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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총결산 시리즈] 2019년 월별 정리

by 푸휴푸퓨 2019.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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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나는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자그마한 실마리를 찾았다고 느낀다. 기록하는 삶도 그 중 하나이기에, 올해의 삶을 월 별로 정리해 본다.

 

1월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할아버지는 2018년에 쓰러지신 후 병원을 나오지 못하셨다. 쓰러지고 나서 딱 한 번 말씀하실 수 있을 때 요구르트가 드시고 싶다 하셨으니 그때는 할아버지도 이리 가시리라 생각은 못하셨던듯 싶다. 어쩌면 이리 갈 수 없다고 생각하셨을지도 모르지. 집에 한 평생을 함께한 치매에 걸린 아내가 혼자 있으니까. 엄마는 임종을 앞둔 할아버지 귀에 엄마는 걱정 말라고, 끝까지 지켜드리겠다 약속했고 여전히 2주에 한 번 할머니를 돌보러 외가에 간다. 엄마와 이모들은 대단하다.

  아파서 괴로워하는, 날로 쇠약해지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일은 상당히 힘들었다. 되려 편안해 지셔서 축하드린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곳에서 고요히 계시리라 믿는다.

 

 

2월

  드디어 회사에서 '후배'라는 존재를 맞이해보았다. 사회생활 후 처음으로 막내에서 탈출했다. 친하게 지내며 하하호호하는 분홍빛 미래를 꿈꿨던 그때와는 달리 이제 그분에게는 별 기대도 관심도 없어졌다. 사회 생활에서는 선배도 후배도 모두 다 어렵다는 점을 배웠다.

  남자친구의 미래를 걱정하며 연애의 아픈 앞날을 굳이 당겨 예상하며 괴로웠던 시기를 넘겼다. 안달복달 하던 상태에서 지켜보자는 마음으로 처음 선회한 순간. 편안한 마음으로 그를 믿는 게 훨씬 쉽다는 걸 이제는 안다. 2018년보다 더욱 마음이 깊어진 시기였지만, 12월인 지금은 또 2월보다 더 깊은 마음을 느낀다.

 

3월

  다이어트를 하겠노라며 1일부터 간헐적 단식을 시작했다. 단식은 오래가지 못했지만 2019년의 다이어트를 시작한 시동기였다고나 할까. 하루에 16시간을 굶고 8시간만 섭취하는 이 단식은 퇴근 이후 단식과 아침 굶기를 통해 그래도 어찌저찌 실현 가능한 정도였지만 2달을 넘기진 못했다. 극도의 허기는 불안하고 다이어트에만 집중하게 하는 심리상태를 유발하는데, 오히려 음식 생각이 더 나면 났지 살이 쭉쭉빠지게는 못하더라고. 이제는 조금 허기가 느껴질 때 미리 견과류 등을 먹는 편을 선호한다.

  도서관에서 처음으로 EndNote 강의를 했다. 2시간 짜리 강의는 처음이었는데 나름 뜻깊은 시간이었다(정말 오래 준비했다). 이제는 강의할 때 그리 떨지도 않고 2시간 강의도 두렵지 않지만 첫 EndNote 강의지원을 한 이 날에는 저녁도 점심도 잘 넘기지 못했다. 그 모든 떨림이 자양분이 되어 지금의 내가 있고 내년에 더 발전한 내가 있겠지. 짜릿했던 기억! 

 

4월

  꾸준히 다이어트를 했다. 목표는 사촌 언니의 결혼식과 친한 동기언니의 결혼식에서 가슴 둘레가 작은 옷을 넉넉히 남사스럽지않게 소화하는 것. 학교에서 주 2회 그룹PT 건강 강좌를 듣고 학교 밖에서 주2회 필라테스를 했다. 일주일에 4일씩 운동을 가는 일은 너무너무 힘겨웠지만 조금씩 몸이 나아지는 걸 느껴서 진심으로 기뻤다. 내가 나의 몸을 긍정하는 감정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게 되었지.

  업무에 영상 제작이 추가되었다. 정확히는 원래 있었지만 손대지 않았는데 (그 오랜 시간을 실장님은 기다려주었다) 이제는 해야 할 때가 되었다. 왜 목소리를 넣는 선택을 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저렴한 마이크까지 사서 방에서 혼자 녹음했다.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조악한 그 영상을 편집하기 위해 나는 어마어마한 시간을 쏟았다. 첫 1분에 4시간이라니, 말도 못해 정말.

 

5월

  허리를 삐끗해 운동을 중단했다. 자꾸 데드리프트와 스쿼트에서 무게를 증량시키라는 선생님의 성화를 이기지 못했다. 몇 년 전 태국 여행에서 허리를 삐끗한 적이 있었는데 똑같은 곳에 또 문제가 발생했고, 워크샵을 다녀오며 과한 음주 후 비틀거리는 와중에 허리에 쐐기를 박았다. 허리가 아프다는 건 운동이 문제가 아니라 일상조차 버거워 지는 일임을 뼈져리게 느꼈다. 다시는 무리하게 운동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선생님 미워요!

  주식과 P2P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2월인 지금 기분이 그리 나쁘진 않은데, 2019년 시장 상황을 함께 돌아보면 내가 잘했다기 보다는 초심자의 운이 따라준 모양새다. 적당히 싼 것 같아 샀는데 알고보니 연중 최저가였더라, 이런 이야기. P2P도 처음에는 어찌나 묻지마 투자를 했는지 지금 보면 놀랄 노자이지만 다행히 부실이나 연체는 한 건도 없었다. 믿을만한 플랫폼을 잘 선택한건가 싶기도 하고. 법 제정 소식에 큰 기대를 걸었다. 앞으로도 조심조심 해야지.

 

6월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카톡을 읽고 이게 현실인가 드라마인가 내가 어떤 반응을 보여야하나 고민했다. 오래 아팠던 할머니의 심장이 조용히 멈추었는데, 월요일 아침에 전화하는 습관이 있는 아빠 덕분에 할머니가 가신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모두 알 수 있었다. 나는 사무실에서부터 정신없이 울었다. 할머니의 영정을 보게 될 날이 올 줄 몰랐어 난. 월요일 낮에 전화하려 했는데, 월요일 낮에 기차를 타게 될 줄이야.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 않은 게 잘 한 일인지 언젠가 후회할 일인지 알 수 없지만 지금도 정말 자주 꿈에 나오는 할머니를 생각하면 내가 오로지 생전 모습만 아는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할머니는 나를 사랑하니까 내가 왜 그랬는지도 이해해주겠지. 정말 자주 보고싶다. 

  

7월

  유수진의 머니콘서트에 다녀와서 경제공부에 불을 지폈다. 작년과 비교하면 내 성장은 내가 봐도 정말 어마어마하다(?). 일생에 처음으로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공부했고, 이제 엥간한 경제 뉴스나 팟캐스트를 접해도 어렵지 않다. 머니콘서트에 다녀온 건 천운이었다.

  남자친구는 목표로 하던 회사의 하반기 공채 시험에서 탈락했다. 이 시험에서 탈락한다는 건 결국 연말까지 이직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었기에, 12월까지 회사가 바뀌어있지 않으면 헤어진다는 엄포를 놓았던 난 마음이 무너져내렸다. 그래서 12월인 지금 헤어지냐고? 남자친구는 지금 직장에 다니지 않고, 나는 이 친구를 오래오래 붙잡고 있으려 한다. 인생이 원래 알 수 없는 거잖아. 또 얘기하지만.

  할머니 49재가 끝났다. 나는 할머니가 훨훨 날아가길 빌었다. 심장이 아프지 않은 세상, 고생하지 않아도 잘 사는 세상으로 가. 할머니의 아파트를 처분하기 위해 어른들이 할머니의 짐을 정리했는데 할머니의 젊은 시절 사진 몇 장이 우리 집으로 왔다. 거기에는 결혼 예복을 입은 젊은 아가씨도 있었고, 갓난 아이들과 함께 있는 젊은 엄마도 있었다. 그래. 이 모습으로 날아가 할머니. 그 젊은 여자가 할머니가 되어 나를 만났으니 나도 할머니가 되면 할머니를 보러 갈게. 내가 자꾸 할머니 꿈을 꾸면 할머니가 날아가는 길에 방해가 될까 가끔 걱정한다. 사랑하는 이를 잃는 건 어려운 일이다. 똑같이 평온한 곳으로 가셨을거라 생각해도 할아버지를 떠올리는 내 마음과 할머니를 떠올리는 내 마음이 다른 것은, 할아버지가 본인의 마지막을 기다리셨다면 할머니는 마지막인지도 모른 채 눈을 감으셨기 때문일까.

 

8월

  무기력증에 시달렸다. 운동도 일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나띵! 나띵! 너무 더워서 무기력했다 변명해 보지만 그건 그저 변명일 뿐.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게 살며 배달음식(특히 떡볶이) 등을 먹어대던 나는 살이 아주 통통하게 올랐다. 어마어마하게 올랐지. 그 와중에 가족 여행으로 순천에 갔는데 세상에 마상에 등산이 너무 힘든거다. 여기서 쓰러지면 집에 못간다는 집념으로 (누가 이 무게의 나를 업고 내려가겠어!) 돌아는 왔는데, 왔는데... 그렇게 힘든 등산을 했어도 간식을 미친듯이 먹어댄 나는 체중계를 보고 비상상황임을 선포했다. 다시 하반기 운동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운동을 시작하자 사라졌던 활력도 좀 돌아오고 날도 좀 덜 더워지는 8월말이 되어서 다시 버려두었던 인생을 집어들 수 있었다. 너저분했던 방을 정리하는데서 나아가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기 위해 제법 많은 것들을 버리고 정리했다. 여전히 짐이 많지만 2020년에도 멈추지 않고 정리할 계획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기로 한다.

 

9월

  미니멀리즘의 추구가 나의 방을 벗어나 거실까지 진출했다. 집 전체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려 했지만 돌아온 건 '그릇 대신 너가 나가야겠다'는 주인님의 피드백! 이 집은 내 집이 아님을 인지하고 적당한 선에서 멈추기로 했지만 엄마도 나름 정리를 원했기에 아예 아무 변화도 없진 않았다. 거실의 소가구가 바뀌고 운동기구를 정리하고, 거실장도 새로 들였다. 깔끔하다(하지만 정리와 비우기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후후).

  운동을 열심히 했다. 계속 운동을 열심히 해서 행복했다. 아침에 출근길의 절반을 걸어다니기 시작했고, 아침 스트레칭도 시작했다. 아침에 몸을 움직이며 깨면 훨씬 몸이 덜 둔중하게 느껴짐을 배웠다. 순천에서 쪘던 살은 다행히 금방 빠졌다. 하지만 그것만이 문제는 아니기에(...) 오랜 시간, 몇 년을 (살빼는) 운동을 하리라 다짐했다. 다 빼고 나면 유지하는 운동을 해야지. 그건 쉽더라.

 

10월

  부산에 여행차 한 번, 출장차 한 번 다녀왔다. 부산에 와서 관광객처럼 다니긴 처음이었다. 그렇게나 익숙한 장소에서 이렇게나 생경한 기분이 들다니. 부산은 좋은 여행지다. 남자친구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고 사서 동료들이 얼마나 착한지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엄마와 경주 여행을 다녀왔다. 엄마와 둘이 하는 첫 여행이었다. 즐거웠고, 또 가고싶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의 동영상을 남겨두라던 인터넷의 한 줄 조언을 따라 영상과 사진을 (나름 최대한) 많이 남겼다. 내년에는 아빠 영상을 남겨야겠구만.

  운동을 계속 열심히 했지만 기가막힌 체중감량같은 건 없었다. 아쉬웠지만 그래도 악착같이 버텼다. 여행으로 인해 살이 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줌바를 새로 시작했는데 어휴, 미칠 것 같은 강도에 땀이 비오듯 흘렀다(나의 땀냄새가 독하다고 생각할 정도였지). 그래도 열심히 갔다. 춤을 빠세빠세 추다보면 스트레스가 날아가서 좋았다. 내년에도 수업이 개설되기를 바라고 있다. 

 

11월

  약간 방황하는 한 달이었다. 운동을 두어달 하면 찾아오는 방황인가? 줌바를 2주나 빠져서 선생님에게 미안했다. 2주 나가는건 참 힘든데 2주 빠지는건 너무 쉽지. 운동만 방황을 한 건 아니어서 사무실에서도 어떻게 일해야 하나 고민했다. 발령난지 1년 반이 다 되어가는지라 매너리즘에 빠진 것도 같다. 언젠가 이 부서에서 나가고 나면 나는 그 기간동안 무얼 했다고 기억하려나 고민했더니 완성하고 싶은 (나름의) 프로젝트가 생각났다. 하루하루 시간별 계획표를 세워가며 마음을 다졌다. 열심히 나만의 업적(?)을 쌓는 중이다.

  공허함은 삶의 목적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나는 결국 무엇을 하고 싶은가? 꼬마빌딩 건물주를 향한 여정을 적어보면서도 말년에 무엇을 하고 싶은 지는 정확하게 구상하지 못했다. 그러니 이 모든 여정이 무슨 소용인가 하는 한탄이 오더라고. 2019년이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건강한 삶을 찾는 시간이었다면 2020년에는 왜 사는지와 무엇을 위해 살지를 결정해야 할 시간이 될 듯 싶다(결정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어색한 일이지만, 막연하게나마 그릴 수 있는 노년의 나?).

 

12월

  12월은 약속이 많다. 약속에서 시작해서 약속으로 끝날 기분이다. 송년회랍시고 뭐 많지도 않은 인맥인데 대여섯개의 약속이 잡히니 너무 힘들다. 평일 약속을 싫어하지만 모두의 일정에 맞추려니 어쩔 수 없어 월요일 약속만 두 번이었다. 월요일 약속은 수요일까지 피곤하더라. 사람을 만난다는 반가움보다 홀로 침잠한 시간이 더욱 간절해 내년에는 고요의 시간을 늘리는 편이 낫겠다 싶다. 

  그래서 내년에는 미니멀리즘을 모토로 주변의 많은 것들을 간결하고 단정하게 만들고 싶다. 별로 많지도 않은 인맥이라 미니멀리즘이란 말이 웃기기도 하고 또 이정도도 없으면 대체 어찌 살텐가 싶기도 하지만(게다가 끊어내고 싶은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니긴 해) 약속에 버거워하는 지금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단 걸 알겠다. 관계와 물건, 몸, 정신까지 미니멀하게 만들어봐야지.

  줌바가 11월 말로 끝난 관계로 부랴부랴 헬스를 시작했다. 내년 5월의 5km 마라톤을 열심히 준비하기 위함인데, 한 번 러닝머신에서 달려보니 5km가 절대 우습게 볼 거리가 아님을 알았다. 그룹PT를 열심히 한 덕에 헬스에서 더이상 유산소만 하지 않아도 되어 뿌듯하다. 이런저런 동작을 하다보면 어느새 땀도 많이 나고 시간도 훅 간다. 내년에는 헬스의 재미에 빠지게 될까. 필라테스도 좋아서 끊고 싶지 않은데 필라테스에 헬스에 줌바도 하고싶고.. 셋 중 무엇을 포기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닥쳤을 때 고민하지 뭐(내년의 나야 수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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