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음에도(영화를 많이 보겠다고 선언하였지만 결국 이루지 못하고 있다...) 김혜리 기자 덕분에 영화 줄거리 소개를 듣거나 그에 관한 평론을 듣는 것은 점점 더 많이 좋아하는 참이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소개받은 영화를 더 안보는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역시나 어떤 이야기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영상을 보는 것 보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읽고 내가 상상하는 걸 더 좋아하나보다. 영화 비평을 문학 평론가가 썼다기에 더 끌렸고, 이 분의 책을 읽는 시작은 이 책이 썩 괜찮다는 추천을 보고 내심 상당히 난해해 보이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믿고 읽기 시작했다.
자신은 영화 전문가가 아니니 전적으로 문학평론가가 쓴 글을 주지해 달라는 겸손도 좋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사를 해석하는 데에서 보이는 그의 통찰력도 좋다. 확실히 작가는 영화 기법과 같은 것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그 서사에 대한 평론만을 해내고 있는데 역시나 영화 기법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그렇다고 문학에 대해서 뭘 잘 알고 그러는 것도 아니지만) 이 분의 영화 평론이 해당 영화를 보지 않았음에도 즐겁게 읽혔다.
김기덕 감독이나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그 어떤 평론이나 감상을 들어도 보려고 시도한 적도, 봐야겠다고 마음이 동해 본 적도 없었다. 보면 기분이 애매모호해 질 것만 같은 대표적인 영화라는 인상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유명한 두 감독의 영화에 전혀 흥미가 안 생기는 나도 참 그렇다. 아무튼 간에 그런 상태의 나에게 처음으로 그 두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게 한 것이 이 책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 두 감독의 이야기만큼 다른 영화 이야기들도 정말 흥미로웠다는 점에서 내가 이 책을 어떻게 느꼈는지가 다 보일 것 같다.
한없이 가벼운 책 만을 읽고 싶은 요즘의 나의 상태에도 불구하고 진지하게 서사를 평론하고 감독의 서사 스타일을 말하는 이 책은 정말 잘 읽혔다. 오래간만에 이런 류의 이야기를 내가 잘 읽고 있어서 기뻤다(최근 그래도 좀 깊이 있는 내용을 시작하다가도 포기하고 돌려보낸 책이 좀 많았다). 역시나 이 분의 다른 저작인 몰락의 에티카도 읽고, 그렇게 저렇게 또 넓혀갈 참이다. 부디 얕은 제 머릿속에 심도 있는 이야기를 심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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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4.14.
윤용인 작가의 '내일 일은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을 읽다가 이 책에서 인용한 구절이 너무도 와닿아 적어둔다. 2015년의 나는 읽어내지 못했던 문장이렸다. 사실 그때에도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며 읽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면 너무 뒤늦은 고백이려나.
기본적인 신뢰가 갖춰져 있는 조건하에서라면, 타인의 결여에 대해 취할 수 있는 가장 올바른 태도는 그것을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무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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