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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적당한게 뭔지 모르겠어

by 푸휴푸퓨 2014.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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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사람 관계에 있어 능숙한 사람이 아니다. 그게 그냥 아는 사이의 관계이든,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이든 나는 내가 아주 현명하게 대처하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혼자서도 잘 살아~의 성격이고 마음에 안드는 것은 바로 보기 싫어하는 성격이기에 더 그렇다. 적당한 거리의 관계들을 잘 이어 나가지도, 이어 나가려 관심을 가지지도 않는다. 대신 마음에 안 맞는 사람을 뒤에서 까는 짓은 하지 않는다. 그냥 앞이고 뒤고 없게 만나지 않을 뿐.

  하지만 살면서 계속 그런 태도로 살아갈 수는 없는거다. 학생 때야 만나고 헤어지는게 자유롭지만 사회 생활을 하게 되면 비단 직장에서의 관계가 아니더라도 싫은 사람,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사람과도 잘 지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인맥이라는 게 그런 거니까. 처음 대학 생활을 시작하면서 나에게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아르바이트를 통해 그걸 극복해 보려 애썼다. 처음과는 많이 변화된 나를 느끼고 있지만 그래도 본성은 어쩔 수 없는지 사람 만나는 걸 그 무엇보다 좋아하게 된다거나 매일매일을 약속으로 채우는 일은 여전히 나와 맞지 않는다.

  그리고 이곳, 어학연수를 와서 만나는 환경이 그렇다. 한국인의 수는 한정되어 있고 좋든 싫든 학원에서 매일 마주친다. 학원을 마치고도 편하게 의사소통 하고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우리끼리 모이는 건 당연한거다. 그래서 이 곳은 내가 한 말, 네가 한 말 할 것 없이 한 번 말하면 순식간에 모두에게 다 퍼지는 곳이다. 내가 가장 못하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적당히 괜찮은 관계를 이어가기가 가장 관건인 곳에 내가 떨어진 것이다.

  친절을 베푼다거나 친하게 지내면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적정선을 넘어오곤 한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적정선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내가 일반 사람들보다 좀 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라는 걸 아니까, 매정하다는 말도 들으니까- 그걸 어디까지 끊어야 겠는지 모르는 거다. 싫어도 참고 참고 견디다 보면 어느새 나는 괴롭고, 주위에서 다른 사람들도 너 왜 그렇게 까지 하냐고 묻는다. 그냥, 나는 적당한 게 어느 정도인지 판단이 잘 안 서서 그랬어. 사람 관계에 서툴다는 약점이 나한테는 너무나도 커서 이렇게 사람들과의 관계가 너무나 중요하게 작용하는 타지에서는 더 힘들고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고 그래.

  뭐가 어찌 되든 간에 내가 끊어낼 건 끊어내야 하는 것 같다. 내가 거절하면 어떻게 생각할까봐, 내가 거절하면 곤란할까봐 같은 남 생각은 이제 나중에 해야겠다.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고립을 자초한다는 이야기를 듣더라도 그냥 나 편한대로 할거다. 짧은 인생 하고 싶은거나 해야 한다던 내 모토는 어디로 갔나. 매정하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내 마음만 불편해지고 있다. 그냥 나 하던대로 하고, 내가 좋아하던 것 하고, 내 소신이나 지키고 살련다.

  '적당하다'의 기준이 깊이 들어갈 수록 참 상대적인 것 같다. 서로 바빠 적당한 거리라는게 서로 비슷하고, 그걸 쉽게 유지할 수 있는 대도시의 삶이 그립다. 시끄럽고 복잡하다고 운운할 필요 없어. 누가 봐도 전형적인 바쁜 서울 사람의 마인드를 제일 좋아하는데. 어디 다른 곳 갈 생각도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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