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알맹상점에 다녀왔다. 사실 지난 달에 두 번이나 다녀왔다. 처음은 주말이었다. 남자친구에게 용기를 재활용해서 내용물만 사는 걸 보여주고 싶어 데이트 코스에 알맹상점을 넣었다. 이런 가게에 사람이 찾아오느냐는 질문을 들으며 계단을 올라서는데 우리 둘은 말을 잃었다. 찾아오냐고? 찾아오다못해 가게가 터질 지경이었다. 꾸깃꾸깃 비집고 들어가 밀랍과 나무 칫솔 몇 개를 샀다. 남자친구에게 플라스틱과 다를 바 없을 테니 써보라 쥐어주었다(한 달 간의 후기는 긍정적이었다).
두 번째는 작심을 하고 반차를 냈다. 평일 낮이니 혼자만의 여유로운 구경을 예상하면서 여러 용기를 챙겼다. 달그락거리며 계단을 올라갔는데 이것 참. 작은 가게에 10명 남짓한 손님들이 올망졸망 서 있었다. 주말보다는 걸어다니기가 번잡하지 않아 그래도 구석구석 구경을 했고, 온라인으로 찜해뒀던 씹는 치약을 샀다(쓰고 보니 구강 청결에 관련된 물건만 사고 있네). 계산하는 사람이 끊이지 않아 뿌듯해하며 가게를 나왔다. 알맹상점 이렇게나 인기가 많구나!
그리고 한 달, 오늘 알맹상점의 인스타에 강남구청에서 팝업스토어를 한다는 소식이 올라왔다. 강남구청? 팝업스토어? 정녕 이게 3년의 생존을 걱정하던 알맹상점이 맞단 말인가! 알맹상점이 참 다양한 미디어에 기사로 나갔지만 늘 환경을 생각하는 독특한 가게 정도의 이미지로 보인다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알맹상점의 목소리가 점점 주류의 세계로 편입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로 인한 여러 변화 중 환경에 관심을 갖는 게 일상이 되었다는 점이 나는 좋다. 브리타가 한국에서도 필터를 수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게 된 것은 환경에 관심을 주는 사람들이 많아진 게 필연적인 이유이지 않겠나. 생수를 사마시는 대신 브리타를 쓰는 것 자체가 유난인 시절도 있었는데 말이다.
처음에는 알맹상점 운영자 3분이 급여도 받지 않고 가게를 꾸려가고 계셨는데, 인터뷰를 보니 어느새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되었나 보다. 쇼핑이 조금 불편해도 좋으니 상점이 계속 그 자리에서 지속되어 주기를. 더 많은 사람이 알맹상점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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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고민하다 고금숙 활동가의 책을 읽고 도움받은 경험
친절하지만 빠른 속도로 모든 계산하는 이에게 알맹상점 쿠폰 설명을 해주셨던 멋진 금자님의 인터뷰
알맹상점이 큰 힘이 되었던 브리타 필터 회수 캠페인과 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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