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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19.7.4. 할머니가 다녀가셨다

by 푸휴푸퓨 2019.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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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이틀 연속 꿈에 나왔다. 선명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할머니는 내가 주로 기억하는 70대의 모습이셨다. 할머니가 항상 그만큼은 정정하시기를 바랐나보다.

 

그제는 할머니와 내가 옆자리에 앉아있었다. 나는 할머니의 눈을 보는 게 어쩐지 무섭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의식적으로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혹시나 할머니의 눈이 공허할까봐 그랬을까. 할머니의 코와 그 아랫부분만이 기억날 뿐이다. 꿈을 꾸면서 한 생각인지 깨어나서 한 생각인지 분명치 않지만 할머니에게 미안했다. 그때도 할머니는 내게 다정했던 것 같다.

 

어제의 할머니는 나를 안아주고 쓰다듬어주었다. 할머니가 등장하기 전 집에 외부인이 침입을 했는지 들어와서 다 휘젓고 나갔는지 싶은 사건이 생겼다. 뭔가 많이 위험하진 않지만 집안이 어질러졌다. 그 와중에 할머니가 오셔서 엄마가 어머니 오셨어요, 한 것도 같고 어질러진 집을 가리러 안방 커튼을 치신 것도 같다. 그 와중에 할머니는 왜 베란다에서 등장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할머니는 할머니의 말투 그대로 개앤-찬타 하셨던 것도 같다. 할머니는 돌아가셨는데 여기에 어떻게 오셨지 싶었다.

 

할머니는 집안이 어질러진 사건 때문에 놀란 나를 진정시켜주었다. 할머니에게 안기기 전 약간 멈칫거렸던 것도 같고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할머니에게 결국 안겼다. 할머니가 또 와줬는데 안기지 않을 순 없었어. 할머니 냄새와 할머니의 감촉이 느껴졌다. 너무 좋았다. 급하게 할머니의 엄지손톱을 찾았다. 모양이 특이해서 한 번 만져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손톱. 이상하게 그 손톱을 한 번 만져보지 않은 게 후회가 됐어. 내가 기억하던 손톱은 물에 젖은 건강한 손톱이었는데 꿈속의 손톱은 많이 상해 있었다. 황급히 손을 뗐다. 나의 그런 기색을 또 할머니가 느끼셨는지도 모르겠다. 할머니가 와서 너무 좋았지만 계속 마음이 아팠다. 다시는 정말 할머니와 이렇게 하고 있을 수 없다는 걸 잘 알았다.

 

먼 길을 가는 중에 손녀를 위해 이틀 간 찾아와 준 건 아니었을까. 그립다면서 막상 보고는 두려워했는데, 두려운 마음에 제대로 할머니를 느끼지도 못하고 미안한 마음만 하루 종일 생각하는 날 위해 하루 올 걸 이틀 와 안아준 건 아닐까. 다시 못 맡을 것 같던 할머니 냄새. 할머니 냄새. 할머니랑 한 번만 더 얘기하면서 웃고 싶은데. 내가 할머니를 놀리면 할머니가 아이다- 하고 웃으면 좋겠는데 정말. 어느새 할머니에게 안겨있던 나는 사라지고 침대에 누워있는 나만 느껴졌다. 

 

얕은 잠에서 깬 건지 꿈결이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할머니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장례식장에서 큰고모께 배운 광명진언을 급히 외웠다. 옴 아모가 바이로차나 마하무드라 마니파드마 즈바라 프라바릍타야 훔. 할머니가 혹시나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다면 내가 이걸 한 번 외울 때마다 할머니의 길옆에 등불이 하나씩 켜지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반짝, 반짝. 할머니 가는 길에 위안이 되면 얼마나 좋으려나. 어쩌다 잠이 들었는지 아침에 다시 눈을 떴다.

 

할머니가 왔다 가셨네. 오늘은 그래도 안아보기도 했으니 다행이야. 할머니에 대해 뭔가를 쓸 결심이 드디어 들었다. 쓰지 않고는 견디기 어려워서 쓰는지도 모르지. 할머니가 먼 길을 가시리라 믿고 생각했었다. 할머니, 할머니 인생에 가장 행복했던 때로 가. 내가 아는 할머니가 아니라 훨씬 더 젊었던 때가 있겠지. 심장이 아프지도 않고 숨이 차지도 않은 할머니가 되어서 막 멀리 날아가. 지금 혹시 나 때문에 붙잡혀 있는 건 아니지? 날아가 할머니. 막 가. 나는 괜찮아. 행복한 곳으로 멀리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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