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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Review] 이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 설레는 일, 그런 거 없습니다 - 쓰무라 기쿠코

by 푸휴푸퓨 2021.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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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번아웃이 온 주인공이 단기 일자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이야기다. 주인공의 입을 빌리자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도망치듯 일을 그만뒀는데 그때부터는 고용센터에서 소개해주는 대로 단기 계약직을 전전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꽤 일을 잘한다. 이런저런 문제를 해결하거나 사건을 혼자 발견하고 훌륭히 마무리한다. 스스로 잘났다는 칭찬도 못났다는 우울도 없이 담담하게 하루하루 일을 수행한다.

  오래지 않아 그 일을 하지 않으리란 단기직의 특징 때문인지 주인공은 늘 일과 자신의 사이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둔다. 1년의 단기 직업 체험이 끝난 후 그녀가 깨닫게 되는 건 아래와 같다.

어떤 함정이 기다리고 있을지 전혀 짐작도 가지 않지만 대체로 어떤 일을 하더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사실만은, 짧은 기간 다섯 가지나 되는 직종을 전전하는 동안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저 기도하고 최선을 다할 뿐이다. 부디 잘 되기를.

  맞다. 어느 직장이건 무슨 일이든 일어나고 나는 그것을 예측할 수 없다. 묘하게 건조한 문체가 오히려 위로가 되는 멋진 책이었다. 번아웃이 왔을 때 읽었다면 더욱 절절하게 느꼈을 텐데. 힘들면 쉬어도 돼, 와 같은 말이 아닌 이런 건조한 이야기가 내게는 더 큰 위안이 된다. T여서 그런 걸까?

 

설레는 일, 그런 거 없습니다

  위의 책을 읽고 마음에 들어서 읽기 시작한 같은 작가의 책. 첫 이야기에서는 같은 성을 30대 남녀의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펼쳐진다. 이들의 상태를 설명하면 딱 이렇다. "딱히 행복하지도 않지만 불행하지도 않다."

"어차피 회사의 노예지만, 가끔은 그럴싸한 배려에 뭐, 괜찮네 하고 생각해버려. 이십 대에는 그래도 이 회사로 만족할 수 있을까, 좀 더 레벨 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 등등 여러 가지로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출근하는 것만으로도 벅차."

"용량이 줄어드는 건가요. 이해할 것도 같습니다." (중략)

"그러니까 이직이나 뭔가 행동을 하려면 젊었을 때 하라고 하는가 봐."시게노부는 하품을 한다. 최근에는 정말로 술기운이 빨리 오른다. 그리고 금방 졸음이 온다.

  사회생활에 적당히 지친 두 명의 싱글은 각자 일상을 살아가면서, 가끔 단 한 번 만났던 이름과 생일이 같은 거래처의 상대방을 떠올린다. 특별히 나쁜 일은 없지만 견디기 쉽지도 않은 한 해가 지나고 둘은 다시 우연히 마주친다. 독자는 알 수 있다. 둘은 서로에게 위로가 되겠구나.

  두 번째 이야기는 해고될지 모르는 선배의 상황을 몰래 조사하는 직원들의 이야기다. 탐정 같은 조사도 아니고 셋 모두가 특별한 행동에 나서지도 않았지만 여하튼 왜 유능하고 존경할만한 선배가 퇴사의 위기에 처했는지 알아본다. 물론 그 일의 결론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고, 이런저런 시나리오를 써보는 것 외에 실질적인 핵심에도 다가갈 수 없다.

  알고 보면 셋은 저마다의 이유로 선배의 상황에 관심을 가졌다. 선배를 좋아해서, 선배를 좋아하는 여직원을 좋아해서, 선배에게 받았던 가르침이 그리워서. 회사는 사람을 내치기도 하고 유능하다 추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후배는 언젠가 선배가 된다. 다 그런 것이고, 나라고 특별하진 않다. 그것은 회사 밖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특별한 사건이 없음에도 읽으면서 내내 공감한 책이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이렇게나 무덤덤한 것일까.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웃을 수 있는 10대가, 반짝이고 싱그러운 20대 초반이 자주 부럽다. 특별한 사건을 꼽을 순 없지만 지난 시간의 모든 이야기가 스며들어 지금의 내가 되었겠지. 고마운 사람도 미운 사람도 있지만 나도, 그냥 나름대로 살게 되었다. 때로는 거래처 사람이, 때로는 선배가, 때로는 후배가 되어가면서.

 

  좋은 작가를 발견했다. 어둠이 넘치지도 않고 괜히 따스하거나 말랑거리려는 시도도 없다. 두 권 다 딱 깔끔한 맛의 소설이어서 읽는 내내 산뜻했다. 같은 작가의 책을 구할 수 있는 대로 다 읽어보려 한다. 산다는 건 (국적조차 상관없이) 모두에게 다 고만고만하려니, 결국 자신의 선호를 찾아 즐기는 게 최선 아니겠는가! 나의 호(好)에 작가 한 명이 추가되었다.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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