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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2025.9.21.-22. 가자아 무화과 원정대!(2편)

by 푸휴푸퓨 2025.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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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근한 침대에서 한숨 자고 일어나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일요일 저녁이 되니 관광객이 싹 빠져나갔더라고. 어르신 몇 분 외에는 행인도 차도 없는 골목을 둘이서 걸었다. 저녁으로 고른 집은 근대역사관 2관 맞은 편의 명인집. 해산물을 먹으면 자주 배탈 나는 너를 위해 게살비빔밥을 포기했다. 명인집도 유명하다는데 들어서니 식사 손님이 우리뿐이라 민망했다. 정말로 목포는 고요하구나? 다행히 다 먹기 전에 한 팀이 더 와서, 우리가 나간 후 가게가 텅 비지 않을 수 있어 좋았다. 떡갈비도 갈치구이도 괜찮았지만 반주로 시킨 명인집 수제 막걸리가 나는 마음에 쏙 들었다(상큼한 걸 잘 못 먹는 너는 나만큼은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커다란 갈치도 스스로 손질해 못 먹는 너! 손 마이간다 손 마이가!

 

  저녁을 먹고 무화과빙수를 먹으며 대미를 장식하려 했는데, 재료 조기 소진으로 일찍 문을 닫는다는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정말 조기소진인가요! 일요일이라 쪼금만 준비하신 건 아닌가요! 무화과 원정대가 하루 종일 무화과는 구경도 못해서 눈물이 광광 흐르려 했지만 마지막으로 점찍어둔 가게 '몽글 푸딩'이 곧 문 닫을 시간이라 정신을 차렸다. 푸딩 두 개를 사서 흐물흐물 걷다 무인 소품샵에 들어갔다. 구경만 할 요량이었는데 서울에 비해 값이 놀라우리만치 저렴했다. 잔막걸리 한 잔에 적당히 취한 나는 "기분이다!"를 외치며 이것저것 집어 들었다. 이럴 때 나를 막지 않는 너는 같이 집어 들었고, 푸딩이며 소품이며 추가 맥주에 과자까지 들고 숙소로 돌아갔다(처음 본 하리보 해리포터 젤리는 덤). 

불콰한 뚱냥이가 마치 우리의 모습 같았달까

 


 

  늘어지게 자고 일어난 다음 날, 목포 소품샵이 저렴하다는 정보를 습득하였으니 다른 소품샵도 가야겠다 마음먹었다. 나물이며 해산물을 안 먹는 너를 데리고 백반집에 가 봐야 별로 좋아하지 않을듯해 아침은 건너뛰었다, 고 적으면 좋겠지만 배가 고프다며 너는 CU에서 김밥을 사 먹었다. 어쨌거나 시화골목에 도착했고, 골목골목 구경하기엔 나도 배가 고파서 소품샵 '미지의 세계'로 직진했다. 이런저런 소품이 마음에 들어서 여럿 집어들었는데, 인견 딸기 잠옷과 씽 펜꽂이를 구입한 게 아주 흡족했다. 그게 목포랑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후후. 

 

1) 풍경이 이리 좋으니 이만하면 다 본 것이다 2) 살다보니 씽 펜꽂이를 사는 날이 다 오네 내가

 

  배가 고파 슬피 우는 뚱뚱이 두 명은 다시 무화과빙수를 시도하러 시내의 케이커로 갔지만 이번에는 손잡이에 신문이 껴 있을 정도로 문을 닫은 지 제법 되어 보였다. 목포의 무화과는 대체 어디로 갔나! 내게 목포 여행을 권해주었던 이는 목포역에 내리면 무화과 가판대가 북적북적 모여있댔는데, 정작 역 앞에는 홍무화과 아주 조금과 정체불명의 즙을 파시는 할머니 한 분뿐이었다. 우리는 무화과에 대한 슬픔과 절망감을 잠재우러 씨엘비 베이커리와 코롬방제과점에 갔다. 나쁘지 않은 오래된 동네 빵집 느낌이었다. 빵을 위해 꼬옥 목포를 또 방문할 필요는 없겠지만 또 왔는데 굳이 안 들르고 갈 필요도 없어 보였다. 너는 새우바게트를, 나는 크림치즈바게트를 마음에 들어 했으니 이 정도면 합격 아니겠어요?

 

그러고보니 뒷편의 카레빵도 맛있었음! (일본커리나 옛날커리 맛 느낌)

 

  빵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우리는 농협 하나로마트로 향했다. 산지 생산 무화과가 반드시 있으리! 청무화과를 원하는 나와 무화과가 무슨 맛인지 모르는 네가 하나로마트 방향의 버스를 탔는데 이것 참. 버스 승객 대부분이 장년+노년층이어서 버스에 먼저 타 자리에 앉았다가도 벌떡 일어나야 했다. 정말로 노령 인구가 많구나. 사실 목포를 여행하면서 서울에서 볼 수 없어진 단어가 여전히 사용되는 게 신기했다. 내가 수집한 단어는 "양화점, 주단, 부식, 컴퓨터세탁". 부식이라는 단어를 고등학생 때 원미동 사람들 작품을 공부하며 본 이래 본 적이 있던가? 그러나 버스의 인구 구성을 보며 신기할 일도 아니겠음을 체감했다. 

 

제가 아는 금잔디는 꽃보다 남자뿐...

 

  하나로마트에는 역시나 무화과가 있었다. 홍무화과와 청무화과를 양 손에 들고 싶었으나 무화과가 익는 속도를 생각하며 욕심을 접었다. 아쉬움에 무화과 근처를 세 바퀴는 돌았는데 무화과 맛을 모르는 네가 호응해주지 않아 체념이 됐다. 그래도 청무화과가 그렇게 달다면서요? 최대한 오래가도록 배가 하나도 터지지 않은 상자로 골랐다. 산지에서 제철 농산물을 사는 아줌마라니, 나도 제법 어른이었다.

 

나에게 커피니는 전라도의 상징

 

  점심 한 끼를 더 먹고 서울에 올라갈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나 이미 뱃속엔 빵이 가득했고, 이틀의 뚜벅이 여행으로 지친 우리는 기차 시간을 당기기로 했다. 집에 가서 노랑통닭을 시켜먹자며 마무리된 목포 여행은, 돌아오고 나서도 '목포에 살고 싶다, 목포 교통편이 참 좋다'는 너의 되새김질로 높은 만족감의 여운을 남겼다.

  처음 방문한 목포는 예상만큼 낙후되어 있었다. 목포역 근처의 모든 관광지가 발전되지 못한 여느 지방도시의 구도심과 다르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목포 영상을 여럿 찾아보았는데 '방송에서 죄 낡은 구도심만 찍어가니 사람들이 목포가 낙후된 줄 오해한다'는 댓글을 읽었다. 그래, 목포 어드메에도 분명 신축 아파트 단지가 다글다글 모여있는 곳이 있겠지. 평화광장 근처는 더 발전되었으리라 추측했지만 뚜벅이가 힘들어서 방문을 포기한 게 맞았다.

  그러나 목포는 참으로 뚜벅이 친화적인 도시여서 시내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기가 아주 편했다. 이틀간 택시를 딱 한 번 타고 내내 버스를 탔다. 버스가 배차 간격도 견딜만하고 도착정보도 정확한 데다 가고 싶은 곳에 가 주는 노선도 많아 상당히 만족스러웠거든. 운전을 하지 못하는 네가 목포라면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이유 중에 버스가 아주 큰 비중을 차지했다.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제외하고는 첫 외박 여행이었다. 정말 즐거웠다. 목포에 세 시간도 안 걸려 온다고 10년도 더 된 KTX 기술에 이제사 감탄하는 너와 다음 달에는 부산에 간다. 그때가 6년 전이라니 세월 참 빠르지. 또 스프레드시트에 표를 만들고, 교통편을 검색하고, 맛집을 찾고... 빠닥빠닥 돌아다닐 수 있을 때 열심히 다니겠노라고 뚱땡이는 한 번 더 결심했다. 추억이 쌓여만 간다.

 

 

2025.09.23 - [DIARY] - 2025.9.21.-22. 가자아 무화과 원정대!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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