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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1.7.5. 꽃을 잡고 못오시나요

by 푸휴푸퓨 2021.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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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은 구름이 낮게 뜬다. 처음 유럽여행을 갔을 때 언니와 하늘을 보며 왜 서양 화가들이 구름을 그리 그렸는지 알겠다는 감상을 나누었는데, 이제는 한국에서도 낮은 구름을 쉽게 볼 수 있다. 문과는 모르는 과학적 현상이려나,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려나. 그림 같은 구름이 자주 흐른다. 미세먼지 없는 하늘이 좋다.

 

2.

  나보다 4살 어린 PT선생님에게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송화와 느낌이 비슷하단 이야기를 들었다. 선생님은 7월 말이면 그만둬서 더이상 내게 립서비스를 할 필요가 없는데.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회생활 1년 차가 6년 차를 바라보면 송화처럼 능숙하고 유연한 느낌이 나겠지 싶었다. 그렇다면 나도 이제 좀 성숙했다는 건가. 매일의 물장구가 앞으로 조금은 나아가게 했다고 생각하니 물색없이 뿌듯했다. 예쁜 말 고마워요 젊은이. 성실한 당신도 무얼 하든 잘 살겠지요.

 

3.

  여간해선 카페에서 일회용 컵을 받지 않으려 한다. 아침 출근길에 커피 한 잔 못사고 지나치는 이유이기도 하다(유일한 카페는 텀블러를 받아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의지와 상관없이 컵이 생기곤 한다. 누군가 음료를 사줄 때. 사주는 마음이 고마워 반갑지만, 이 컵을 어쩌나 싶은 마음은 남아있다.

  지난주에 받은 커피 컵을 씻어 책상 서랍에 넣어두었다. 넣어두면 뭘해. 그 컵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임을 나도 알고 있지만 버릴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치워두었다. 그 안에는 이미 카페에서 샌드위치를 담아주었던 플라스틱 용기, 빵집 비닐봉지, 택배에 담겨온 뽁뽁이, 종이봉투까지 온갖 것들이 들어있다.

  미니멀리즘을 원해서 서랍이 가득 차 있길 바라지 않는다. 멀쩡한 일회용품을 버릴 수도 없다. 일상은 이렇게 모순으로 가득 차고, 내 서랍도 의미 없는 플라스틱으로 가득 찬다. 정말 카페 플라스틱 컵을 재활용할 방법은 하나도 없을까. 누가 싹 모아다 다시 써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4.

  유튜브에서 자주 '아무튼 출근'의 클립을 본다. 다른 회사원의 치열한 삶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최근에 본 것중 가장 인상 깊은 사람은 카드회사에 다니는 무빙워터 이동수 대리님. 일 잘하고 성격 좋고 시간도 알차게 쓰는 데다 자신을 잃지 않는 여유까지, 여러모로 본받을 점이 많은 분이었다. 내 일상은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지 자세를 바로 하고 마음을 다잡는데 아주 도움이 된다. 고등학생 때 이 프로그램이 있었더라면 다양한 진로를 생각할 수 있었을 텐데. 어른들도 힘들게 사는구나 생각했을 것도 같고.

 

5.

  그런가 하면 유튜브의 '윤시월'이라는 노래 플레이리스트를 올려주는 채널은 또 어찌나 좋은지. 살랑살랑 바람을 느끼며 버스에 앉아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면 청춘의 마음이 넘실댄다. 일상에 부는 바람이 좋다. 매일 감정이 넘치던 20대 초반엔 안정적이지 못한 나는 언제쯤 크나 생각하며 스스로를 못났다 생각했었다. 돌아보니 그게 젊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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