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보면 별 것도 아닌 것에 나는 신이 자주 난다. 도서관에서 인턴을 하고 싶었고, 갑자기 우리 학교 도서관에서 인턴이 생긴다기에 망설이지 않고 지원했다. 사실 붙을 것이란 기대를 크게 한 것은 아니었는데(떨어 졌을 때 실망이 작을 것이란 말과는 다르다) 붙었다 붙었어. 에헤라디야~ 붙고 나서 경영지원팀에 인턴 쪼가리랍시고 들어가려고 할 때 마다 나는 항상 문 뒤에서 한숨을 쉬었다. 당당한 표정으로 들어가려면 마음에 용기를 좀 많이 불어주어야 해서. 화장실에도 갔다가, 의자에도 앉았다가, 그랬다.
나는 나에게 잡다한 일을 시키실 줄 알았는데 돌아온 것은 이야기였다. 첫 인턴인지라 체계가 잡히지 않아서 그런 것 같은데, 실무적 이야기도 많이 듣고 내가 궁금했던 것들도 다 여쭈어 볼 수 있어서 나에게는 정말 좋은 시간인데 근무 시간에 오롯이 그 만큼의 시간을 내 주어야 하는 차장님께는 상당히 미안한 시간이다. 그래서 약속을 잡을 때마다 어쩔 줄 모르겠다. 연락 한 번 하기가 그렇게 힘들다.
그런 눈칫밥 아닌 눈칫밥을 먹고 있는 와중에 우리 도서관의 소식지에 대해 평가하고 비판해 보아라, 라는 과제가 내려왔다. 아주 잘 해내고 싶었기에 여기저기 들어가서 쑤셔보고 내 나름대로 비판점이랑 개선점도 찾아 보려고 노력했다. 괜히 흠 잡는 것 처럼 보이지 않을까 해서 걱정했는데 회의 하실 때 이야기 하시겠다며 출력물을 가져가셨다(다음 부터는 이렇게 예쁘게 피피티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말도 해주셨지^-^). 뭐, 의례적으로 하시는 이야기겠거니 하며 넘어갔는데 글쎄 그게 아니었다니까.
먼저 나에게 연락이 왔다. 도서관에서 하는 강연을 찾아가지 못했을 때 그 내용을 알고 싶어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던 말을 들으시고는 내가 직접 가서 듣고 써 오라고 하셨다. 후후훗, 사실 이걸 기대하고 넣은 부분이었지! 티가 났을라나? 여하튼 나한테 시켜주셔서 너무 좋았다. 이번 강연은 진중권씨의 미학에세이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책도 사 읽고 열심히 들었다. 이 글의 목표는 아주 잘 써서 다음 강연 때에도 나에게 가라고 지시하시도록 하는 것! A4 네 장 분량의 글을 쓰고(사실 내가 쓴 건 아니다... 오로지 진중권씨의 말을 받아 적었을 뿐이지) 너무 긴 것은 아닌가 노심초사 했는데 와우~ 오늘 소식지 메일이 왔다. 있다, 있어! 내가 쓴 글이 거기에 있었다!!!!!! 이 소식지를 학생들이 열심히 보지 않는다는 것 쯤은 알지만 그래도 전교생에게 모두 가는 메일이기에 기분이 정말 좋았다. 지금도 좋아! 맨 마지막에 인턴 사서라고 넣어주신 것도 진짜 좋아ㅜ_ㅜ 기쁘기 그지 없다~ 홍홍홍홍홍홍~
내가 지적한 화면 구성도 좀 바뀌었다는 것을 알았다. 어휴, 이렇게 심각하게 고려하고 많이 바꾸실 줄 알았으면 머리를 더 많이 썼어야 했는데 말이다. 보면서 불편했던 점들이 바뀌어서 정말 기분이 좋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내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실 줄 몰랐기에 황송하다. '니가 그 타이밍에 이야기를 한 거지 우리도 원래 좀 바꿔볼까 했었어'라고 하신대도 상관 없다. 캬오, 좋아요! 혹시 이런 구성이 나만 편하고 다른 학생들은 편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소심하게 고민도 한다. 내가 말한대로 바뀌었는데 사람들이 싫다고 하면 어떡하지...하는 소심증은 내가 생각해도 너무 소심하다. 괜찮아. 뉴스레터 화면 구성가지고 지적할 만큼 열혈 독자도 없을거야. 괜찮아!
아무 것도 없고 읽을 것도 없는데 계속 뉴스레터 페이지를 찾아 들어간다. 그러고는 내가 쓴 글을 눌러 괜히 읽어보고, 혹시 누가 댓글이나 달지 않았을까 하며 기웃댄다. 내 생각을 쓴 부분도 없으면서, 뉴스레터 글의 거~의 대부분에는 절대 댓글이 달리지 않는 다는 것도 알면서, 기양 들어가는 것이다. 그냥 좋아서, 학교 도서관 소식지에 내 이름이 들어가 있는게 좋아서 그렇다. 뉴스레터가 나왔다고 신난다고 말하는 내 말을 듣는 사람들은 대개 시큰둥하다. 그게 뭔데? 아, 도서관 소식지. 이런 반응 뿐이지만 상관 없다! 알게 뭐야~.~ 나는 이런 일에도 신이 난다. 신이 많이많이 난다. 다음 소식지에도 내 이름이 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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