자가 되면 그나마저 다행이지, 나는 아마 굴러다니는 돌멩이가 될 거야.

 

2. 가끔은 신선함이 필요해

  은모든 작가의 북토크에 다녀왔다. 은모든 작가는 “꿈은, 미니멀리즘”을 통해 처음 알았다. 소설인데 나와 친구들 이야기처럼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최근 “꿈과 토템”을 읽고 똑같은 생각을 했다. 여성 화자만 나오는 이야기라서 그런가? 자꾸 친근했다. ‘재미있는 소설’ 대신 ‘진짜 내 주변 이야기’같아 신선했다.

  이 작가를 더 알고 싶어서 검색을 했더니 당장 다음주에 북토크가 있었다. 오? 미적대다 놓쳤던 히조의 북토크를 생각하며 이번에는 움직여보자 싶었다. 너와 행사를 예약하고 연휴 전날 저녁을 설레며 기다렸다.

 

우리는 필기 스타일이 참 다르군

 

  옹기종기 모여 앉은 작은 규모의 행사에서 작가님 바로 코앞에 앉았다. 진행자 없이 어떻게 이야기를 하시려나 싶었는데 25칸 빙고를 만들어 오셨지 뭐야. 이런 분이 그런 소설을 쓰는구나 싶어 신기했고, MBTI를 질문해 볼까 하다 너무 문학적이지 않은 질문이라 참았다. 작가님은 심학규를 싫어하시고, 술을 좋아하시는 듯하고, 멋진 차를 선물로 주셨다. 단오제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래간만의 문화생활 외출.

현수막 게시자를 착한 사람으로 여긴다면 보이스피싱을 조심하세요..!

 

3. 정리는 내 취향 복닥복닥 집은 안 내 취향

  언니가 조카가 태어날 걸 대비해 가구를 옮겨야 하는데 너의 힘을 빌리기를 부탁했다. 와중에 주변에서 아기 관련 물품을 잔뜩 받았고 또 샀는데 정리가 전혀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 또 저희의 전문분야죠? 맛있는 점심을 약속 받고 너와 지하철을 탔다. 아침 10시는 모두가 등산을 가는 시간으로 우리 모르게 약속을 했나. 등산복 인파와 반대 방향을 탈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한적한 지하철이 좋거든요.

  언니의 집은 눈이 번쩍 뜨이게 난리통이었다. 언니네는 아기 물품뿐만 아니라 잡동사니가 많은 집이다. 다양한 물건을 벌크로 사서 여분까지 모두 꺼내두고 쓴다. 만삭의 임산부와 원래 정리를 선호하지 않는 실용주의자의 콜라보는 참으로 훌륭하지. 무엇을 어찌할까 눈을 굴리다 너와 형부가 가구를 옮겼다. 나는 사이사이를 뛰어다니며 바닥과 가구의 먼지를 닦았다(새카맸다).

  가구를 다 옮기니 집주인 내외는 만족의 표현을 하며 일을 마무리하려 했다. 어딜! 이 현장은 이제 내가 지휘해야지. 너와 형부는 일단 아기 의자를 조립해. 근데 이제 렉도 좀 가져와. 나는 옷과 장난감과 물건을 정리할테니 언니는 앉아서 각각이 뭔지를 말해줘. 아기를 위한 공산품을 모으고 장난감을 진열하고 옷을 꺼냈다. 운동 용품이 많은 집이라 사이사이 먼지 제거는 필수. 생활이 바뀌면서 쓰지 않게 된 물건은 당근을 하라고 권유했다. 크게 듣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Before & After

  맛있는 중국 음식을 먹고 코스트코에 갔다. 나는 예산을 15만 원으로 잡았는데 역시나 넘었다. 물건을 소분하러 우리 집에 와서 다같이 바닥에 누워 있다가 겨우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 날도 느꼈지만 나는 참 정리를 좋아해. 뒤집어지게 피곤해도 목표한 일을 다 해서 뿌듯했다. 다음에 가면 그 집 앞베란다를 치워야지.. 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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