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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배워도 배워도 잊어버리는 교훈들

by 푸휴푸퓨 2015.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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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고 한두번 생각한게 아니었다. 블로그에도 몇 번 쓴 것 같고, 한 번은 그러니 인생이 제시하는 초밥길을 마음껏 누려보라고도 했지. 근데 정말 머리로 안다고 생활에서도 바로 이해하는 것은 아니어서, 일이 지나고 나서야 '그래, 인생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거였지'하게 된다. 이미 마음졸인 시간은 다 지난 후다.

 

  이제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고!! 발버둥을 쳤다. 용돈을 날름날름 받아먹으며 집에만 있는 것도 괴롭고, 자격증도 한 고비 넘겼으니 이제 알바몬이라는 별명을 다시 한 번 휘날릴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손에 습진만 생기지 않는다면 바로 까페 아르바이트를 해 보았을 것이다(나의 영원한 대학 로망 까페 아르바이트...). 그러나 별 일 하지 않아도 손은 가렵기만 해서, 로망은 접고 현실을 보았다. 현실은 뭐냐고? 시급이지!

 

   시급이 비교적 높은 것만 골라서 지원해서 그런건지, 대학 휴학생이라는 신분이 더이상 아니어서 그런건지 몰라도 아르바이트가 생각만큼 빨리 구해지지 않았다. 어찌나 애가 닳던지, 발을 동동 구르다가 그저께 밤 결단을 내렸다. 내일부터는 아무 것도 넣지 않으리. 아르바이트고 뭐고 취업 준비나 열심히 해야겠다. 있는 돈 좀 까먹으면 어때. 다 쓰려고 모은건데! 앞으로 뭘 해야할지 머릿속으로 계획도 쭉쭉 짜고 잠이 들었다. 그런데 어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새로운 계획 실현을 위해 이것 저것 하는 와중에 연락이 왔다. 가장 시급 높고 근무 시간도 만족스러운 곳에서. 일하러 나오라며!

 

  면접을 보러 간 것이 화요일이었고 연락을 목요일날 줬으니 사실 늦게 준 것도 아니다. 뭐든지 당장 연락을 주었으면 하는 마음 따위는 다 내 입장인 것이고, 그쪽에서는 이리저리 면접도 봐야 하니까 이정도면 괜찮은건데. 좀 여유롭게 생각하라고! 여유를 갖자고 몇 달째 스스로에게 말하는데 말 할 때 마다 매번 똑같다. 그래 가져야지... 근데 왜 이렇게 뭐가 빨리빨리 잘 안돼!?!? 막상 또 연락이 왔을 때의 나도 웃겼다. 하룻밤 사이에 새운 계획을 지키고 싶어서 가지 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어쨌든 가겠다고 했는데 또 가겠다고 하고 나니까 흥분된다. 새로운 일! 재밌겠다! 시급도 쎈 주제에 하고 싶었던 일과 약간 관계도 있어서 또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그래, 긍정적인 면을 보면 좋은 일이 많잖아.

 

  여기까지가 교훈 첫 번째. 인생은 내가 마음속으로 생각한대로 풀리지 않는데, 그게 나쁜 쪽으로만 풀린다는 의미도 아니다. 그러니 여유를 갖고, 한 걸음 물러서서,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길을 그래도 즐기면서 살아보자는거. 그래서 낮에는 이렇게 오늘 하루도 뜻깊은 교훈 하나 다시 생각하고 즐겁게 끝나는구나 했다.

 

  낮에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밤이면 찾아오는 것이 우울이다. 오늘은 학교 졸업식이고, 식은 지금 하고 있는 중이겠다. 그렇지만 졸업이 기쁘지도 않았고(그렇다고 더 다니고 싶은 것도 아니지만) 사진도 남기고 싶지 않아서 가지 않았다. 어젯밤에는 또 그놈의 '왜 사나'하는 생각. 이 물음은 정말 끈질기게 나를 괴롭혀 왔고 때로는 활력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절대 다수의 경우에는 슬픔과 우울을 주는 것이었어서 책을 읽다가 '그런걸 왜 생각하냐. 아무 의미 없다. 순간에 집중하고 몰입해라'라는 어느 분의 말을 보고 그러려고 정말 노력했다. 사실 맞는 말이다. 인생 전체가 계속 행복할 수는 없다. 대신에 순간 순간 작은 짧은 행복들이 인생의 곳곳에 배치되도록 좋아하는 것을 늘리려고 한다. 그러면 인생 전체가 행복해지니까.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수련이 모자라서, 저 질문은 나를 괴롭히려고 자꾸 찾아온다.

 

  왜 사는지. 하고 싶어했던 분야가 상태가 엉망이라는 걸 알았고 희망도 없다는 걸 알았는데 지금도 그걸 그렇게 순수하게 하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길로 갈 건지. 어쩔 수 없으니 택한 다른 길에서 행복할 수 있을지. 나의 알량한 감정과는 상관없이 일단 다른 길이 나를 받아주기는 하는지. 과거의 나는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근데 다시 과거로 돌아가도 내 성격에 선택을 바꿀 것 같지도 않고, 결국 문제는 그냥 나 자신인데. 나는 여전히 이모양 이꼴인데. 하고 싶은 것도 제대로 없고, 앞으로의 인생이 재미있을 것 같지도 않고, 기대하는 것도 없는데 도대체 왜 사는지. 무엇인가를 열심히 할 열정도 이제 없어서 나는, 나는 삶이 멈춰도 아쉽지 않은데, 그런 생각을 한지 정말 오래되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내가 부모님께는 또 너무 죄송하고...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다가 결국 눈물이 나왔다. 이 나이에 밤에 혼자 숨죽여 울리라고 10대의 나는 상상이나 했을까. 내 앞에 심연이 놓이고 또 놓이리라는걸, 그게 산다는 것의 의미라는 걸, 인생의 가장 큰 고난은 대학을 가는 일밖에 없었던 어린 날의 내가 알 리 없지.

 

  그래도 LIfe goes on이라서, 눈물이고 뭐고 울다가 언제 그랬는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났지. 그랬더니 다시 희망을 갖고 힘을 내야겠다는 마음이 들더라. 노력해서 안될 것은 없어. 난 아직 노력을 다 하지 않았어.... 인생은 이런걸까. 해가 지면 우울해도 해가 뜨면 다시 희망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간사한 마음을 끌어안고 사는 게 인생인가. 시시하기도 하고, 한없이 무겁기도 한 것 같다.

 

  그래서 또 다시 아는 교훈 두 번째를 되새긴다. '왜 사냐'는 질문에 답하려는건 어리석은 짓이다. 다만 행복을 위해서 살고, 삶의 곳곳에 행복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좋아하는 것과 즐거운 것들을 가득 만들려 노력해보자. 그렇게 살다보면 언젠가는 저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영원히 답을 몰라도 행복해서 왜 사는지 따위는 생각나지 않게 될거야.

 

  그렇게 두 가지를, 알지만 더 잘 알라고, 마음에 더 깊이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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