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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1.9.24. 그렇다고 당장 계획이 있는 건 아니고

by 푸휴푸퓨 2021.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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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추석 연휴 동안 친구들을 만났다. 할머니 집을 가지 않는 연휴는 매번 길다. 꼼꼼히 매일의 계획을 세웠지만 다 지키지는 못했다(주로 공부의 영역이 그러하다). 하지만 친구들은 만났지. 나이가 나이인 만큼 어느 모임이건 재밌는 주제로 결혼이 떠올랐다. 각자 결혼에 대한 생각이나 자신의 상황, 혹은 친구의 결혼 소식을 전한다. 뭐든 흥미롭다.

  평소 좋아하던 친구가 내 기준에는 의외인 결혼관을 이야기해서 애매한 기분이 되기도 했고 어떻게 그렇게 결혼을 할 수 있을까 싶은 사례를 듣기도 했다. 결혼해서 너무 잘되었다고 박수치는 경우도 물론 있었고. 인생에서 '결혼'이라는 제도가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친구도 있다. 결혼할 수 있는 상황이긴 한데, 이게 정말 꼭 해야 하는 일인지.

 

2.

  며칠간 결혼 이야기를 접하니 자연스레 남자친구와도 결혼을 주제로 마음을 터놓게 되었다. 사실 나도 독립적인 편이라 결혼을 반드시 하리라고 결심하고 살진 않았다. 지금도 남자친구가 반드시 내 삶에 필요하다는 '감정적'인 이유를 배제하면 결혼을 해야 할 이유는 없다. 주변에 혼자 잘 사는 본보기도 많다. 그저 감정이 너무 절대적일 뿐.

  그리하여 너에게 나의 걱정과 마음을 털어놓았다. 듣기에 마냥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을테지. 너는 담백하고 현실적인 태도로 내 말에 대답해주었다. 이상만을 말하지도 않았는데 네 말이 맞아서 걱정이 잦아들었다. 그래서 내가 너를 좋아해. 마음 불편한 이야기를 터놓고 할 때마다 나보다 성숙한 너의 답이 나를 안심시켜준다는 바로 그 점.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혼자서도 열심히 살 수 있지만 너와 함께면 행복하고 포근하게 잘 살 수 있다. 결혼이 현실이 되기 전 누구나 하는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뭐, 너에게 아주 믿음이 간다 이 말이에요(그렇다고 당장 계획이 있지는 않습니다만).

 

3.

  결혼에서 단연 빼놓을 수 없는 주제는 바로 돈이다. 어느 커플은 돈이 많아서 신기하고(주로 부모님의 능력이다), 어느 커플은 그 돈으로 어떻게 결혼하는지 의아해서 신기하다. 각자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 인생이 이렇게 다양하구나를 또 느낀다. 나도 풍진 세상에서 씩씩하게 살아가리라.

  영상을 보지는 않았지만 성장이 눈에 보이는 유튜브 채널이라 생각한 김짠부님의 인터뷰를 어라운드에서 읽었다. 짠테크에서 성장해 투자까지 넘어갔더라. 엄마가 늘 말씀하셨다는 '돈을 쫒지 마라. 돈이 나를 따라오게 하라'는 말도 좋았다. 자연스럽게 배당주나 부동산 투자가 떠올랐는데(어머님의 의도는 이게 아닐 듯 하지만), 아침에 읽은 경제 뉴스 댓글에 배당주를 욕하는 말이 있었다. 돈을 노동으로 벌어야지 일하지 않고 돈만 벌어간다고. 그런데 '돈=노동의 대가 or 시간을 판 값'이라는 인식이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 돈은 돈대로 굴러가고 노동은 자아를 구성하는 요소로 인식하는 게 더 현실에 맞을지 모른다. 말하자면 길 테니 이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어쨌거나 인터뷰 말미에 삽입된 그림이 아주 내 마음 같았다. 무작정 아끼자는 뜻이 아니다. 휩쓸린 소비 말고 진정으로 행복한 소비를 해야 합니다.

  진정으로 행복한 소비를 말하자면 또 와이잭의 티셔츠가 생각난다. 입을 때마다 부드러워서 행복한 옷이다.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었지만 돈이 전혀 아깝지 않다. 문제는 여름이 끝났다는 거야. 가을이 다가오니 긴팔 티셔츠를 사고 싶다. 흰색의 무지 반팔티가 36,000원이어서 고민했던 과거의 나, 흰색의 무지 긴팔티가 46,000원인건 감당할 수 있는가? 아직은 손가락이 나가지 못해 구입하지 않았다. 아, 입고 싶다...

 

4.

  EBS에서 말도 안 되게 훌륭한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이름하야 '위대한 수업(Great Minds)'. 방영 예정임을 알았다가 잊었는데 우연히 다시 발견해 보기 시작했다. 추석 때 공부를 안 할 줄 알았더라면 이 방송이라도 몰아봤어야 했어. 뒤늦게 따라잡는 중인데 첫 강의로는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의 강의를 골랐다. 경제는 어떻게 되고 돈은 어떻게 되나요 선생님. 돈이 나를 따라오게 하려면 열심히 돌아가는 사정을 들어야 한다. 어쩌다가 D.P.도, 스우파도, 오징어게임도, 하다못해 환승연애도 안 보면서 EBS 프로그램은 보는 사람이 되어버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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