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저답다는 게 무엇인지 잘 아는 게 정말 좋은 일인지 문득 의문이 드네요. 제가 모르던 낯선 제 모습을 자주 발견하고 싶거든요. 틀 안에서 한정된 모습으로 살아지는 않는지 가끔 고민이 되곤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다운 게 뭔지 아직 모르는 편이 전 더 좋아요.
20대에는 처음 해보는 일이 많았어요. 내가 이런 면이 있었나하며 생경함을 자주 느꼈답니다. 처음 혼자 여행을 했을 땐 제가 늘 덥고 귀찮다고 생각했던 욕조 목욕을 좋아하는 사람인 걸 알았어요. 조용할 때 끊임없이 메모를 하는 것도요. 처음 알바에 가서 욕설을 들은 날엔 제가 화가 났을 때 바로 목소리를 높이는 성격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마음이 짜게 식는 사람이더라고요. 늘 성격이 불같고 급하다고 생각해서 놀랐죠. 처음 연애를 시작하곤 제가 어린아이 같은 구석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늘 또래보다 성숙한 스타일이었는데 애정 관계에서는 정말 다르더라고요. 처음 회사에 가서는 제가 눈치가 빠르단 걸 알게 됐어요. 부서 내의 전화 통화 내용과 은근한 기싸움을 읽을 수 있어 좋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습니다. 모르면 편하련만.
20대 후반이 되고 삶의 틀이 어느 정도 정착되고 나니 새로운 상황을 겪을 일이 별로 없어졌어요. 작년에 새로운 것을 보고 두근대고 싶다 혼자 생각하다가, 얼마나 새로운 일이 없었으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나 싶어 슬펐습니다. 그 이후로 즐거운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보자고 생각은 하고 있는데, 막상 실천한 건 없네요.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새로움을 만나며 살까요? 2021년에는 평생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하나쯤 꼭 해봐야겠다고 갑자기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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