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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Review] 배빗 - 싱클레어 루이스

by 푸휴푸퓨 2015.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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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이 불편할 때 책을 읽으면 무슨 내용이건 간에 내 마음을 후려치는 기분이다. 넌 이래서 안돼. 지금 이게 네 문제를 보여주는 거야. 아닌 척하지 마. 어차피 다 알고 있어. 괜찮지 않지만 괜찮아보려고 엄청나게 쾌활했다가, 그래도 너무 어려워서 깜깜절벽 밑으로 마구 추락한다. 평범한 집에서 평범한 삶을 큰 위기 없이 살아왔고 타인의 눈에는 지금 또한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냥 나만 괜찮으면 되는 건데, 그렇지가 못하다.

 

  가상도시 제니스에 사는 성공한 중산층 가장 배빗의 시점에서 소설은 진행된다. 적당히 부정한 방법으로 사업을 이끌지만 자신은 완벽한 도덕적인 보수주의자며 모두가 본받아야 할 위인이다. 어떻게든 상류사회로 진출하려 아등바등 애를 쓰는 키토바 출신의 촌뜨기이기도 하다. 좋은 집에 살고, 허세를 부릴 여유가 있으며,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군내 나는 지식도 있다.

 

  하지만 속으로는 진정한 자신을 인정해 줄 소녀를 원한다. 성공한 기름 흐르는 사업가라는 지위에 끈덕지게 달라붙으면서도 자신의 상태에 환멸을 느낀다. 친구가 아내를 총으로 쏴도 벗어날 수 없었던 위치는 바람을 살짝 피우면서 위기를 맞이하지만 결국 잘 넘어선다. 중년의 위기는 그것으로 끝났고, 사회 개혁도 자신의 삶 개혁도 미뤘다지만 사실은 포기한 거다. 다른 삶을 원하던 아들이 기어이 부모님 몰래 결혼하는 사고를 치자 조용히 데려가 너의 삶을 살라 말하는 것으로 희망을 전가한다. 너라도 네 꿈을 이뤄봐. 나는 이미 늦었으니까.

 

  젊은 날 변호사가 되고 싶었고 가난한 자들 편에 서서 정의로운 변론을 하기를 바랐더라도 살다보면 뼛속까지 공화주의자가 되어 노조도 시위도 다 나쁜 거고 그네들은 다 폭탄 같은 배은망덕한 자들이라 외치게 되나 보다. 며칠 전 맥주 한 잔을 하며 윤동주 시인의 시를 곱씹던 아빠는 윤동주는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다니, 그건 그 사람이 때 묻기 전에 일찍 죽었기 때문이라 했다.

 

  하고 싶은 일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 확신하지 못하겠다. 하고 싶은 일은 상당히 안정적인 삶을 보장해 주는 일이다. 그 일을 정말 하고 싶었지만 다른 방법으로는 싫고 그냥 내가 원래 하고 싶던 그 방식으로 하고 싶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현실에 잘 맞는 안정적인 꿈 말고 어릴 때부터 환상처럼 꿨던 꿈을 한 번 밀고 나가볼까도 싶었다. 하지만 한 달에 최저시급보다도 못 벌면서 인내해야 할 시간 앞에 자신을 잃고 그 꿈은 그냥 집어던진다. 나는 꿈을 위해 편안함을 박차고 나갈 용기가 없다.

 

  이제 20대 중반인데 여전히 용기가 없다. 배빗은 학자금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부동산 중개업자가 되었다. 나는? 학자금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할 필요도 없는 편안한 삶이다. 지금도 이렇게 겁쟁이인데, 50대가 되어서 더 용기 있게 살 것 같지도 않다. 심지어 배빗을 보며 나의 미래를 생각하기도 이상하다. 내가 저 제니스 시로 간다면 나는 배빗 부류가 아니라 노동자 부류로 분류될 텐데.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이 순간에 나는 여전히 눈이 높다.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는 내 삶에 자신이 없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기가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는 타니스조차 만나기 전의 배빗처럼. 그냥 짜증만 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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