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연수 기간을 연장하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릴 때
그 이유에 온통 영어라는 포장을 가져다 놓았었지만
사실 그 안에는 어떤 사람이 이 곳에 오래 있는다기에
먼저 가고 싶지가 않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렇게 부모님께 강하게 의견을 주장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나는 한국에 가고 싶지가 않았었는데.
문제는 그 마음이 그렇게 깊은 것도 아니었고
사실 약간의 착각으로 인해 시작된 것이어서
한 달이 지난 지금 나는 그 사람을 못 본지가 2주도 넘은 것 같다.
마음이야 말할 것도 없고.
하지만 참 좋은건
지금 내가 정말 영어를 잘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는 거고
12월에 볼 시험에 너무나도 큰 욕심이 생긴다는 거다.
이런 덕에 만약 예정대로 집에 돌아가야 했다면 많이 속상했을 것 같아서
어찌되었건 나를 이렇게 올 수 있도록 도와준 그 상황에
오묘하게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산다는게 참 예측이 안된다.
처음에 이 곳에 올 때에는 그냥 즐기는 마음으로 왔었는데
갑자기 집에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고 생각하다가
또 순식간에 그 마음은 다 잊고 영어를 잘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둘러싸이고.
근데 1년 전에는 내가 이렇게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을 줄도 몰랐는데 말이야.
나이가 들어 갈 수록 미래가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 같은데
지금의 내가 과도기적 나이에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신기한건 그런 예측 안되는 내 상황이 나는 좋다는 거다.
예측이 된다면 너무 뻔하고 재미없을 것 같은 기분!
역마살이 가득 들어 있다는 내 운명을 부쩍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요즘
돌아다니고 싶어하니까 역마살이 가득하다는 건지
역마살이 가득하다는 말 때문에 더 돌아다니려 하는지 생각해보려 해도 잘 모르겠다.
확실히 그 말이 내 생각에 영향을 미치긴 한 것 같은데 그게 그럴 만큼 중요한 말이었을까?
상술로 그냥 아무 말이나 주워섬겼을 수도 있는데 싶지만
누군가 무심코 한 말이 다른 사람의 삶을 움직이는 건 흔한 일이니까.
당장 열흘 후엔 이 곳을 떠난다.
아프기 위해 떠난다는 어느 블로거의 말이 마음에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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