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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하루 2만 보만큼 신나는 삿포로 여행 (Day 1)

by 푸휴푸퓨 2025.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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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6일부터 19일까지 삿포로에 다녀왔다. 정말 오래간만의 일본 여행이었다. 2019년 이후 6년 만에 갈 줄 그때의 나는 예상하지 못했다. 2025년에는 결혼도 했다 알려줬으면 믿었겠어? 아무려나 결혼도 했고요, 그 남편이랑 결혼 1주년 즈음되어서 해외여행을 떠났습니다. 아주 재미있었다. 기록을 남겨두지 않으면 전부 휘발될 걸 알기에 꾸역꾸역 기억을 붙잡아 써보는 여행기.

 


 

  비행기 출발 두 시간 전까지 공항에 가기로 계획을 세웠다. 두 시간에 맞는 공항버스 말고 하나 앞선 것을 탈까 고민했지만 늘 시간이 남아도는 편이라 이번만은 그러지 않으려 했다. 그런 나의 고민을 계획표에 적어두었는데, 여행 계획을 공유받은 동기가 ‘언니는 지난번 여행에서도 저렇게 써놨더라’고 했다. 그랬나? 그래서 어떻게 되었겠어요. 하나 앞선 버스를 타고 일찌감치 공항에 도착했다. 새벽 같은 여행의 시작이었다.

 

6시 20분 버스를 탔답니다 (8시 전에 도착해벌임)

 

  작년 신혼여행을 다녀오며 이제 5시간 비행도 하고 싶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기에 삿포로까지의 3시간 여정에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우리 같은 거구에게 이코노미는 정말이지 재앙이라고!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죽이고 공항에서 해방되니 두 뚱보는 이미 지쳐있었다. 이동이 이렇게 힘들었던가? 그 와중에 공항에서 입국 때 한 번, 출국 때 한 번 먹어야 한다고 추천 받은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나의 주장으로 도착한 아이스크림 집에는 '여기서 부터 25분'이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었는데.. 다행히 10분 이내로 기다려 아이스크림을 받았다. 우유맛이 진한 맛도리라 만족스러웠다.

 

대단히 맛있었으나 1인 1개 먹기에는 좀 많이 많다는 감상 (뚱보라도 2인 1개 추천)

 

  꾸역꾸역 아이스크림을 먹느라 놀라우리만치 지쳤지만 숙소로 가는 공항버스를 또 타러 갔다. 우리만 지쳤던 건 아닌지, 뒷좌석의 한국인 가족도 힘들다고 칭얼거렸다. 엄마, 힘들어. 내가 더 힘들어. 이게 5세쯤 되는 아이와 엄마가 하는 대화가 맞는지 너와 나는 어이가 없었다. 

 

뭐시기저시기 산쪼메에서 내렸는데 벌써 잊어버렸다

 

  숙소에 도착해 체크인을 마치니 4시. 저녁 징기스칸 예약을 5시에 해둔 터라 조금만 쉬다 나가기로 했다. 숙소에 가면서 편의점에서 주전부리를 조금 샀다. 주전부리고 뭐고 원치 않았는데 점심까지 굶긴 터라 너의 의견을 듣지 않을 수 없었지. 숙소에 도착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침대에 쓰러졌다. 일단 난 좀 자야겠어! 첫날부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낮잠부터 자도 괜찮나요. 철저하지 못하게 예약한 숙소는 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았다.

  숙소는 시내 또한 애매하게 가까워서, 굶주리고 지친 두 뚱보는 예약 시간에 맞춰 징기스칸 마사진까지 엉금엉금 기어갔다. 오전에 스타벅스 음료 한 잔, 점심 건너뛰고 간식 조금이 우리가 그날 먹은 전부였다. 맛있게 먹을 준비 너무 잘한 것 아니세요? 배고픈 마음과 늦기 싫은 마음이 합쳐져 일찍 나섰더니 50분쯤 가게 앞에 도착했다. 절대 미리 문을 열어주지 않을 일본이라 노크도 하지 않고 머리를 휘날리며 호달달달 기다렸다. 11월에 롱패딩 입으라고 했던 사람들 만세!

  GPT로 가타가나 이름을 알아내 (나는야 ベク상!) 일본어 사이트에서 예약도 했던 집이었다. 그렇게까지 수고할 가치가 있었나요? 예약을 안 했더라면 대기 헤이터인 두 뚱보가 굳이 기다리진 않았을 것, 맛이 썩 나쁘진 않았던 것, 친절함도 나쁘지 않았던 것, 뚱보의 양을 채우기엔 3인세트+추가 고기 및 사이드디쉬도 턱없이 부족했던 것, 그러나 삿포로 왔으면 징기스칸 한 번쯤 먹을만했던 것을 종합한 우리의 별은 세 개였다. 숙소 가까이에 다른 징기스칸이 있었는데 거기도 매일 저녁 줄이 있었거든요. 우리도 대세를 하나쯤은 따를만했다.

 

고기 가장 맛있었던 건 단품으로 시킨 램촙, 감자버터구이/감자샐러드/파밥은 셋 다 추천!

 

  저녁을 먹고 나와 너무 힘들긴 한데 배가 꽉 차지 않았다는 너에게 미리 찾아두었던 산도 집을 제안했다. 설탕홀릭인 네가 안 넘어올 일이 없지. 8시 마감인데 7시 50분에 허겁지겁 도착한 우리는 몇 남지 않은 메뉴 중 두 개를 골랐다. 한국인이 많다던 리뷰답게 매장 안에는 한국인 취식객뿐이었고, 의심스러운 마음으로 구입을 했던 우리는... 그냥저냥한 숙소 침대에 앉아 어우 맛있다를 연발하며 흡입을 마쳤다. 아무 리뷰에서도 크림브륄레나 몽블랑초코를 추천하지 않았는데요, 이게 이 정도면 추천템은 얼마나 맛있을까 싶었답니다. 포장에 쓰인 스티커는 후에 집까지 모셔다 다이어리에 붙였다. 그리고 지쳐 나가떨어진 나는 씻지도 못하고 불도 못 끄고 잠들어 버렸다. 이것은 여행인가 극기훈련인가. 한국에 돌아와 나흘을 앓아눕게 한 나흘 간의 여행에서 그렇게 하루가 흘렀다.

 

놀랍게도 크림브륄레를 위한 도자기 그릇을 줌 (이것도 한국까지 이고지고 왔지)

 


 

  너는 해외 자유 여행의 경험이 전혀 없었다. 작년에 나와 싱가폴/베트남을 다녀온 뒤 본가에 자유 여행도 편하더라, 영어가 통하니 재미있었다는 -내 눈에는 아주 귀여운 수준의- 자랑을 날리기도 했다. 그래서 웃기게도 일본을 걱정했다. 일본은 영어가 통하지 않는데 번역 어플을 준비하지 않는 내 모습이 영 불안했던 모양이다. 어쩔 작정이녜서 "잘 봐, 메뉴가 있잖아? 이거(손가락으로 가리키기) 한 개(손가락 한 개 편다), 이거(다른거 가리키기) 두 개, 이러면 다 준다니까?" 했더니 도대체 믿지 않았다. 여행의 모든 면에서 적극적이지 않은 네가 처음으로 파파고를 깔고 번역을 연습했다. 얼마나 불안하면. 상당히 흥미로운데.

  언어는 너만 믿는다고 맡겼더니 공항버스 줄에서 행선지를 확인하는 순서가 다가올 때까지 너는 목적지 정류장 말하는 연습을 했다. 하지만 버스 아저씨는 그렇게 긴 대답을 기다리지 않죠? 어디로 가냐는 질문에 너의 문장이 바로 나오지 않자 나도 모르게 "도치? 도치? 아~ 산쪼메!"를 외쳤고, 파파고의 남자는 그만 시무룩해졌다. 

  여행은 손짓과 짧은 일본어 단어, 영어 단어로 모든 소통이 원활했다. 나야 뭐 그랬거니 하고 말았는데 여행을 다녀온 지 꽤나 시간이 지난 어제, 너는 갑자기 내게 일본에서 일본어는 몰라도 한자를 읽는 것 같더라는 질문을 했다. 아니.. 아직까지 말을 생각하고 있었어..? 파파고의 남자도 나만큼 한자는 할 줄 아는데 여행 경험이 적어서 그렇지 뭐. 다음 여행에서는 꼭 소통 담당을 시켜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가자 더 넓은 세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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