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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Review] 마흔 이후, 누구와 살 것인가 / 셰어하우스 / 나는 셰어하우스에 산다

by 푸휴푸퓨 2015.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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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이후 누구와 살 것인가

셰어하우스

나는 셰어하우스에 산다

  

 

  영국에서 혼자 살았던 경험과 플랏쉐어를 한 경험은 해봤기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나와 정말 맞지 않는, 한국에서 구했기에 어쩔 수 없이 한 달간 살았던 숙소를 떠나 힘겹게 스스로 부동산이랑 계약해서 혼자 살았던 방 두 칸짜리 집, 그리고 방 5개의 집에서 다른 3명의 외국인들과 살았던 마지막 플랏까지. 각각 다 장단점이 있었고 내가 어떤 걸 원하는 지도 알 수 있게 해 준 경험이었다.

 

  첫 숙소는 내가 다니던 어학원과 연계되어 학생들이 잠깐 머물다 가는 곳이었기 때문에 수시로 사람들이 바뀌고 온갖 파티를 즐기려는 외국인들이 들락거렸다. 벽은 종잇장처럼 얇아서 파티를 안하고 그냥 조용히 있다가 자고 싶은 나에게는 정말 지옥같은 곳이었다. 시내 중심지어서 학원까지 5분이라는 장점이 있었지만 대신에 주말만 되면 길거리에서 소리를 질러대는 취객 및 젊은이들 때문에 눈물나게 짜증이 나는 곳이기도 했다.

 

  딱 일주일을 그 숙소에서 살고 나는 부동산으로 찾아갔다. 혼자 사는 스튜디오로 찾고 싶었지만 비싼 건 둘째치고 매물이 없어서 타협안으로 그럼 방 두 칸으로 한 명 정도는 같이 살 수 있다고 했다. 운좋게도 인테리어 공사를 한창 하고 있는, 딱 내가 전 숙소 계약이 끝나는 3주 뒤면 입주가 가능한 곳이 있어서 바로 계약했다. 오스트리아에서 왔다는 잠재적 플랏메이트가 한 명 있었는데, 우리 둘이 살면 이래저래 잡다한 것들을 잘 처리할 수 없어 보였던 모양인지 결국 계약을 안했다. 덕분에 방 한 개는 비워두고 신나게 생애 첫 자취를 시작했는데... 혼자 사니까 외롭다는게 뭔지 알겠더라고. 집에 오면 당연히 하루에 있었던 일을 엄마한테 말하고 가족들이랑 시간을 보내고 자곤 했던게 그냥 일상이라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세상의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그냥 일상이 전혀 아니었어서, 미쳐버리겠는거다. 아, 나는 혼자 살 수가 없는 사람이구나 싶었고 영국 라디오든 한국 라디오든 팟캐스트든 끊임없이 틀어놓았다.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웃다가도 여기 혼자 와서 지금 혼자 웃기나 하고 뭐하나, 싶은 때도 있었지만 뭐. 전반적으로 시설도 좋았고 동네도 정말 좋았던 그곳에서의 생활은 지금 생각해도 행운이었다. 햇볕이 따뜻하게 들어올 때 학원 수업도 째고서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곤 했지. 다들 학원 안오고 뭐하냐고 하면, 그냥 뭐 있다고. 요리도 열심히 했다.

 

  그 다음에 구한 집은 플랏 쉐어를 하는 집이었다. 집에서 나 이외의 사람이 내는 소리가 너무 절실했고 또 가격적으로 부담도 내려가니까. 첫 숙소에서 무지막지한 소음과 안맞는 라이프스타일 때문에 괴로웠던 나는 한국인이 살고 있던 터라 플랏메이트들 체크가 가능했던 집으로 들어갔다. 조용하고 난장을 치는 사람도 없어 좋으려니 했는데 아뿔싸. 내가 들어가고 난 뒤 한 명이 무슨 새로운 일을 시작했는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집에 들어오는 상황에서 나머지 두 명의 플랏메이트가 사귀기 시작한거다. 이게 또 사귀는게 나는 상관이 없는데 내가 들어가면 자꾸 아닌 척, 하면서 어색하게 앉아있으니까 나도 어허허.. 걔들도 어허허.. 뭐하자는 거니!? 눈치가 보여서 자꾸 부엌에 가기 전에도 인기척이 있나 살피고 그랬다. 그래서 저녁 먹으러 나갈 타이밍이 참 슬펐어..... 다른 한 명이 집에 자주 들어오게 되면서 걔들이 데이트 장소를 한 명의 방으로 바꾸었는데 진작 걔들에게 말했더라면 달라졌을까, 싶기도 하고 아닌 척 했으니까 소용 없었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도 조용한 주말에 밖에서 생활소음이 나고 나는 편안하고 그런 마음 상태로 있으면 기분이 꽤 괜찮았다.

 

  그래서 한국에 와서 혹시 한국에서 자취를 하게 된다면(앞으로 최소 몇 년 간은, 아니면 시집가기 전까지도 그럴 일이 없을 것 같지만) 또 쉐어를 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다만 화장실은 혼자 썼으면 좋겠어... 마스터베드룸을 내가 쓰고 돈을 많이 내면 되니까! 한국에서는 쉐어가 일상적인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혼자 주방을 쓰고 싶은 욕심도 없고 하니까 스타일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나면 소소하게 조용하게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했는데, 간간히 잡지 기사로 쉐어하우스에 관한 이야기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관심을 가지고 읽었는데 흠, 한국 쉐어는 원룸에서 자취하는 거랑 비교해서 가격적인 메리트가 별로 없더라고. 근데 원룸이 뭔가 집이라기 보다는 방에 주방이랑 화장실을 넣은 것만 같은 거라 외국 스튜디오 개념이랑 생각해서는 가격이 싸겠지(내가 살던 곳에서는 스튜디오가 쉐어하는 집 방 한칸과 비교하면 가격이 상당히 차이났다). 그리고 약간은 별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던 차에 저 책들을 읽었다. '마흔이후, 누구와 살 것인가'는 함께 살기로 한 세 친구의 이야기다. 두런두런 우리는 이렇게 재미나게 살아요는 아니고 하우스 쉐어를 하는 현실적인 상황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미국이기에 한국과 상황이 꼭 들어맞지는 않지만 친구 사이에도 같이 살 때에 어물쩍 넘어가거나 하는게 아니라 확실하게, 집도 투자가치가 있는 쪽으로, 심지어 유산 문제까지 생각해서 계약서도 쓰고 보험도 들고 하는 이야기다. 다들 각자의 방과 화장실이 있고 주방은 같이 쓰고 공용공간이 있는데 딱! 내가 원하는 수준의 쉐어다. 그리고 셋이서 취미도 맞는지라 적당한 거리와 적당한 가까움을 유지하면서 잘 살더라고. 하, 멋져요!

 

  '셰어하우스'와 '나는 셰어하우스에 산다'는 최근 일본의 쉐어하우스 상황들을 보여주는 책이다. '셰어하우스'는 쉐어를 하고 있는 11명?정도를 인터뷰한 내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저자 본인도 쉐어 중이다) '나는 셰어하우스에 산다'는 저자가 여러 쉐어하우스를 돌아다니면서 취재했다. 아무래도 일본도 한국과 비슷한 점들이 많은데 일본에서 쉐어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 경우가 외국에서 쉐어를 경험한 뒤 일본에 귀국해 다시 쉐어를 선택했다. 공감이 갔지! 쉐어를 하는 것에서 내가 최고로 꼽고 싶은 것은 '가족보다는 멀어서 각자 독립적이고 서로의 영역에 침범하지 않지만 그냥 지인보다는 가까운 관계로 서로에게 위안을 준다'는 점이었다. 그러니까! 집에서 사람 소리가 나면 좋겠어ㅠㅠ 읽다 보면 급기야 집을 개방에서 행사를 하는 사람들도 나오고 그러는데 난 그런거 말고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다. 각자 일 있으면 각자 저녁 먹다가도 어느날 무심코 '나 오늘 저녁 뭐 할건데 일찍 올 수 있어'라고 하면 부담없이 '나 일찍 간다!!'하면서 와서 맛있는거 나눠먹고 얘기도 하고 그런거 말이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으니 더 진솔하게 소통하고 또 연령대가 비슷하니 가족보다 더 공감해 줄 수 있다고(가족은 이해는 하지만 공감은 어려운 경우에) 나와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로망이 쉐어메이트가 나와 잘 맞아야 한다는 엄청난 대전제를 안고 있다는 걸 안다. 그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 하지만 화장실과 방이 분리된 정도라면 엄청 괴상한 사람이 아니고는 서로 적당히 맞춰주고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전반적인 지향점이 비슷하다면 말이다. 잘 알아보고, 혹시 사기를 칠 사람은 아닌지도 알아봐야겠지. 나는 룸쉐어는 도저히 못하겠는 것이 나만의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인데, 공용공간을 좀 더럽게 쓴다거나 하는 건 비교적 무던한 편이라서 말이다. 내가 일을 좀 더 한다고 해서 엄청 화가 나지 않는다는 것도 영국에서 이미 깨달았고. 하우스쉐어 정도가 딱 맞는 것 같다. 혼자는 살기 싫어..

 

  쉐어를 하면서 '관용'을 배운다는 부분도 좋았다. 맞는 말이다. 내가 정상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세상에는 나와 다른 정상이 참 많더라는 깨달음은 계속 얻어도 계속 새로운 것 같다. 내 방식이 완벽한 기준이 아니고 진리가 아니라는 걸 (나를 포함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지. 난 그런게 배우고 싶고, 그래서 또 쉐어가 마음에 든다. 다들 어떻게 사는지 구경 좀 하자! 하지만 입맛에 맞는 메이트들을 고르다보면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끼리끼리 살게 될 지도 모른다. 삶 전체를 획기적으로 달라져보려면 처음에 인내의 조금 가져야 할 거다. 하, 그거까지는 아직 좀 걸리는데.

 

  한국에서도 빨리 하우스쉐어가 일반화되면 좋겠다. 한국의 예시로 나온 집 중에 연희동인가 연남동에 있던 한 건물이 참 마음에 들었다. 각자 방이 있고 방에는 화장실, 세탁기, 작은 냉장고에 책상, 의자, 침대, 옷장 뭐 이정도가 있는데(디자인이 깔끔하기는 한데 너무 삭막한 건 좀 슬프지만ㅜㅜ) 부엌은 아래에서 공용으로 쓰는 거다. 테이블이랑 의자도 있고 하더라고. 그러면 적당히 같이 먹고 밥 먹는거 서로 보다보면 친해지는 주민도 분명히 생길거고, 내려와서 까페 온 기분으로 책도 읽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근데 보니까 월세가 어마어마해....ㅎㅎ 좋으니까 비싼 거겠지! 그 정도의 월세를 잘 낼 수 있는 수준의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ㅋㅋㅋㅋ 이사 갈 것도 아니면서 왠지 그 건물 좋아보여~.~ 아니면 기숙사같은 느낌이 나서 엉망진창되고 막 요리를 포기하게 되려나. 관리를 잘 해 주겠지?

 

 

  p.s 한국어로는 '셰'어하우스라고 쓰는 모양인데, 나는 '쉐'어하우스가 더 마음에 든다. 그래서 그냥 그렇게 썼다.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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