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4 2023.9.21. 오래간만에 말이 많아지는 건 1.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어제 딱 하루 개인 운동을 나갔기에 시작했다고 선언하기 머쓱하긴 한데. 코로나와 발목 부상으로 운동을 멀리한 지 어언 3주. 빠진 살이 돌아오다 못해 더 붙는 걸 반지로 느낄 수 있게 되었더랬다. 어깨가 말리고 자세가 나빠졌고, 체력이 약해져서 저녁이 점점 피로해졌다. 운동을 하지 않는 기간 동안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흘러갔던 시간이 가치 없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통근 시간에는 재미있는 영상을 들으며 귀여운 숨은 그림 찾기를 했다. 평온하고 아기자기해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매일 평화로울 수 있어서 감사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무 일도 없다는 건 후에 돌아보면 그때만큼 좋은 시간이 없단 뜻이기도 하니까. 그래도 반지가 더 이상 작아지게 만들 순 없어서 꾸역꾸.. 2023. 9. 21. 2023.9.13. 별 일 없고 그래서 편하고 편해도 되나 싶지 1. 타인의 부고를 쓰는 것 혹은 읽는 것은, ‘애도’라는 여비를 지불하고 한 인간의 인생 터널을 관람하는 ‘가성비 높은’ 체험이다. 수많은 죽음을 접한 그가 살아있는 이들에게 당부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당신의 부고는 당신이 직접 쓰라’다. -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죽기 전 최고의 글쓰기… 더 하실 말씀은 없으십니까?” WSJ 부고 기자의 조언 中 어쩌다 이야기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엄마는 나이가 적건 많건 누구나 언제든 죽을 수 있으니 유언을 미리 써두면 좋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마음으로는 동의했지만 선뜻 당장 쓰자는 말은 나오지 않았는데, 대화 이후로 가끔 무슨 유언을 남겨야 할지 생각하곤 한다. 유언이건 부고건, 무언가 남긴다면 아래의 내용을 담고 싶다. 따뜻하고 편안한 사람이 되.. 2023. 9. 13. [월간 백만] 2023년 8월의 백만 이 달의 영화: 오펜하이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유튜브의 다양한 예습 영상을 보고 영화를 보러 갔다. 보았던 예습 영상 중에는 알쓸별잡과 유니버설 픽쳐스 영상이 마음에 들었다(어차피 김상욱 교수님이 사과를 가지고 하는 설명은 같다). 물리학을 모르더라도 예습을 조금만 하고 가면 훨씬 재미있게 영화를 즐길 수 있다. 감독도 연기자들도, 그리고 실존 인물들도 다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영화다. 나는 극한의 압박감이 싫어서 남의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나의 직업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인류를 무시무시한 시대로 진입하게 한 내용이이다. 덧붙여 이동진 평론가가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책으로 미리 정리한 영상이나 오펜하이머 영화를 물리가 아닌 영화적 관점에서 리뷰한 영상도 재미있다. 이 달의.. 2023. 9. 12. 2023.9.7. 진짜 소소하고 짧게 써야지 1. 코로나에 재감염됐다. 격리 권고 5일의 막차를 타서 며칠을 집에서 쉬었다. 재감염은 좀 우습게 보았는데 기침과 가래에 고통받았더니 가슴팍이 아려 온몸에 힘이 없었다. 콧물이 주르륵 흘러 막 쏟아지는 건 또 어떻고? 하지만 목이 심하게 아파 미치게 괴로웠던 작년에 비하면 낫기는 했다. 언니의 입원으로 엄마가 없어 응석을 부릴 곳이 없었다. 약때문에 뭐라도 먹어야 하는데 아빠는 아빠의 식사를 스스로 해결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상황. 귀찮아서 대충 고른 고칼로리 음식들과 열이 나서 땡기는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도 옷이 헐렁해져서 놀랐다. 코로나가 감염이건 백신이건 독감처럼 1년 정도 주기로 몸에 돌아온다는데, 내년에도 이렇게 아플 생각을 하면 눈앞이 아득하다. 1주일 만에 다 낫지도 못했다고요! 2. .. 2023. 9. 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