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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Review] Mrs. 로빈순표류기 - 로빈순

by 푸휴푸퓨 2015.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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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 로빈슨 표류기를 좋아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말하면 그럴듯해 보일까? 가끔 대형 서점의 서가를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책 제목을 적어와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다. 둘러보기만 하고 책은 인터넷에서 사는 사람 때문에 오프라인 서점이 힘들다는 다큐를 본 기억이 나는구먼. 나는 그냥 안 사니 더 지독하다. 출판계의 부흥을 응원하지만 책이 쌓이면 짐이 되는 게 싫다. 왜 이 얘기를 하고 있지? 아무튼 그래서 둘러보다가 로빈슨 표류기랑 비슷한 제목이길래 내용도 비슷한가 싶어 집어 들었다는 거. 보니까 카툰도 있고 글도 짧길래 재밌겠더라고.

 

  무심코 넘겨본 장이 아이가 태어난 이후의 이야기였기에 즐거운 육아일기(슈돌 삼둥이 같은 느낌)인 줄 알고 빌려왔는데 전혀 아니어서 당황했다. 난임이었던 저자는 수차례의 도전 끝에 힘겹게 임신에 성공한다. 그녀가 쌍둥이를 낳고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과정이 짧은 글과 그림으로 기록되어 있다. 임신이 되지 않던 시절에 가입한 난임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며 위안을 받으셨다나. 내용을 보면 많은 호응을 받은 게 이해가 된다.

 

  아직 미혼에 아이는 커녕 결혼도 관심 없는 내가 공감하기는 어려운 내용이었다. 아니 애 낳고 일하면서 키우면 여자의 삶이 이렇게 팍팍해지나 싶어 겁이 났다. 돈도 많이 들고 키우기도 힘들어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면 노후에 애가 없으면 외로울 거란 막연한 생각이 들어 완전히 공감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걸 보니까.... 아.... 이런 거야...? 그 와중에 누군가가 로빈순씨 글은 육아 욕구를 키워주는 글이라고 썼다는 말이 있더라. 헐. 말도 안 돼. 난 겁먹고 마음이 저 멀리 도망친 참이다.

 

  모르겠다. 엄마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주 빵빵 터졌다. 나는 '아이가 토한 옷을 갈아입지 못하고 그대로 입고 있다'는 묘사에 저 멀리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었는데 엄마는 깔깔 웃더라. 그걸 다 겪고도 엄마는 자식 낳은 걸 후회하지 않는다고, 이런 기쁨을 삶에서 누려봐야 한다고 말했어... 가벼운 마음으로 빌린 책인데 덕분에 엄마에게 존경을 느꼈다.

 

  워킹맘이 얼마나 힘든 지는 재작년에 사무보조를 하면서 본 옆 팀 주임님 덕분에 잘 알게 됐지만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옛날이었으면 너 벌써 시집갔다는 이야기를 농담으로 넘길 수가 없는 나이가 되니 이 책이 마음에 박힌다. 모든 걸 다 각오하고 그 길로 걸어가겠느냐 누군가 물어본다면 자신 있게 가겠다고 할 수 있을까. 아직은 놀란 가슴이 진정이 되지 않아 확신을 가지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노후에 외롭게 혼자 사는 건 싫은데, 예쁜 자식들 낳아서 나중에 손주들까지 쭉 줄 세워 흐뭇하게 바라보고 싶기는 한데 말이다. 이번 설에 할머니가 손주들 세배받으시면서 좋아하셨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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