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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MINIMAL LIFE

물건 버리기 100일 챌린지 2 : 미니멀라이프를 위한 작은 노하우

by 푸휴푸퓨 2020.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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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일 간 매일 버린 물건을 기록했다. 어느날은 여러 개를 한 묶음으로, 어느 날은 아주 작은 것 하나만 버렸다. 미련의 크기는 물건의 사이즈와 관계가 없었다. 100개 목록을 다 채우고도 한참 많이 정리했지만 목록은 100개에서 멈추었다. 이 중 다시 필요했던 물건은? 물론 없다. 목록을 다시 들여다보며 이런 게 있었구나 싶을 뿐.

 

 

  정리 방법은 이미 세간에 많이 알려져 있어 나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래도 나만의 순서대로 살짝 정리해 본다. 

 

1 비슷한 물건을 묶어내자

  정리할 때 가장 쉬운 단계. 학용품이나 충전선, 의류 잡화까지 모두 각자 비슷한 물건끼리 묶어보면 겹치는 물건이 몇개씩 나온다. 혼자 사는 집이 아니라면 방마다 비슷한 물건이 겹쳐 더 그렇다. 모아둔 물건 중 가장 상태가 좋은 물건 하나만 골라내고 나머지는 처분한다. 해당 기능을 하는 물건이 남아있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느끼는 불편도 전혀 없고 특별히 미련이 남을 일도 없다. 고장이 불안해서 두 개를 남겨둘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이제까지 그런 이유로 다급했던 적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바로 마음을 다잡았다. 이미 비슷한 경험을 한 선구자의 정리를 보고는 무릎을 쳤고.

 

당장 필요 없는 물건을 없애고 나더라도 그 물건은 최대 20달러를 들여 최대 20분 안에 대체할 물건을 구할 수 있다. 

'미니멀리스트' 中, 조슈아 필즈 밀번 & 라이언 니커디머스

 

2 미련 상자를 마련하자

  없어져도 아무렇지 않을 물건 정리가 끝나면 이제는 아무럴 물건을 정리해야 한다. 세상에 아까운 물건이 참 많거든. 많은 컨텐츠에서 비우기 전 중간 단계를 위한 '미련 상자'를 추천한다. 처음에는 진짜 상자를 마련하려 했는데 굳이 상자 하나를 쌓아두기도 번거로워 서랍 한 칸을 미련 구역으로 정했다. 

  차마 처분할 수 없는 물건은 서랍에 넣고 닫아둔다. 한참 뒤에 열어보면 미련 상자에 들어있는 모습 자체가 껄끄러워지기도 하고, 물건에 대한 애정도 옅어져 있다. 다른 자리에 있었더라면 문득 발견했어도 그런가보다 싶을텐데 미련 서랍에서 발견되면 역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 쉽게 비울 수 있다. 새로운 미련의 물건을 넣기 위해 기존의 물건을 치우고 싶을 때도 많아서 미련 상자는 굳이 큰 곳으로 정하지 않는다. 물건들은 순차적으로 밀려나간다.

 

3 아낄수록 새활용을 응원하자

  아깝다못해 감정적으로 동요하는 물건 정리는 한순간에 해내기가 쉽지 않다. 나의 이전의 글을 보았다면 당연히 알겠지만 나는 당근마켓을 '정말 열심히' 활용했다. 거래하면서 생긴 나름의 노하우를 글로 정리하기도 했지. 당장 사용하진 않아도 어쩐지 내놓기는 아까운 물건을 발견하면 그저 다시 넣어두기보다는 새로운 곳에 가서 잘 활용되기를 바라기로 했다. '이렇게 예쁘고 좋은 물건을 어떻게 보내!'가 아니라 '이렇게 예쁘고 좋은 물건을 넣어두기만 하다니 물건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이었다. 내가 반한 이 물건을 산다는 사람이라면 나처럼 아껴줄 수 있는 사람이겠지. 간사하게도 보내주고 나면 또 생각은 안난다. 얄팍한 나자신이여.

 

4 기부는 언제나 좋은 방안이다

  아름다운 가게에 대한 글도 쓸 만큼 제법 많은 양의 물건을 기부했지만 아름다운 가게에만 보낸 건 아니다. 당근마켓의 무료나눔도 당연히 많이 했고 담요, 학용품, 안경 등을 품목별로 모아 필요한 곳에 기부했다. 택배비를 쓰는 나를 보며 부모님은 뭘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하기도 했지만 뭐, 지구적 관점에서 그 정도 비용은 폐기 비용보다 훨씬 저렴다고 생각했다.

  나는 처음에 기부처를 찾느라 헤메었는데 네이버 카페 '미니멀 라이프'에 가입하니 게시판에 기부처가 쭉 정리되어 있었다. 기부처를 알고 나면 기존에 무심코 처분했던 많은 물건들이 안타까워지니 처음부터 기부처를 많이 알아 두는게 좋다. 우산을 보낼 수 있는 기부처를 끝내 못찾아서 참 아쉽다. 

 

 

  물건을 내보내며 방이 숨을 쉰다는 생각을 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목욕을 하러 온 어느 강의 신이 생각나기도 하고.* 머물러 있는 마음을 보냄으로써 내게는 또 다른 좋은 것이 찾아오겠지 하며 꼭 물건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내게 산뜻한 새로움이 찾아오기를 바라본다. 

 

가진 것을 내려놓아야 소중한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사실 도겐선사가 수중에 들어온다고 한 것은 '자유의 경지'나 '본래의 마음'처럼 형태가 없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중략) 주지스님도 중요한 것은 '순환시키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어요. 물건, 일, 돈, 공기에 이르기까지 꽉 그러쥐고 흐름을 정체시키면 좋은 것들이 나에게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1일 1개 버리기' 中, 미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중)치히로가 일하는 온천 여관에 찾아온 오물신은 순식간에 주변을 악취로 가득하게 하고 욕탕이 검게 물들게 한다. 용기를 낸 치히로가 오물신에게 다가가서 몸에 박힌 큰 막대기(가시?)를 뽑아내자 갑자기 온갖 쓰레기가 신으로부터 떨어져 나오고, 오물신은 순식간에 청량한 강의 신으로 변신한다. 

으으으 :: 푸슈슈슉 :: 상-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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